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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코로나19 문화예술 지원책의 사각지대, 아동청소년극·독립영화계“우리는 사각지대 속의 사각지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에 모든 것이 멈춰 선 봄이었다. 거의 모든 산업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불특정 다수의 밀집이 불가피한 공연예술계의 피해는 막대하다. 주요 극장이 문을 닫거나 제한적 운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거리 두기 객석제로라도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성인극과 달리 아동·청소년극 관련 단체와 평소에도 상영관 확보 및 관객 동원이 쉽지 않은 독립영화계가 직면한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문화계가 코로나 지원 사각지대라면 우리는 사각지대 속의 사각지대”라는 자조마저 나온다.

1 예술의전당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장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쪼그라든 공연 시장, 사라진(?) 아동극 시장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시장의 매출은 큰 폭으로 고꾸라졌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예술 분야 매출액은 2020년 1월 약 390억 원에서 2월 200억 원으로 내려가더니 3월 90억 원, 4월 47억 원까지 내려앉았다. 잠정 중단에 들어갔던 대형 작품들이 잇따라 공연을 재개하면서 5월 매출은 19일 현재 60억 원대까지 올라갔으나 여전히 100억 원대를 밑돌고 있다.
모두 어렵고 힘들지만 아동·청소년극 시장은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당장 성인극은 방역을 전제로 공연을 올릴 수 있지만, 아동·청소년극은 주 관객의 특성상 모든 공연을 열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1월 36억 원이던 아동·청소년극 매출은 5월 현재 5,000만 원대로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성인극과는 다른 공연 운영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성인극은 주로 대관 공연 중심으로 개인 관객 대상 티켓 판매로 수익을 올린다. 반면 아동·청소년극은 대관보다는 지역 문예회관이나 도서관 등 초청 공연 비중이 높고, 수익 역시 여기서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국공립극장과 지역 문예회관이 가장 먼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주 수익원이 원천 차단된 것이다. 실제로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한국인형극협회·유니마 코리아와 조사한 239개 아동·청소년 공연단체(개인 포함)의 1~4월 피해액은 23억 1,941만 원에 달한다. 관련 아티스트들의 고용도 크게 흔들렸다. 인력 구조 조정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무급휴직과 객원 인력 계약 취소가 가장 많았다.
아동·청소년극 업계는 성인극과 구분되는 별도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은 “성인극과 같은 접근 방식으로는 ‘지원도 아이들 밥 공기 사이즈만큼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인식에 그치고 만다”라며 “교육 목적도 커 어떤 장르보다 연구와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식이라면 미래 관객 육성도 요원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연계를 위해 내놓은 지원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 창작준비금 지원, 예술단체 대관료 지원, 소규모 공연장 방역 물품 지원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는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융자 지원도 대상이 개인에 국한돼 있어 극단 차원의 경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긴 힘든 데다 사단법인 형태의 비영리단체의 경우 손실 보전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 지원을 통한 대출조차 불가능하다. 한 어린이극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저런 대책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사실상 극단들이 기댈 수 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다”며 “애초 아동·청소년극을 성인극의 곁다리로 넣어 지원을 논의해선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6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아동·청소년극’ 분야를 별도로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공모’의 지원 대상을 연극, 무용, 음악, 전통, 시각, 다원, 문학행사, 아동·청소년극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아동·청소년극 장르를 단순히 연극 또는 다원 공연으로 묶어 공모할 경우 선정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재단의 이번 지원 대상 분류가 그나마 업계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방문해 코로나19 관련 방역 체계 및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영화 생태계 최하위, 독립영화계 현실

영화 생태계 최하위에 있는 독립·예술영화 단체와 개인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 이 독립영화 단체 및 기업 23곳과 개인 5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개인 응답자의 42%가 코로나19 사태 기간 수입이 전무(全無)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개인 응답자의 51%는 어떤 지원 신청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금 신청·지급 절차가 복잡한 데다 기준도 까다로워서 신청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90% 감면, 제작·개봉이 연기된 영화 지원, 200개 영화관 특별전 개최 지원 및 영화 할인권 130만 장 제공 등을 담은 17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지원책에 대한 영화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독립영화계에 대한 지원은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 한다는 게 모든 영화인의 주장이다. 실제로 영화계 관계자 355명은 정부의 지원책 발표 직후 ‘영화진흥위원회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범영화인의 요구’라는 성명을 내고 독립영화계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정부가 발표한 영화산업 지원 대책은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전제로 하고 있어 당장 생계가 어려운 독립영화인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독립영화계의 위기 극복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창작지원금·활동지원금 등의 긴급 지원과 비영리법인 및 단체의 고용 유지 지원, 독립·예술영화 전용상영관 긴급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책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글 송주희_《서울경제신문》 기자
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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