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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돈의문박물관마을 근현대 100년, 기억을 보관하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꽤 크다. 9,770㎡의 대지에 전통, 근대, 현대식의 건물이 있고 건물 하나하나는 전시공간이자 체험공간이다. 모양새가 제각각인 건물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어색하지 않다. 주변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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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의문박물관마을 마당.

새문안 동네의 시간

한양도성의 서쪽 큰 문,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돈의문은 1396년에 세워졌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된 뒤, 1422년, 현재의 정동사거리에 새롭게 조성됐다. 이때부터 돈의문에는 새문[新門]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돈의문 안쪽 동네는 새문안 동네로 불렸다. 이후 1915년 일제가 도시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돈의문을 철거하면서 돈의문은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이야기로만 전해지게 된다.
1960~1970년대 새문안 동네는 주변 명문고로 인해 과외방이 성행했다. 주변 명문고가 강남으로 이전하고 과외금지령이 내려지면서부터는 성격이 변한다. 비슷한 시기 교육청이 마을 뒤편으로 이전해왔고 강북삼성병원 신관과 같은 고층 빌딩이 들어서며 송월길 가로변 중심 인근에는 회사원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 많아진다. 덕분에 1990년대에는 식당 골목으로 전성기를 누린다. 이후 새문안 동네는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어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뻔했지만 전면 철거 후 신축하는 기존 재개발 방식에 대한 깊은 반성의 목소리로 인해 도시재생 마을로 계획된다.
새문안 동네가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첫 선을 보인 것은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개최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였다. 그러다 올해 총괄 운영주체가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에서 서울시 문화본부로 변경됐고, 근 2년 만에 박물관마을은 새롭게 단장된다. 재정비된 박물관마을은 4월 프레스투어를 시작으로 일반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공간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근현대 시대를 재현하고 기념하는데 새문안 동네의 역사와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을 담은 <마을전시관>(16개동), 고즈넉한 한옥에서 근현대 문화예술을 직접 배우는 <체험교육관>(9개동), 마을 콘셉트에 맞는 입주작가 전시와 워크숍이 함께하는 <마을창작소>(9개동) 등으로 이루어졌다. 크게 전시, 체험, 입주작가의 공간(전시+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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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돈의문박물관마을 전경.

골목 너머 마주하는 추억과 역사

공간에 순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편의를 위해 나눠보겠다.
첫 번째 공간인 마을전시관은 역사와 추억의 공간이다. 골목길과 담벼락을 비집다 보면 추억의 공간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 공간이 익숙한 세대라면 꽤나 반가울 법하다. 필자에게 ‘새문안극장’과 ‘시민갤러리’는 그런 곳이다. 진열된 비디오테이프, 시티폰, 삐삐를 보며 당시의 감성을 떠올린다. 반면 근대 사교장을 재현한 ‘돈의문 구락부’(구락부는 클럽을 한자로 음역한 것)에선 조금 다른 감정을 느낀다. 추억이 아닌 역사로 받아들여지는데 역사라는 단어의 무게를 생각하면 사뭇 진지해진다. 체감상 역사는 가까운 과거보단 기억할 수 없는 먼 과거를 얘기하는 것 같다. 추억과 역사 모두 과거의 한 지점이고 시간인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시간을 경험했나 안 했나일 것이다. 100년 전 과거의 유물이 그랬던 것처럼 100년 후 사람들에게 시티폰과 비디오테이프는 역사 속 유물이지 추억의 물건이 아니다. 더 나아가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시 사람들에게 구락부는 마냥 좋은 추억일 수 없다. 근현대의 추억과 역사가 아름답게 해석된 돈의문박물 관마을이지만 이러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체험교육관은 문화예술 활동 공간이다. 한지공예, 자수 공예, 서예, 6080통기타 교실, 경성시대 양장메이크업, 시대별 스타일링 등 근현대 100년 안에서 유행했던 당대의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입주작가(입주단체)의 공간이 있는데 전시도 볼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이 밖에 마을중앙에 있는 ‘마을마당’은 축제와 문화행사가 열리는 마을의 중심점이자 소통창구로 상시 대관이 가능하다. 기타 시설로 분류된 5개의 공간 중 하나인 ‘돈의문 AR체험관’은 1915년 철거된 돈의문을 증강현실로 복원해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개관은 6월 예정이다. 개인적으론 ‘독립운동가의 집’(3·1운동과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공간)과 함께 진지함과 엄숙함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설계되면 좋겠다. 그 외 ‘생활사전시관’, ‘돈의문콤퓨타게임장’, ‘삼거리이용원’, ‘서대문사진관’, <후레쉬 서울>展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있으니 근처를 지나간다면 한 번 가보길 바란다.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라는 선전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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