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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7월호

도서 판매·유통 시스템의 복잡성 작가도 모르는 판매 부수,
전산망이 해법 될까

소설가 장강명은 지난 5월 초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소설집을 낸 출판사가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상의도 없이 오디오북을 발행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되는데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면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은 출판사와는 앞으로 계약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9월 개통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시범운영 누리집

장강명 작가의 글은 도서 판매·유통이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드러냈고,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출판전산망에 주목하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출판전산망이 9월에 개통되면 출판물의 유통·판매 현황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일부 출판사와 작가 간 불공정 관행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단체는 문체부가 한 출판사의 일탈행위를 출판계 전체의 관행적 문제처럼 보이도록 했고, 이를 전산망 구축 추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과정이 가장 복잡한 상품, 책

출판전산망이 개통되면 도서 유통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건 맞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전산망에는 온라인 서점·대형 서점·지역 서점 등이 작성한 도서 판매·재고 정보가 올라온다. 출판사들은 이 전산망에 책의 도서번호·제목·저자·정가 등 서지 정보와 함께 납품 상황을 입력한다. 이렇게 되면 전산망에서 책 공급·판매·재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산망이 개통되면 책 판매 부수가 정확하게 집계되고, 저자가 자기 책 판매 부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도서 판매량 집계가 영화나 공연의 티켓 판매량 집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임을 알 필요가 있다. 책은 제약과 함께 유통과정이 가장 복잡한 상품에 속한다. 책이 출판사에서 나와 서점에 깔리고 독자에게 팔리기까지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친다. 각 출판사와 서점은 직거래도 하고, 서적 도매상을 거쳐서도 거래한다. 출판사-서점, 출판사-도매상, 도매상-서점 간에는 각기 다른 거래 조건과 방식이 사용된다.
게다가 출판사는 책을 도매상이나 서점에 위탁판매 방식으로 보낸다. 도매상이나 서점은 이 책을 맡아 판매한 부수에 대해서 출판사에 대금을 지급한다. 출판사에서 나간 책 중 일부는 유통과정 중 어느 지점에 묵혀 있다. 출판사 출고량과 판매량을 동일하게 정산할 수 없는 이유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대개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매입해 판매한다. 그러나 그 역시 온라인 서점이 매입한 부수이지 실제 독자가 구매한 부수는 아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실제로 팔린 부수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면서 “특히 팔리지 않은 채 유통과정에 묵혀 있는 잔고 물량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사가 인세를 정산하는 방법

그러면 출판사는 어떤 기준으로 저자에게 인세를 줄까. 출판사는 일반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인세를 정산하는데, 이 기간 중 도매상이나 서점으로 출고된 책에서 반품된 책을 뺀 부수를 판매량으로 잡아 인세를 지급한다. 2쇄, 3쇄 등 쇄를 추가할 때마다 새로 인쇄하는 부수를 판매 부수로 잡고 인세를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저자가 자기 책의 판매 부수를 알고 싶다면 출판사에 물어야 한다. 출판사는 도매상이건 서점이건 책을 보낼 때 물류회사를 통하는데, 이 물류회사 데이터를 보며 출고 부수와 반품 부수를 확인한다. 또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각 책에 대해 판매지수를 제공한다. 이 판매지수가 정확한 판매 부수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판매 상황이 어느 수준인지 보여준다. 통상 출판사는 추가 인쇄를 할 때 몇 부를 새로 찍는지 저자에게 보고한다. 이를 통해서도 저자는 자기 책이 어느 정도 팔리는지 추정할 수 있다.
전산망이 개통된다고 해도 저자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 부수를 알긴 어렵다. 전산망 구축을 추진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김진형 산업지원본부장은 지난 5월 열린 설명회에서 “판매 부수 공개 문제는 출판사와 저자 간 계약과 관련된 계약 당사자 간 이슈”라며 “출판사가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저자가 요청하더라도 전산망에서 별도 공개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갈등은 산더미

도서 판매·유통 시스템 개선은 20년 넘게 출판계의 숙제였다. 정부 역시 그 필요성을 인정해 몇 차례 전산망 구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도서 유통에는 수천 개의 출판사와 서점이 관계한다. 이들의 협력이 관건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영세한데, 도서·판매 정보를 정확히 작성해 보고할 유인이 있을까. 특히 서점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매출 정보만 넘겨주는 게 아닌가 꺼릴 수 있다. 물론 주요 대형 서점과 출판사가 전산망에 참여한다면 유의미한 통계를 얻을 수도 있다.
현재 출판계와 정부는 전산망 운영권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문체부는 출판산업진흥원이 전산망 운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출판계는 전산망이 정부 기관에 장악되면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 주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남중 《국민일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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