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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 게재됩니다.
이해성 연출가자본주의의 폭력과 비명

박선희 연출가

“사회적 약자들은 모두 만난 것 같아요.”

문화예술계 검열에 저항하는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극장장이었던 연출가 이해성은 2017년 5월 광화문광장에서 108일간의 노숙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털어놨다. 살을 에는 강추위로 뒤덮인 당시, 광장은 탄압에 억눌린 예술가뿐 아니라 해고노동자와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로 가득찼다. 그랬던 기억 때문일까.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유독 ‘상처받는 소수자의 외침’이 많이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와 장자연 사건을 다룬 대표작 <빨간시>와 자본주의의 병폐와 과소유를 꼬집은 <살>이 대표적이다. 그도 자신의 모든 작품이 ‘고통’으로 통한다고 말한다. 그는 3월 22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비명자들1>에 대해 “이런 고통을 하나로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고통의 생성과 소멸을 다룬 <비명자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재작년에 첫 선을 보인 <비명자들2>의 후속작인데,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해 서사극으로 풀어냈다. 총 3부작인 이 시리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배경인 <비명자들2>, 중국이 학살을 자행한 티베트를 다룬 <비명자들1>, 그리고 한국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비무장지대(DMZ) 이야기 <비명자들3>으로 이뤄진다. 시리즈 번호가 뒤바뀐 이유를 이 연출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 작품을 올리다 보니 전후의 에피소드가 필요했어요. <비명자들1>은 첫 번째 작품 이전의 에피소드죠.”
이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자본주의의 폭력에 내몰린 좀비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좀비들이 외치는 비명은 누군가를 해치는 가해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구해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며, 사회 전체에 만연한 ‘고통’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사진

이해성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에 창단한 극단 고래의 배우이자 작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과 희곡상, 2016년 서울연극대상 대상, 2017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연극 부문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고래>, <빨간시>, <불량청년>, <사라지다>등이 있다.

이영조 작곡가남북 동요의 융합

안정민 극작가

“서로 다른 노래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

클래식 작곡가 이영조는 4월 5~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정기연주회 <하나 된 우리 동요>의 대표 작곡가로 참여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통일을 향한 어린이들의 합창’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연주회는 통일 한국을 노래하는 남북한의 대표 동요를 공개한 자리였다.
클래식과 오페라 작곡가로 알려진 그가 어떻게 동요를 작곡하게 됐을까. 그는 ‘엄마가 섬 그늘에…’로 시작되는 우리의 대표 동요 <섬집아기>(이흥렬 작곡)로 말문을 열었다. “어려서부터 입에 달고 불렀던 이 노래는 제 아버지가 만드신 곡이에요. 함경남도 원산이 고향인 아버지가 들려주신 고향 이야기 때문에 북한과 동요는 제게 각별한 의미가 있죠.” 이번 연주회는 그리움, 추억, 만남, 통일로 이어지는 주제를 가지고 이영조, 조혜영, 김준범, 이호준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네 사람이 참여했다. 통일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작곡한 <산 너머 친구에게>와 <우리 산 우리 강>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어린이가 함께 부르는 노래와 북한 동요까지 20여 곡이 공개됐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70년 넘게 갈라선 남북한의 동요를 한자리에서 부른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슴 벅차지 않나요?”
그는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클래식에서도 서로 다른 노래를 엮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평소 클래식에서도 국악 정신을 강조해온 그이기에 남북한의 동요를 잇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저와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르너가 함께 만든 합성곡 <아리랑 고개 위의 들장미>처럼 이질적인 두 음악이 하나로 합쳐진 사례는 많아요. 이번 음악회는 남북한 동요의 융합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이런 작품은 시간이 걸릴 뿐 장벽이 되진 않을 거예요.”

관련사진

이영조는 연세대 음대와 동 대학원을 거쳐 독일 뮌헨 국립음대 최고위 과정을 졸업했으며, 아메리칸 컨서버토리 오브 뮤직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20 Trillion Production Seoul의 회장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을 역임했고, 연세대 교수, 네덜란드, 모스크바 현대음악제 초청 작곡가로 활동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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