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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잠실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展 장애인 예술은 없다, 인간의 예술이 있을 뿐
2016년 잠실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展의 전시명은 굿모닝 스튜디오 2016 <기항지: a Port of Call>다. 기항지는 항해 중인 배가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잠시 들르는 항구다.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항해의 과정과 경험을 구체화할 수 있는 장소다. 작가들도 각자 항해하는 도중 머문 잠실창작스튜디오를 기항지 삼아 다시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최종 목적지 없이, 없는 길을 계속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예술가의 삶이니 썩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2 커뮤니티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3 전시에서 선보인 이동엽 작가의 작품.

지난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굿모닝 스튜디오 2016 <기항지: a Port of Call> 전시가 열렸다. 전시 장소를 대형 아파트 단지와 마트 한복판에 있는 커뮤니티 갤러리로 정한 것은 비장애인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처럼 느껴졌다. 전시 주체는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국내 최초 장애예술가 창작 레지던시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2011년부터 현재 8기 입주작가까지 65명의 장애예술가를 발굴해 지원해오고 있다.

비평 프로그램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선 작가들

이번 전시는 잠실창작스튜디오가 공모를 통해 3월에 선발한 12명의 작가가 1년 남짓 작업한 작품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실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작가가 단순히 머물러 작업만 하는 공간이 아닌 인큐베이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작품 준비 기간 중 8월부터는 김인선(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대표), 안소연(미술비평가), 황정인(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으로 이루어진 전문 멘토가 참여해 작품과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신진 작가 위주로 구성된 입주예술가들과 인터뷰해보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1:1로 진행되는 비평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절단 장애가 있는 이동엽 작가는 개인전, 단체전, 아트페어에 10회 이상 참여한 중견 작가다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제 작품은 인체와 관련된 작업이에요. 뼈를 세포처럼 연결해 유기적인 구조를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한 거예요. 전에는 비평가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문가분의 얘기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멘토링에 참여한 김인선 대표도 “작가들이 좀 폐쇄적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수업을 통해 작업 전반에 걸쳐 자연스러운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았다” 면서 “다행히 작가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작업을 개선하는 데 도움도 되고 외부 활동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 거 같아 좋았다”고 평했다.

장애인 예술은 별개의 분야인가?

작품은 풍선아트부터 서양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작품을 살펴보니 작가들이 섬세한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대중과 소통을 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장애인 예술에 대한 관심도 이해도 없다. 장애인 예술은 별개의 분야인지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장애인 예술을 구분해 생각하는 것은 신체의 불편함이 작품에도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한 편견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해하고 소통하려 할 때, 그 시선은 비장애인, 이성애자, 중산층에만 국한된 건 아닐까?
‘장애란, 부러진 가지 옆에 새로 핀 꽃이다.’ 얼마 전 필자가 장애 관련 서적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모든 인간이 자기가 (조금씩) 부러진 가지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른다. 발달장애가 있는 작가의 아버지가 아들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 장애인 예술을 이해하는 답이 될 수도 있다. “장애는 모자람이 아닌 비장애에 비해 조금 다른 것일 뿐”이며 “비장애인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을 아들은 즐겁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 걸음씩 편견 없는 세상으로

전시를 관람하면서 잠실창작스튜디오 같은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작가는 다른 레지던시도 장애인을 받아 비장애인과 같이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편의 시설만 잘 갖춰진다면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행사 오프닝에서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직접 축사를 했는데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작품을 둘러보고 놀라웠고 좋았다”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목표로 일할 때 TF팀을 만드는데 원래 뜻(task force) 대신 우리는 ‘Together Forever’라고 하자”며 건배를 제의했다. 어쩌면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조금씩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아닐까.문화+서울

글 김정욱
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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