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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책 <신이 되려는 기술>과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인간의 강점>인공지능에 맞서는 인류의 자세
꽃바람이 흩날리는 봄날 저녁. 계절의 정취를 따라 삼삼오오 모인 중년의 청춘들은 뻔한 세월 한탄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가상현실 시스템은 방 안에서 모든 일상이 이루어지게 할 것”이라는 얘기부터 “앞으론 애인도 배우자도 필요 없고 로봇이면 족하다”는 무시무시한 예언까지. 다양하게 쏟아지는 고민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처법을 친절하게 다룬 2권의 책을 소개한다. 기술윤리를 강조한 인문교양서 <신이 되려는 기술>과 인간의 비교우위를 다룬 자기계발서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인간의 강점>이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는 대한민국을 흥분과 공포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공개 대국에서 최종 전적 4승 1패로 승리하며 현존 최고 인공지능으로 등극했다. 우리 조상들이 이 상황을 지켜봤다면 ‘저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며 ‘천지개벽이 따로 없다’고 개탄했을지도 모른다. 알파고는 2017년 5월에는 세계 랭킹 1위의 프로바둑 기사 커제(柯 ) 9단까지 물리치며 또다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또 1년여가 지난 지금, ‘딥러닝’(deep learning)을 탑재한 인공지능의 추격 속도는 예측 불가능하다. 인간의 의식주(衣食住)는 물론 정치, 사회, 경제 등 국가제도 전반에 확대되는 인공지능은 인간과 기술의 치열한 영역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1999년 개봉한 미국 SF영화 <매트릭스>가 이미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을 묘사했건만, 판타지가 현실로 도래한 지금 우리의 현실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기술윤리와 책임감에 바탕을 둔 개발이 필요하다는 현실파와 ‘이게 실화냐?’라고 묻는 순진한 이들까지. 미국에서는 최근 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병을 진단하고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의료기기(IDx-DR)가 판매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바둑 기사에서 인공지능 의사의 탄생까지. 봄날 미세먼지만큼 현대인의 두뇌를 아프게 하는 인공지능 논쟁은 안팎으로 계속될 듯하다. 아래 2권의 책이라면 인공지능을 마주하는 당신에게 든든한 이정표 노릇을 해줄 것이다.

신이 되려는 기술

인간성은 최후의 보루 <신이 되려는 기술> 게르트 레온하르트 지음, 전병근 옮김, 틔움

세상은 늘 ‘조금씩 그러다 갑자기’ 바뀐다. ‘위기의 휴머니티’라는 부제가 달린 <신이 되려는 기술>은 기하급수적 기술 발전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휴머니티(인간성)를 지킬 것인지 묻는다. 저자는 휴머니티 사수(死守)를 위한 인간의 노력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어느 날 갑자기 핵무기보다 위험한 기술의 진보 앞에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을 통해 무엇이 가능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두고 논쟁하고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혁신 기술들이 인간성에 봉사하려면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는지 보다 근본적인 탐구를 시작해야 한다.”(17쪽)
2030년, 세상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미래는 우리 앞에 그냥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만들어가는 오늘이며, 바로 이 순간 내리는 결정에 따라 변한다. 이 때문에 책임감 있는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며 예방(precaution)과 전향적 대응(proaction)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그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사생활 침해, 디지털 중독, 비만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번 진행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고유한 존재론적 특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저자는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 쉽게 규정하거나, 파악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인간적 특성을 ‘안드로리즘’(androrism)이라 말한다. 창의성과 연민, 상호성과 책임감, 공감과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이런 미덕들이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것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닥칠 충돌은 디지털화-모바일화-스크린화-탈매개화-변형-지능화-자동화-가상화-예견화-로봇화 등 10가지 대전환을 통해 한층 더 격해질 것이다. “인류 문명 최대 위협에 대비하라”던 스티븐 호킹(1942~2018)의 충고를 떠올릴 때다.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인간의 강점

직관은 인간의 무기<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인간의 강점> 나라 쥰 지음, 김희은 옮김, 프리렉

기계가 주는 공포를 한시름 덜어줄 책이다. 저자는 인공지능 메커니즘과 인간의 직관적 사고의 차이점에 바탕을 둔 비교 연구를 통해 각각의 가능성과 한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 능의 공존을 통해 더욱 뛰어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는 “인공지능은 완만하게 발전하겠지만 특이점이 실현되거나 마음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하는 것은 100년이나 200년 뒤가 될 것이다. 그나마도 실현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진단한다.
여기 한 회사의 최종 면접장에 2명의 지원자가 앉아 있다. 어떤 업무든 바로 투입이 가능하고 각종 언어에 능통하며,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생산성이 높은 로봇. 그리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지만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전 세계 모든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하며, 일정 시간을 일하면 휴식도 필요한 인간이다. ‘자신의 가치는 얼마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인공지능은 부속품 가격을 나열하며 산술적 몸값을 답한다. 반면 인간 지원자는 자신의 목표와 열정, 가치 생산에 대한 의욕을 담아 긴 문장으로 설명한다. 질문의 의도는 지원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자기소개를 유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문자 그대로 의미만 해석하지만 인간은 직관과 통찰력을 동원해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저자는 “직관은 인지 패턴에 적용해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판단하고 필요한 행동 플랜을 결단하는 능력”이라면서 “직관과 통찰력은 인간만이 가진 강점이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직관뿐이다. 인간은 학습과 경험을 쌓지 않고는 직관을 작동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 “다가올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직관의 영역 분리가 이루어질 것이며 대인관계와 리더십 등 인간이기에 가능한 영역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가 소개한 ‘직관을 높이는 6가지 인지과학적 트레이닝 방법’과 ‘직관을 높이는 8가지 요령’을 통해 인간만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떠보자.

글 장인서 고려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지난 3월부터 출판사 북이십일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뉴 콘텐츠를 통해 독서 인구를 늘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사진 제공 틔움, 프리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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