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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김래혁

무용/현대무용
b.1986
@laehyuk
서울무용센터 2024년 상반기 입주작가

<이상>(2016)

안녕하세요. 저는 군대를 전역한 후 뒤늦게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모던테이블’ 무용단에서 8년간2014-2021 활동했으며 현재는 윤가연 대표와 함께 ‘프로젝트 곳곳’이라는 2인 단체로 예술교육 및 공연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프리랜서 무용가로 여러 안무가와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무용수로서는 대학교 4학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 같아요. 그때부터 외부 공연 활동이 가능했기에 학교 선배 공연이나 여러 안무가 선생님의 작품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제가 열심히 수강한 이론 수업의 교수님께서 김남진 선생님을 소개해주셨거든요. 학교 선배 공연 외에 첫 활동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안무가로서는 2015년부터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지원금을 받고 공식적인 안무가로 데뷔한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7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되면서 ‘차세대 열전 2017!’에서 발표한 <My Codon>이라는 작품입니다.

예술가라는 개념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어떤 일을 하든 자유롭게 창작 또는 생각하는 사람이 예술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춤을 췄는데요. 음악을 들으면서 1시간 넘게 움직여도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뭐랄까, 춤을 출 때면 내가 있는 곳이 다른 세상 같고 저도 다른 존재가 된 느낌을 받았어요. 그 느낌은 지금도 춤을 출 때 느껴집니다. 제 예술의 원동력 같은 감각이에요. 춤을 추거나 안무할 때도 저를 비롯한 함께하는 무용수, 그것을 보는 관객도 같은 감각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잘 알려진 작품은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도 애정이 가는 작품은 많아요. 첫 번째로 <이상>. 무용수와 플루트 연주자가 동등한 퍼포머가 되어 공연하는 작품인데요. 대부분의 무용 공연에서 연주가는 춤의 배경음악을 연주하거나 무대 위 한곳에 머무르며 고정해 있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무용수와 연주자가 극을 함께 이뤄가고 춤도 같이 추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평등한 역할의 개념을 넘어서는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My Codon>. 이 작품은 개인의 행복 요소를 시공간적으로 분해해서 콜라주 방식으로 엮어 만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요소를 각자 다른 표현으로 만들고 대사와 자막, 사소한 소품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이에요. 아쉬웠던 것은 행복에 관한 정의를 뚜렷하게 내리지 못한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과거의 행복을 다시 꺼내면서 관객들의 기억 속에 행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지금의 행복에 관한 관점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My Codon>(2018)

세 번째로 현재 서울무용센터에서 입주작가로 작업 중인 <face it and set it up>이 있습니다. 지금 리서치 단계인데요. <My Codon>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과거가 아닌 최근에 인상 깊었던 사건이나 감정(긍정·부정적 모두)에 관해 작업하는 것인데요. 최근 인상 깊은 키워드를 쓰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구체화한 글과 움직임으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어쩌면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 과정의 중간 장치를 거치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무의식이 드러나는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험 정신으로 시도한 작업입니다. 최근에 저는 요즘 무용들의 동작이 비슷해 보이고 소셜미디어로 인해 춤이 ‘트렌디trendy’해지면서 고유성이 점점 사라지고 어떤 허영을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금 어설퍼도 자신만의 움직임, 흔한 동작이라도 나만의 고유한 감각, 감정이 담기는 춤을 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AI에 춤으로 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통념을 벗어나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한 저만의 방향이기도 하고요.

창작 활동에서 영감을 받는 요소는 종합적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이 다른 미술 작가의 작품과 겹치고 내 삶, 나를 돌아보는 생각과 이런저런 것들이 만나고 쌓이면서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김환기 작가의 전시 《한 점 하늘 김환기》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동서양의 소재가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그리트René Magritte처럼 초현실적 분위기가 나는 하얀 달항아리 그림이 인상 깊었습니다. 달항아리가 마치 김환기 작가 자신의 ‘눈’ 같아 보였어요. 점점 서구화 되어가던 시절, 그는 자신만의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달항아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자신만의 화풍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유롭고 자연적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평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선의 폭은 더욱 넓어져서, 말년의 <우주>라는 작품에서는 곧 끝날 자신의 삶을 다시 우주와 연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울무용센터 입주작가로서 <face it and set it up> 작업을 마무리하고, 여기에서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좀 더 ‘심플’한 표현과 ‘심플’한 예술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심플’이라는 말의 기준이 막연하긴 하지만, 이제 좀 더 직관적이고 제 취향이 마음껏 담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미랄까요. 설명적이거나 시대성을 증명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것, 햇살, 공이 굴러가는 모습 등 사소하고 별 가치가 없어 보일지라도 제가 좋아하는 소중한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심플하기에 동작이 작고 적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관점이 심플하다는 의미일 것 같아요. 하나의 마음, 하나의 시선을 표현하는 작품이랄까요.

정리 [문화+서울] 편집위원 전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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