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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왜, 지금, 극장인가 대학로극장 쿼드 제작 공연 창작자 인터뷰

올해 7월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하 쿼드)가 개관했다. 옛 동숭아트센터의 동숭홀을 리모델링한 쿼드는 예술적 도전과 실험이 가능한 가변형 블랙박스이자 동시대의 다원성을 보여주는 공공극장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개관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며 쉴 새 없이 달려온 대학로극장 쿼드가 올 12월, 드디어 첫 제작 공연 두 편으로 관객을 맞는다. 극장의 확장성에 주목하며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등 실험적으로 극장을 탐색하고 있는 〈2022 휘이잉〉의 송주원 안무가와 〈환등회〉의 전진모·최윤석 총괄연출가를 만나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휘이잉〉 ⓒ송주원

마을과 무대에 흐르는 안녕安寧의 바람
〈2022 휘이잉〉 송주원 안무가

Q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송주원 안녕하세요. 저는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으로 활동하는 송주원입니다. 현재 대학로극장 쿼드에 올릴 〈2022 휘이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2022 휘이잉〉은 어떤 작품인가요?

송주원 〈2022 휘이잉〉은 마을에 흐르는 바람과 안녕安寧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0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진행해 온 도시 공간 무용 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기도 하죠. 이번 작품은 보광동과 한남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마을버스를 따라 맴돌고 우사단로를 가로질러 장문로와 대사관로를 오가면서 마을에 흐르는 바람wish이 움직이는 바람wind으로 자리한다고 느꼈어요. 마을의 모세혈관처럼 흐르는 바람이 보이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바람이 들리는 작품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풍정.각’ 시리즈는 댄스필름과 장소에 기반한 퍼포먼스로 선보여 왔는데요. 이번에는 도시 공간과 영상과 무대가 중첩된 블랙박스로 마을을 가져와 보고 싶었습니다.

Q 마을을 블랙박스로 가져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서울의 많은 마을 중 하필 보광동과 한남동을 고르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송주원 제 작업은 몸이 닿은 자리에 흐르는 삶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만난 장소, 그리고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의 몸과 삶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고민하다 보니 마을을 이야기하게 됐어요. 마을을 무대로 불러오는 것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마을을 포착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댄스필름은 안무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관객이 볼 수 있거든요.

송주원 안무가

그런데 무대에서는 안무가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관객의 선택 폭이 늘어납니다. 마을의 장소·사물·사람이 흐르는 블랙박스에서 몸으로 마을을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2018년 여름 보광동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던 중 이곳이 재개발로 인해 곧 사라질 거라는 이야길 들었어요. 사라져 가는 삶의 자리를 ‘풍정.각’ 시리즈로 작업해 오고 있으니 이번에는 이 마을의 시간을 기록해 보자는 마음이었죠. 어느 날 보광동과 한남동 사이 담벼락을 따라 걷는데 마을의 경계를 휙 뛰어넘는 고양이와 마주쳤어요. 처음에는 고양이만 자유롭게 넘는 줄 알았던 날카로운 경계가 마을을 다닐수록 점점 낮아지는 경험을 하며 경계 안의 삶과 그 속살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저마다의 바람이 어떻게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가는지 찾아보려고 해요.

Q 공연이 두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각 챕터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송주원 챕터1에서는 마을을 담은 영상과 사물이 퍼포머로서 관객을 맞이해요. 챕터2에서는 무용수가 퍼포머로 들어오면서 마을의 장소·사물·사람이 모두 무대에 모이죠. 쿼드 정식 개관 전에 〈휘이잉〉을 시범 공연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요. 마을이 담긴 댄스필름과 무대 위 무용수의 춤이 동시에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은 어쩔 수 없이 무용수의 움직임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올해는 관객이 마을의 면면을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챕터를 나눴어요. 영상이 배경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무용수와 부딪쳐 휘돌아 나가거나 함께 맴도는 바람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영상과 사물도 하나의 퍼포머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송주원 〈2022 휘이잉〉에서는 모두가 퍼포머라고 생각합니다. 극장도 하나의 퍼포머로서 마을에 흐르는 바람wish과 움직이는 바람wind을 표현하기도 하고요. 그 자체로 작품이 담기는 마을이자 작품이 담고자 하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공연을 올리기 전 많은 극장이 ‘안 되는 것들’의 리스트를 먼저 주는데 쿼드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속 물어봐 주시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기다려주셔서 자유롭게 가능성을 탐구해 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스크린도, 조명도, 바닥도 하나의 퍼포머로 작용하는 공연을 만들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2022 휘이잉〉의 관객과 [문화+서울] 독자에게 한 말씀 전해 주세요.

송주원 최근 보광동과 한남동 근처에서 너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어요. 참사 몇 주 전까지도 저희 팀은 그곳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죠. 이 시기에 어떤 위로와 애도의 바람을 흐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저는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을 더 만나고, 껴안고, 함께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혼자 슬퍼하거나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마을에 흐르는 바람과 안녕의 기운을 몸으로 만나보고 우리는 어떤 안녕을 기원하고 있는지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환등회〉 극장워크숍 ⓒ최윤석

극장을 감각하는 여섯 예술가의 장면들
〈환등회〉 전진모, 최윤석 총괄연출가

Q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최윤석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예술작가 최윤석입니다.
전진모 저는 연극을 연출하는 전진모입니다.

Q 〈환등회〉는 어떤 작품인가요?

최윤석 〈환등회〉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여섯 명의 공동 연출가가 모여 ‘극장에 대한 몽타주’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입니다. 극장이라는 장소의 여러 단상을 경험하며 창작진과 관객이 함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전진모 일관된 흐름의 서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공통된 화두에서 떠올린 각자의 장면을 나열하고 조립하고 있어요. 이 작품 안에서는 각자의 작업이 누군가의 배경이 되지 않고 온전하게 담기기를 바랐죠.

〈환등회〉 전진모 총괄연출가

〈환등회〉 최윤석 총괄연출가

Q 그렇다면 〈환등회〉를 이끌어나가는 공통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전진모 출발점은 ‘극장’이었어요.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눈길 건너기》를 함께 읽었는데 이야기에 ‘여우의 숲’이라는 곳이 나와요. 평소에는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눈이 많이 쌓이면 길이 생겨 여우의 숲으로 건너갈 수 있게 되죠. 이 눈길과 여우의 숲이 극장과 비슷하다는 데 생각이 모였습니다. 극장 역시 평소에는 가보지 못한 이세계異世界로 넘어가는 길이 돼준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각자 극장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다뤄보기로 했죠.
최윤석 이렇게 모인 여섯 명의 장면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이면서 저희 나름대로 극장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극장이 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각자의 장면을 발전시키다 보니 지금은 《눈길 건너기》의 텍스트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진 상황입니다.

Q 여러모로 ‘극장’이 〈환등회〉에서 중요한 키워드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극장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전진모 ‘극장’을 바라보는 여섯 연출가의 관점이 모두 다른 것처럼, 관객이 바라보는 극장 또한 일방향이지 않기를 바랐어요. 관객이 어디에 앉아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고정하지 않으려 했고, 오히려 극장을 자유롭게 움직여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공연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최윤석 의식적으로 프로시니엄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쿼드가 이미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블랙박스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무대를 창의적으로 쓸 수 있게끔 기술적 설계가 잘된 공연장이죠. 무대 형식을 고민도 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열린 극장을 떠올렸어요. 장면과 무대와 관객이 나눠지지 않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극장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올해 개관한 대학로극장 쿼드의 첫 제작 공연으로 〈환등회〉를 선보이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최윤석 앞서 몇 개 프로그램이 상연되기는 했지만 온전히 ‘대학로극장 쿼드’로서 올리는 공연은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동시에 두렵기도 합니다.
전진모 예전에 이 자리는 동숭아트센터였고, 재단에는 쿼드 이전에 남산예술센터가 있었죠. 과거의 맥락을 충실하게 잇는 것과 그 색깔을 빼는 것, 둘 다 어려운 일 같습니다. 쿼드는 쿼드 나름의 출발 과정에 있는 듯한데 저희도 때마침 그 과정의 일부로 공연을 올리게 됐습니다. 다른 기대에 앞서,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연재인_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 사진 송주원, 전진모, 최윤석, 공간느루

? 인터뷰 이후 제작진 논의를 거쳐 챕터 구분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장소·사물·사람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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