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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책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와 <디디의 우산> 글로 묶은 노란 리본
2014년 4월 16일. 그날로부터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슬픔으로 남아 있다. 눈앞에서 침몰하는 누군가의 가족, 친구,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은 온 국민의 마음에 상처와 부채의식을 남겼다. 이는 누구보다 뛰어난 감수성으로 타인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작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윤대녕의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와 황정은의 소설집 <디디의 우산>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엮어낸 자신들만의 노란 리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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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있어 다행이야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윤대녕 지음, 문학과지성사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에 실린 첫 단편 <서울-북미 간>의 K는 윤대녕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K는 세월호 침몰 후 밤마다 아이들이 물속에서 아우성치는 꿈을 꾸다 숨이 막혀 깨어나기를 되풀이한다. 하루하루를 억지스럽게 버텨내던 그는 결국 SNS로 소통하던 H가 있는 밴쿠버로 떠난다. H는 삼풍백화점 붕괴로 남편을 잃은 후 한국을 떠나 혼자 딸을 키우며 사는 여성이다. 둘은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며 교감하지만,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K에게 H는 “제발 자신을 해치지 말아달라. 나는 당신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K는 잠시 잊고 있었으되, 그동안 가슴에 들어와 박혀 있던 돌들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나 그는 숨을 한껏 몰아쉬고 나서 다시금 몸을 이리저리 버둥거려본다.
세월호 참사는 윤 작가에게 작가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그의 정체성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하고 더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깊이 사로잡힌 그는 2015년 1월 그야말로 뿌리치듯 한국을 떠난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도 위로를 얻을 수 없었고, 결국 힘들어도 소설을 쓰는 것만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다.
2015년 북미에서 쓴 <서울-북미 간>을 시작으로 한국에 돌아와 2018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발표한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 윤대녕에게 나타난 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소설집은 한때 ‘생물학적 상상력’으로 ‘사회학적 상상력’ 고갈을 극복하고 1990년 한국 문학을 개시했다는 평을 받은 윤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사회학적인 전개를 다시 펼치게 된 배경에 세월호 사건이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세월호가 촛불시위로 이어지고, 결국 정권도 바뀌었다. 그런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했고, 윤대녕은 소설을 썼다. “결국 삶을 지속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살기 위해 글을 써왔구나, 다행이다 글을 써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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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다 <디디의 우산> 황정은 지음, 창비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등 두 편의 중편소설을 엮은 황정은의 소설집 <디디의 우산>은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처럼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다룬다.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이라는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공명한다.
연인이었던 ‘dd’의 죽음 이후 자신도 죽음과도 같은 하루를 보내던 ‘d’는 세운상가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침잠한다. 상가에서 수십 년간 음향기기를 수리한 ‘여소녀’를 만나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디딘 d는 혁명을 얘기하는 친구 ‘박조배’와 함께 세월호 1주기에 광화문광장을 찾는다. d는 그곳에서 “혁명을 거의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공간, 그 진공을 만나 모든 것을 하찮게 느끼지만 오히려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얇은 유리 껍질 속 진공”에서 쓰라린 깨달음을 얻는다. “d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그 투명한 구를 잡아보았다. 섬뜩한 열을 느끼고 손을 뗐다. 쓰라렸다. d는 놀라 진공관을 바라보았다. (…)
우습게 보지 말라고 여소녀가 말했다. 그것이 무척 뜨거우니, 조심을 하라고.”(145쪽)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대학생으로 시위에 나가고, 2010년대 현재에는 구두회사에서 일하는 가난한 집의 맏딸 ‘김소영’. 그는 ‘서수경’과 20년을 살았지만, 자신들이 무슨 관계인지 정의할 수 없다. 딸들의 존재를 부끄러워하는 아버지, 성차별이 만연한 대학생 운동권 사회, 1996년 ‘연대 사태’의 고립과 폭력 등을 겪으면서 그는 사회로부터 눈을 돌리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던 중 서수경의 생일인 2014년 4월 16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계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에 우리는 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거나 우리는 그들이 아니라거나 하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그 배가 침몰하는 내내 목격자이며 방관자로서 그 배에 들러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어.” (295쪽)
<d>의 주인공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주인공 김소영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단 한 번 같은 공간에 머문다. 촛불집회가 있었던 어느 날, 광화문광장에서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 참사와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인 그 광장에서 언젠가 한 번은 만났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경험에서 우리는 희망을 봤다. 연인의 죽음이라는 비극과 암울한 시대상, 사회적 참사를 얘기하지만 황정은의 소설이 절망적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소설 사이에는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이 삽입됐다. 비 오는 새벽, 친구들의 귀가를 걱정하며 우산을 챙기는 dd의 생각이자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마음이야말로 혁명을 가능케 하는, 혹은 혁명 그 자체의 면모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글 김은경_연합뉴스 기자
사진 제공 문학과지성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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