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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새롭게 정의 내려진 ‘로컬리티locality’, 그 한계는 어디까지? 전시 〈일시적 개입〉과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뚫리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3년 동안 밟지 못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다양한 ‘로컬local’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간적 의미의 지역 그 너머에 있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과 내면의 감각에 주목하는 두 개의 전시를 소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거리두기는 끝나가지만 ‘이 땅 이곳’만이 줄 수 있는 감각과 생각거리를 통해 자신의 사유를 확장하고 싶은 사람은 주목하기를!
전시〈일시적 개입〉
로컬과 그 너머의 다양한 삶의 모습 〈2022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 | 2022.11.18~2023.1.21 | 아르코미술관 제1,2 전시실, 스페이스필룩스

로컬리티locality’를 주제로 하는 전시라고 해서 단순히 지역이나 장소에 국한한 내용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시 〈일시적 개입〉은 로컬 자체보다는 로컬에 깃든 삶, 문화, 문제에 대해 집중한다. 어떤 장소의 고유성을 알기 위해서는 그 장소 위에 있는 환경과 그곳을 둘러싼 다른 장소와의 상호작용이라는 복합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마치 로자바(시리아 동북부 자치행정부)를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로자바의 민주주의 투쟁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의정부 빼뻘마을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미군부대 내의 정착촌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처럼.
전시 〈일시적 개입〉은 지역의 시공간적 맥락과 더불어 지역 내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고자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동체’의 범위는 어디까지 정의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애써 신경 쓰지 않는 감각조차 이곳에서는 전시 내용이 된다. 바닷가의 내음이나 돌멩이의 촉감과 같은 직관적 감각에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다양한 이웃들과의 소통까지, 모든 것이 작품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웃이라 함은 여성·장애·퀴어 등 사회적 소수자는 물론 기후변화·자본·성장 등의 사회적 문제, 그리고 애써 외면해 온 동식물·노동자까지 모두 포함된다. 지리적 로컬 개념으로는 충분히 담지 못하는 이웃들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와 연대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나의 무지와 무신경에 대한 각성도 따라온다. “어쩌면 ‘일시적 개입’은 더는 ‘일시적’으로 남지 않을 것만 같다”는 예감도 덤으로 함께.

전시 〈국내여행〉
진짜 로컬은 이 땅 이곳에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 | 2022.10.21~2023.2.19 | 피크닉

전시 〈국내여행 GRAND TOUR KOREA〉는 좀 더 ‘여행’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만 여행을 통해 이 땅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 땅 위에 서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앞선 전시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 국내 지역에 한정해 전시를 꾸렸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나’와 ‘내가 살아가야 할 이 나라’라는, 다소 가까운 곳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전시는 ‘여행은 곧 길을 떠나는 것’이라는 주제를 통해 길 위의 감각을 온전히 되살리기도 하고 산, 바다, 나무라는 우리나라 지형적 특성을 하나씩 다루면서 우리가 취해 온 삶의 방식을 다뤄보기도 한다.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려는 농경시대의 집단적 이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외부인에게조차 장벽을 세우지 않는 마을 건축물의 구조 등이 좋은 예시다.
여행은 단순히 공간적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시간 여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상북도 경주시의 능을 보고 있자면 신라인의 죽음을 응시하게 되고, 한때 가닿을 수 없는 아득한 공간이던 금강산이나 옛 서울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디지털을 통해 익숙하게 봐온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 있는 선조의 지혜, 특정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애달픈 역사적 이야기, 특정 지역에 깃든 나만의 경험 등을 포개어 함께 느끼다 보면 이 좁은 대한민국 땅도 과연 ‘그랜드 투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이 주는 감동의 여운과 함께 약간의 먹거리와 여행 정보가 따라오는 것이 이 전시의 묘미다. 전시 티켓 구매자에게는 1층 카페에서 일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별관에 위치한 책방에서는 국내 여행 관련 책도 큐레이팅하고 있으니 들러보길 바란다.

손성원_《한국일보》 기자 | 사진 제공 아르코미술관,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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