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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서울무용센터 X 춤in 공동 기획 비평글쓰기 워크숍 우리에게는 어떤 대화가 필요한가?


서울무용센터 비평글쓰기 워크숍 웹포스터

서울무용센터와 [춤in]은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7주간의 비평글쓰기 워크숍을 공동 기획했다. 국내 무용예술계에 비평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했다. 기존에 비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많았다. 그럼에도 비평글쓰기 워크숍을 기획하게 된 것은 비평(가)과 창작(자)의 관계가 단절된 채로 진행된 비평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워크숍을 여는 질문은 ‘우리에게는 어떤 비평이 필요한가?’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비평’을 ‘대화’라는 단어로 치환한다. 그 말은, 비평을 대화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을 제작하다 보면 이 모든 과정이 ‘대화’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안무가가 무용가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안무가와 드라마투르그가 안무와 춤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화두를 전달할 수 있을지 무대를 상상하고 추측하며 맥락을 만들어나가는 작업, 무대를 만드는 무대미술·조명·음악·의상이 안무가의 의도를 디자인해 가는 과정 등이 그러하다. 이들이 작업을 제안받을 때는 작품이 제작 과정에 있을지라도 첫 번째 관객으로 작품을 만나며, 그 이후로는 제작자와 디자이너의 정체성으로 작품을 함께 채운다.
무대를 이루는 모든 부분이 채워진 무대를 각자 상상하며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대화가 축적된다. 그리고 무대 리허설을 할 때가 돼서야 작업에 임한 수십 명의 아이디어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의 그림은 단순한 한 장면이 아니다. 작업에 임한 여러 사람의 의견이 대화의 형식을 거쳐 무대에 존재하기에 질문의 구조체라고 일컬어도 될 것이다. 객석에 앉은 이들은 구조체로 이뤄진 무대의 첫 번째 관객이다.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무대를 만든 이들은 숨죽이며 불 꺼진 객석을 응시한다. 관객은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또다시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쓴다. 그런 면에서 비평은 공연의 연장선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비평이 필요한가?

여기서 ‘우리’란 공연을 함께 만든 사람이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비평 또한 공연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파이는 대화를 통해 점점 넓어진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의 기획이 어떤 비평(대화)이 필요한지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현재 그것이 불충분하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이는 안무(가)와 비평(가)의 관계에 여러 질문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무가와 비평가 사이의 소통은 왜 단절돼 있는가? 비평의 위계인가? 비평가의 위계인가? 안무가는 어떤 비평을 필요로 하는가? 비평가는 어떤 작품을 원하는가? 작품과 작업의 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되는 가운데 비평의 영역만큼은 견고하다. 그 견고함에 안전거리를 두는 창작자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술 창작은 안무적 실험을 넘어 협업, 융합 등 분화돼 있던 장르가 섞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언어를 꾸준히 발견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비평은 어떤 발견에 동참하고 있는가? 관객의 눈이자 미학적·정치적 관점에서 작품을 ‘읽고’ 글쓰기로 이어가는 창작과 비평의 구조에서 많은 것이 섞이고 언어가 바뀌는 현재 이 ‘눈’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비평은 꼭 글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창작과 관람, 사유의 전 과정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비평은 글이기 이전에 ‘비평적 관점’을 탑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비평적’이라는 것이 어렵다면 자신의 언어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듣고 있는가? 보고 들은 것을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고 있는가? 왜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가? 나의 언어를 상대방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사이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하고 있는가? 이런 맥락에서 비평은 비평가, 드라마투르그, 토론자, 아웃사이드아이outside eye 혹은 제3의 눈third eye, 음성해설가(시각/청각 장애인에게 눈과 귀가 돼주는 역할) 등 여러 역할로 작동할 수 있다. 예술의 다양한 분야에 포진돼 있는 무용을 들여다보는 것, 무용이 아닌 것에서 무용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 그럼으로써 컨템포러리의 장 자체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소통이 가능한 평론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비평글쓰기 워크숍의 취지다. ‘비평의 다양한 장’이 지속성을 확보할 때 국내의 비평 문화가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첫해의 워크숍에 동참한 참여자에게 각별한 의미와 상징적 자리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글 양은혜_[춤in] 편집장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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