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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국내 최초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 25개 헌책방이 한자리에
송파구 신천유수지 내에 비어 있던 구 암웨이 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국내 최초의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가 지난 3월 개관했다. 헌책방 25곳, 12만 권의 헌책을 1,465m2(443평) 공간에 모아 보는 이를 압도한다. 헌책방과 독자를 잇는 문화 플랫폼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문을 연 서울책보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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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 암웨이 창고를 리모델링한 서울책보고 외부 전경.

유휴공간 살리고, 헌책방도 살리고

잠실나루역에서 도보 3분, 서울책보고는 잠실철교 아래에 있다. 헌책이 머물다가는 ‘책 정거장’을 넘어, 입지가 좁아져가는 헌책방과 대중을 이어줄 플랫폼을 지향한다. 원래 창고였던 탓에 멀리서 보면 평범한 컨테이너처럼 보이지만, 책방 안으로 들어서면 깜짝 놀란다. 입구 양옆으로 철제 서가 32개가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책벌레를 상징하는 공간 설계는 건축가 서현의 작품이다. 기본 서가는 6단이지만 높은 곳은 10단에 달해, 실내를 거닐다 보면 거대한 고래 뱃속을 구경하는 듯하다. 높이 꽂힌 책들도 그저 장식용이 아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열람 후 구매할 수 있다.
서울도서관 헌책방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서울책보고는 2016년 리모델링을 계획해 2018년 초 공사를 시작했고 그해 말 완공했다. 시민 공모를 거쳐 ‘책 보물창고’라는 뜻과 ‘책 보러 가자’는 중의적 표현을 담아 현재의 명칭을 확정했다. 입점한 헌책방 25곳은 서울도서관과 전국책방협동조합, 청계천 헌책방 관계자 등이 함께 선정했다. 숨어있는책, 글벗서점, 서적백화점 등 헌책방 마니아에게 알려진 곳은 물론, 동신서림, 동아서점 등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터줏대감들이 함께했다. 책방의 성격도 다채로워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종의 헌책 백화점인 셈이다. 위탁판매 수수료는 카드 수수료를 포함해 10%선으로 점주들에게도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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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벌레를 상징하는 철제 서가로 구성한 헌책 공간. 건축가 서현이 설계했다.
3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아카데미 공간.

입소문 타고 2주 만에 3만 5,000권 팔려

이색적인 건축물로 입소문을 탄 덕도 있지만, 헌책 12만 권을 한자리에서 고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이들이 서울책보고를 찾았다. 개관 후 5일간 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헌책 판매량이다. 2주간 팔린 헌책이 무려 3만 5,000권. 이처럼 반응이 뜨거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서울도서관 문지선 주무관은 “학생들은 물론, 헌책에 대한 추억이 있는 중장년층 등 방문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요. 헌책에 갈증이 있던 사람들이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오는 것 같아요. 방문자들은 특히 초판본이나 옛날 교과서, 잡지를 전시하는 기획전에 관심이 많아요” 라고 밝혔다.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있다. 혹시 좋은 책이 개장 초기에 다 빠져버린 게 아닐까? 하지만 뜨거운 반응을 실감한 점주들이 양질의 헌책을 선별해 계속 보내온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좀 더 수월하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점주들이 매주 직접 책을 배가하러 와서 분야별로 정리해놓기도 한다고.
입고된 모든 헌책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검색이 가능하다.
서울책보고 내 검색용 컴퓨터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누리집(http://seoulbookbogo.kr)에 접속해 검색할 수도 있다. 다만 대형 인터넷서점의 중고책 검색 시스템처럼 정확한 위치를 찾는 건 불가능하고, 판매 책방만 확인할 수 있어 다소 불편한 점은 있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건, 단지 책을 싸게 사려고 헌책방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책의 숲을 거닐며 마음에 와닿은 책과 조우하거나, 오래전 절판돼 애타게 찾던 책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새 책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경험이다.

애서가를 사로잡는 책 문화 프로그램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서울책보고는 헌책 판매 외에도 다양한 성격의 공간 운영과 문화 프로그램으로 애서가의 발길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특히 책방 입구 오른편의 독립출판물 서가는 독립출판서점 8곳에서 추천받은 2,130여 권의 독립출판물을 소장한, 서울 유일의 독립출판물 도서관이다. 문 주무관은 “각 독립출판서점에서 재고가 1권밖에 없어 앞으로 보기 힘든 책을 위주로 수집했고, 연내 3,000권까지 소장도서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 부부가 서울도서관에 기증한 1만여 권의 책도 비치되어 있다. 이 책들은 비매품으로 책방 내부에서만 볼 수 있다. 이 밖에 아카데미 공간에서 독서 소모임 ‘수요북클럽’, 박연식 작가의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를 진행하며, 5월부터는 북 카페도 운영한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 중인 개관 기념전은 <1950년대 교과서, 초판본 및 저자 사인본>으로, 전시가 끝나는 5월 이후에는 전시했던 도서의 구매도 가능하다. 그 밖에도 특별전 <책을 펼치다, 봄을 그리다>, 헌책 큐레이션 전시 <헌책 책보고(冊寶庫)싶다>를 함께 볼 수 있다.
4~8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한 평 시민 책시장’에 참여해 직접 헌책을 팔 수도 있다.(누리집에서 신청, 선착순 마감)

글 고경원_자유기고가
사진 제공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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