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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김미희 작가 사별 뒤 얘기 잔잔히~

“삶과 죽음의 손을 잡고.”

남편과 사별 이후 가슴속에 숨겨놨던 응어리를 털어낸 에세이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김미희 작) 표지를 넘기자 검은 펜으로 눌러쓴 문구가 눈에 띈다. 전문 작가에게서 풍기는 기교가 아니라 친구에게 털어놓은 고백처럼 이 책은 읽는 이의 가슴 한편을 울린다. 이 책은 2년 전, 암으로 떠나보낸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다. 15년 가까이 함께했던 남편의 마지막 투병 생활은 그가 겪었던 고통의 매 순간을 지금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착각을 자아낸다. “그날 이런 일이 있었지….” 부부가 나눈 대화처럼 과거의 기억을 음미하는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작가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여섯 살 난 아들을 키워야 하는 절박한 심정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죽음을 앞둔 남편과 이제 생명을 시작한 자식 사이에서 정신 줄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한 손은 남편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아이를 잡은 채”라는 문구가 그의 인생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을지 모른다. 그는 힘겹게 살아온 40여 년에 어떤 미사여구도 붙이지 않았다. 아홉 살까지 함께 살았던 친엄마에 대한 기억, 술로 버티다가 허망하게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낀 새엄마에 대한 애틋함까지.
작가는 인생을 “견딜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이 덮쳐온 순간, 나는 기억의 저 먼 곳까지 헤엄쳐 갔다”고 말했다. 이제는 어린 아들과 거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절박함에 대한 외침일까. 그 언덕에 오르자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작가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부탁했는데, 사진을 찍어주는 아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것을 보내왔다. 사진 속 미소처럼 그들에게 행복만 가득하길 바란다.

김미희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어린이 좋은 생각》 잡지에 삽화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빠가 사라졌다! 》 《앨리가 앨리를 만났어요》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현재는 남양주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이상홍 배우 시즌배우의 참된 무게

“국립극단이라는 놀이터에서 2년간 신나게 놀아볼게요.”

지난해 12월, 창단 7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극단의 올해 시즌 작품이 공개되는 자리에서 연극배우 이상홍 씨가 밝힌 각오다. 그는 2020년에서 2021년까지 두 시즌을 함께할 단원 14명 중 제일 맏형이다. 여느 소감과 다르게 이 말이 공명을 울린 것은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데려갔는데 상기된 얼굴로 2시간 동안 신나게 놀 거라 말한 게 기억나요.”
1999년 ‘극단 동시대’로 시작해 ‘한양레퍼토리’까지 연극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까지 연기라면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틈나는 대로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났지만 언제나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과 안정적이지 못한 수입은 가장과 배우로서 한계를 떨쳐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오디션도 4전 5기 만에 합격한 것이다.
“작품 오디션이든, 단원 오디션이든 닥치는 대로 지원했죠. 그것은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이에요.” 더구나 나이 제한 때문에 국립극단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막차를 탔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내쉬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동고동락한 동료들에게 미안했을까. 합격 사실조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없었단다. 시즌 단원으로 선정되면 1년에 세 작품씩 2년간 총 6편에 참여하게 된다. 올해는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굿>(6월 18일~7월 12일), <햄릿>(11월 27일~12월 27일)이 예정돼 있다. 얼마 전 극단 옆 아동병원에 가는 딸이 “이제는 빨간 집에서 연극 안 해?”라고 물었는데 거짓말쟁이 아빠가 안 돼서 천만다행이라며, 앞으로 10년 뒤에도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상홍은 이상홍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중퇴했다. 1999년 연극 <신기루>로 데뷔해 ‘극단 동시대’와 ‘한양레퍼토리’를 거쳐 현재는 ‘낭만오빠’에 소속돼 있다.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죄와 벌> <명왕성에서> <깨끗하고 연약한> <공포> <아리아라리> <생존도시> <승관도> <형제의 밤> <미모되니까> 등이 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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