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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7월호

지금, 기후위기-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사전행사

201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이후 10회를 맞은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1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은 유네스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과 서울 어젠다의 예술교육 발전 목표에 대한 연구 과제를 함께 나누는 모임으로 전 세계 대학과 연구기관의 관계자가 회원이 돼 예술교육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확장하고 실행 방안을 공유하며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제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을 주제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학술대회에는 독일·케냐·호주·싱가포르 등 13개국의 문화예술교육 학계 인사가 참여해 기후위기·다양성·포용·평등·팬데믹 그리고 회복과 치유 등에 대한 발제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 학술대회의 주제를 좀 더 친밀하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한 사전행사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국내 예술가와 지역 단체의 활동 사례를 나누고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방안과 필요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지금, 기후위기-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 토론 현장
일시
2021년 5월 24일(월) 오후 2시 15분~3시 35분
장소
  • 유튜브 생중계 youtu.be/wdf5hWz-GKA
모더레이터
  • 박신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발제 및 토론
  • 성지수 콜렉티브 뒹굴 대표
  • 모상미 모이다아트협동조합 대표
  • 강진숙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센터장
  • 박진희 상상창고 숨 대표

성지수
콜렉티브 뒹굴 대표

모상미
모이다아트협동조합 대표

박진희
상상창고 숨 대표

박신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강진숙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센터장

발제 1 기후위기가 시급하기에 우리는 더 작업한다
콜렉티브 뒹굴 성지수 대표

안녕하세요. ‘뒹굴’은 ‘신체성, 공간성, 의미와 본질을 만나기 위해 다원적 예술 언어를 기반으로 노는 존재들의 유기적 집합’입니다. 하루는 공연장, 다음 날은 놀이터, 오늘은 미술관, 내일은 학교에서 작업하는 팀이기도 합니다. 2020년 6월에는 ‘기후 정의 창작집단 선언’2콜렉티브 뒹굴 SNS 링크.발표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의 시급성과 책임성에 대한 사유는 우리가 존재하고 행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이를 화내기·멈추기·나누기·뒤집기 4개의 단어로 정리했는데요. 화내기는 2019년에서 2020년까지 이어진 <오퍼튜니티Opportunity>라는 작업이었습니다. 화성 탐사선을 소재로 처음 기후위기와 작업을 연결했습니다. 탐사선은 화성이 인간 생존에 적합한 환경인지 조사해서 지구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로봇입니다. 저희는 관객 참여형 연극, 전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났는데요. <오퍼튜니티>에서 관객은 화성에서 발견된 탐사선이 되기를 요청받습니다. 관객에게 미션을 제시하는 앱을 개발해 관객이 전시장을 탐사하면서 시시각각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습니다.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하던 관객은 갑자기 탐사 프로젝트 예산이 감소해서 탐사선을 폐기한다는 공지를 받습니다. 이때부터 관객에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탐사선 폐기에 동의하느냐는 문구가 나타납니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폐기당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수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런 작업의 사람들이 참여해 분노를 느끼면, 우리 모두 기후위기라는 재앙에 연루됐음을 상기하는 순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팬데믹은 기후위기가 무엇인지 굉장히 아프게 알려줬습니다. 작업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논의와 설명, 기약도 없이 모든 공적 공간이 닫혔고, 뒹굴의 공간도 그랬습니다. 예술과 예술인을 죽게 두는 것이 기후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도 돈 안 되는 예술을 선택한 우리를 멸종시키지 말라고, 우리가 거대한 문명의 전환 시기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술인 기후위기 세미나’를 기획했습니다. 온라인으로 40여 명이 참여해 기후위기를 어떻게 감각하고 다룰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로 배움과 돌봄에 대해 나누고 머리와 마음을 모으는 것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세미나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얼마 전 ‘탈서울’을 했습니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우리 안에도 있다는 걸 발견한 거예요. 뒹굴도 다시금 겸허히 앉아 있을 시간이 필요해, 연고 없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주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돌봄·농사·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신성해서 돈으로 매길 수 없다며 천하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 사람과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팬데믹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규모 공동체를 꾸려서 돌보고 농사짓고 창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힘이 들지만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들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같이 준비해 나갔으면 합니다.

발제 2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바다
모이다아트협동조합 모상미 대표

안녕하세요. 모이다아트협동조합(이하 모이다)은 부산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과 바다를 지키기 위한 비치코밍Beachcombing3‘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이 합해진 말이다. 말 그대로 바다를 빗질하듯 바다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크게 문화예술교육 사업, 전시와 거리예술, 광안리 아트마켓 3개의 세션을 운영하는데요. 모이다에게 있어 바다는 시민들과 예술 작가들의 작품이 만나고, 부산과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 곳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작가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합니다. 모이다에게 광안리 바다와 해변은 탐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바다 놀이터입니다. 해변을 거닐거나 함께 수영하고 놀기도하고 작품을 전시하고 퍼포먼스도 선보이는 멋진 놀이터입니다.
모이다가 바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2019년 다나스·링링·미탁 등 세 번의 태풍으로 광안리 해변이 쓰레기 더미와 악취로 뒤덮였습니다. 인간으로 인해 만들어진 쓰레기를 머금은 바다가 아픔을 토해 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요. 광안리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는 학부모들과 함께 해변 정화에 나섰습니다. 이후 바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택한 것이 비치코밍입니다. 일시적 참여가 아니라 여행·놀이·예술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바다 환경 정화 캠페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역의 향토 문화와 이야기를 듣고 해변의 쓰레기를 주우면서 종류를 알아보고 재활용 쓰레기를 세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탐색하고 가공해 작가들과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일상 속바다 환경 정화 활동을 확산하기 위해 대상을 아이들에서 일반 시민으로 확대했습니다. 쓰레기를 줍고 분리하는 과정을 통해 환경 쓰레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고요.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비치코밍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치코밍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통해 예술 활동으로 승화시키는 부분과 재미·놀이·체험이 합쳐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 3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업사이클 예술교육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강진숙 센터장

안녕하세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업사이클 예술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광명시는 서울 인근 도시로 베드타운의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지금은 많이 개발돼서 생활수준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문화시설은 많지 않은 곳입니다. 이런 광명에 2015년 전국 최초로 업사이클을 주제로 한 생활밀착형 예술 창작 공간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버려진 산업시설을 리모델링해 조성했기 때문에 탄생부터 업사이클입니다. 업사이클은 버려진 폐자원에 예술적 혹은 디자인적 가치를 더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입니다. 저희 센터는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환경 이슈와 지속 가능한 삶에 재미있게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시, 체험교육, 업사이클 공연, 특별 기획 프로그램 등 업사이클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을 하는데요. 우선 업사이클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합니다. 업사이클이라는 장르를 선도적으로 알리기 위해 분기마다 다른 주제로 기획하는 전시에 약 11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다음으로는 업사이클 디자인 수업은 청바지·폐목재·자투리 가죽 등의 재료로 업사이클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진로와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기관에서 단체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강사를 원하는 곳에 파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교육은 단순히 업사이클 만들기를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지속 가능한 삶에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인데요. 센터는 미래 에코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청소년 교육기관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명 건축가와 함께하는 ‘에코건축학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연구하는 ‘업사이클 패션 디자인 교실’, 어린이들이 업사이클 악기를 직접 제작하고 공연을 하는 ‘리플레이 메이커Re.Play Maker’ 등이 대표 청소센터가 업사이클 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과 시민의 참여와 네트워크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예술 축제와 같은,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하고요. 기업 이케아IKEA의 기부로 만든 업사이클 가구를 지역아동센터에 기증하는 지역 네트워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업사이클을 넘어 에코 디자인을 주제로 문화산업을 준비하는 작업까지 진행하는데요. 단기간에 끝나는 문화 소비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교육 시스템을 위해서는 자본의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센터는 그동안 업사이클의 예술적·문화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는데요. 우리 삶이 여러 문제로 위협받게 됐을 때를 미리 대비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발제 4 당신은 어떤 질문을 하고 있습니까?
상상창고 숨 박진희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 그리고 예술교육그룹 상상창고 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위기는 복합적 관계성을 인식하게 하고, 그에 따른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2019년부터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에 참여하면서 제주의 문화 자산을 통해 예술교육 콘텐츠를 연구 개발하고 확산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창의·예술·교육’을 핵심 키워드로 3개의 랩을 운영했는데요. ‘생태랩’은 자연과 교감에서부터 사람과 공감 능력까지 고취하는 과정으로, ‘인문랩’은 아이들이 자기 성찰에서 시작해 또래와 관계를 맺고 협업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구성했습니다. ‘과학랩’은 제주의 바람을 감각하고 데이터로 기록해 보면서 다양한 재료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창의예술교육랩’에서 2년간 연구·개발한 콘텐츠는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고 있고요. 다양한 방식으로 보급·확산하고자 키트를 제작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14년 본격적으로 예술교육을 시작한 ‘상상창고 숨’에서는 ‘삶 담다 예술, 예술 닮다 삶’이라는 슬로건 아래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 집중하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시간과 공간을 이어가며 관계의 감각을 회복하는 예술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있습니다.
지난해 진행한 프로그램 ‘감감술래 작산아이’에서 작산아이는 제주어로 철없는 큰 아이를 의미해요. 아이들이 삶의 감각을 찾아가는 예술놀이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먼저 생각을 여는 ‘질문 워크숍’은 사유하는 시간을 나누며 많은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가치들을 스스로 감각해 가는 놀이 활동입니다. 두 번째 관계를 감각하는 예술 활동은 나의 내부와 외부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무엇인가를 소중히 하는 시선을 키워가고 다양한 관계의 감수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됩니다. 세 번째 공감의 힘은 좀 더 확장된 관계를 감각하고자 자연에서 경험하는 경외감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자연 탐사 활동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치를 알아가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놀이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면서 서로 공감하는 힘을 키워간다고 믿어봅니다.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살림공작소’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생활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통해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고 이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참여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스스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는데요. 산책길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다시 쓰고, 안 버리는 생활 습관을 키워갑니다. 생활 속에서 느린 속도이지만 우리가 합의한 가치를 위해 변화하는 과정에 함께하고, 공감을 통해 변화의 과정에서 저희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기도 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같이 오름을 오르거나 곶자왈을 걷다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평등한 관계 속에서 수평적 대화가 일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결국 삶의 결핍을 찾아가고, 회복을 위한 노력은 누군가(친구·숲속의 나무·길가의 고양이 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공감하며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무엇이든(관계) 함부로 하지 않고, 무엇인가(가치)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일상의 작은 변화가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아가기도 합니다. 예술을 통해 공동체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가면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삶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위해 모두가 필요한 존재이듯 말입니다. 예술가들이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예술교육에 끊임없이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상을 보는 시각의 전환 필요
박신의

앞서 네 분께서 각각의 입장에서 기후위기에 접근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줬는데요. 이런 활동이 어떻게 파급력과 효과를 가질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면서 토론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인상 깊게 본 기사4《한겨레》 2021.5.16. ‘세계의 ‘툰베리’들이 묻는다, 불타는 집을 바라만 보고 있나요?’가 있어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는 학생이 2018년 8월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학교 결석’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작한 시위가 SNS를 통해 전 세계 청소년에게 확산됐습니다. 이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캠페인이 돼 우리나라를 포함한 106개 국가의 청소년 기후활동가가 연대하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라디오를 통해 우리나라 학교 결석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들의 명료한 의식과 청명한 분노에 어른으로서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이제는 청소년을 교육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주체로 하는 프로그램과 연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강진숙 센터장님은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은 통찰을 얻었을 것 같은데요.

강진숙

저는 감동받은 순간이 많았어요. 청소년들은 진짜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독할 정도로 몰입해요. 에코건축학교는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운영하거든요. 청소년들이 아침에 와서 점심만 먹고 끝날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해요. 광명 같은 도심에 사는 청소년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개인적 고민이 많은데요. 진로와 환경 교육과 연계해 관심사를 공유해 보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 에코건축학교와 디자인학교입니다. 또 한 가지 접근 방식은 재미예요. 초등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관심보다는 재미가 없으면 안 해요. 그래서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게 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리플레이 메이커’인데요. 이를 통해 감동을 많이 받고 아이들한테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하고 싶은 걸 체험하면서 환경 교육에 접근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박신의

앞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예술가로서 또 하나의 분야로 삼고, 청소년의 활동과 미래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부산에서 참여한 청소년은 어땠나요.

모상미

처음에는 아이들과 가족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요. 얼마 전 고등학생들과 광안리 해변에 나가 쓰레기를 주워서 분류해 보고 각자 느낀 점을 나누는 비치코밍을 했는데요. 비치코밍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환경과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성지수

저는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기특한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우리는 우리 일을 하는 것이니 어른들도 어른들의 몫을 하라고 얘기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청소년마저 기특하다고 대상화하는데 하물며 말 못 하는 자연환경과는 어떻게 공존을 모색할까 하는 점에서 많이 반성했거든요. 저도 예술교육자로서 현장에 나가 보면 제도권 교육의 틀 안에서 어떻게 이들을 관리하고 통제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는데요. 이제는 우리가 배제하던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먼저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부터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진희

지금 세대가 기후위기를 인식한 첫 세대이자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하더라고요. 기후위기를 인지하는 과정과 실천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예술교육의 역할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는 소통하고 연대해야 할 시간
박신의

다음으로는 이런 예술 활동이 어떻게 많이 보급되고 공유될 수 있을지, 예술교육의 파급과 연대를 위한 기술적 시도나 별도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성지수

예술인 기후위기 세미나에서 누군가가 기후위기를 감각한 시를 쓰고 다 함께 낭독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전국 각지, 해외에 있는 분과 줌Zoom으로 연결했는데요. 각자의 공간에서 들리는 소음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함께 시를 읽었더니 굉장히 멋진 작품이 되더라고요. 이런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소통해 볼 수 있겠다고 체감했습니다.

모상미

저희는 부산의 5개 바다를 정화하면서 일반 시민 100여 명이 각각 채집한 것을 갖고 같이 작품을 만들어서 10월에 전시할 예정이에요. 개인의 체험에서 끝나지 않고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고, 같이 활동하는 모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있습니다.

강진숙

전시장에서 페트병으로 만든 작품을 본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도 집에 가서 해봐’라고 말할 때 속으로 미소 지은 적이 있어요. 집에서 페트병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무언가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쓰레기장으로 가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조그만 행동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박진희

살림공작소에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네 살 아이들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뭘 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휴대전화 게임만 했던 것 같은데 3개월 정도 지나니까 길가의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마당에 그림을 그린다거나, 쓰레기를 모아서 뭘 만들어보자고 선생님을 조르는 변화를 보였어요. 제주도 고등학교에서는 ‘트멍’이라는 생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곶자왈이나 바다에 나가 정화 활동 등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많은 활동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양한 현장의 연결이 아쉬웠습니다. 학교와 예술가의 현장이 맞닿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면서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신의

예술교육을 통한 기후위기 인식의 확산은 결국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요구받고 있는 시기에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평소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진희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활동이 비대면화되면서 저희도 SNS를 통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어요. 100명의 신청자에게 씨앗(콩알) 3개와 흙, 종이화분, 질문 카드를 배달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씨앗을 심고, 싹이 트고, 식물이 커가는 과정을 기록해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주는 작업이었어요. 참여한 분 중 한 분은 첫 씨앗이 자라 맺은 열매로 다시 싹을 틔워 올해 찍은 사진을 보내주신 거예요. ‘이 싹이 트는 내내 질문 카드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예술 프로젝트가 일상을 바꾸는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고요. 경직된 나를 흔들어놓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진숙

저희 세대는 기후위기를 얘기할 때마다 세상이 당장 망할 것처럼 위기감을 조성해서 교육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있게 바뀔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문화예술의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재미있게 기후위기 대처 방안을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앞으로 더 많이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모상미

작년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고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SNS를 통해 신청한 분들에게 키트를 보냈는데요. 집에서 쓰는 옷걸이나 바닷가에서 주워 온 부유물을 활용할 수 있는 키트였어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이 실천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더라고요. 코로나19로 위기의식을 느꼈지만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개발할 기회도 됐습니다.

성지수

기후위기를 탄소 문명의 종말이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신자유주의가 끝나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 같습니다. 팬데믹을 통해 위기의 순간에는 혐오의 마음이 커진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이런 순간에 예술과 문화예술교육은 실제 우리를 살리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텃밭을 가꾸며 소통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하거나 창작하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힘이었던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이 저는 예술과 문화예술교육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힘을 내 작업하고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인 상품화가 아니라 소통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감각으로 예술과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박신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예술의 방식이 결국 예술의 본질 같아요. 예술은 창작자와 관람객이 상호작용하면서 계속 질문과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토론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던 시각이 확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예술교육의 이러한 대응이 성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예술의 면모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오늘 아낌없이 경험을 나눠주시고 토론에 함께해 주신 발표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 사진 제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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