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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10월호

철도병원에서
용산의 역사를 보다
용산

토요일 오전의 용산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저마다 다른 목적의 여행자가 적당히 뒤섞인 용산역은 한가함과 번잡함 사이 어딘가에서 적당한 밀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용산전자상가와 신용산역 주변의 빌딩 숲은 전혀 다른 시간의 질감으로 존재한다. 오늘은 용산역 인근에 있는 서울예술교육센터를 방문하기로 하고 용산역 1번 출구로 나왔다.

서울예술교육센터, 자신의 존재를 탐색할 수 있는 곳

서울예술교육센터에는 10대 청소년의 예술교육을 위한 ‘아츠포틴즈’와 서울 시민의 감정을 수집하는 특별한 서가인 ‘감정서가’가 있다. 청소년을 위한 ‘쓸모 있는 경험’을 모색하는 예술교육 공간인 ‘아츠포틴즈’는 공공시설동 5층과 6층에 위치한다. 5층에는 오픈스페이스?VR룸?녹음실?영상편집실 등이 있고, 6층에는 다목적홀과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VR 체험이나 목공, 그림과 출판을 결합한 책자 제작 등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단순한 체험을 넘어 삶의 감각을 깨우고 생각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청소년을 가르치고 훈육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관찰하고 경험하며 다양한 가치를 그려나가는 공간이다. 감정서가는 용산역과 신용산역 주변에 새롭게 들어선 고층 빌딩의 1층에 있어 바깥에서 보기에는 얼핏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 같았다. 실제로 지나가다 카페인지 알고 들어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한다. 감정서가는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내던 감정에 관해 사유하고 탐색하는 공간이다. 매일의 감정을 표현하고 기록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타인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공감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간다.
서울예술교육센터를 나와 최근 새롭게 개관한 용산역사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은 서울예술교육센터 남쪽 서빙고로 건너편에 있다. 용산역사박물관은 1928년에 건립된 용산철도병원을 새롭게 꾸며 2022년 3월 23일 개관했다. 지상 2층, 연면적 227㎡ 규모다. 거의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근대건축물인 용산철도병원은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2011년까지 중앙대학교 부속 용산병원으로 사용했다.
오늘의 산책 코스는 용산역사박물관이다. 용산역사박물관은 붉은색 벽돌로 마감된 고풍스러운 외관과 창호 등을 최대한 복원하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일제강점기 병원 건축으로서 소중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아치형 출입문이 시선을 끈다. 과거 철도병원 출입구에 있던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용산역사박물관, 용산의 삶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

용산역사박물관에서는 용산의 역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자료가 많이 전시돼 있어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1, 2층을 꼼꼼히 다 돌아보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천의 얼굴, 용산’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로 시작되는 상설 전시는 한양의 길목이었던 용산에서 시작해 군사기지로의 변화, 철도교통의 중심지였던 용산과 철도병원 이야기, 다양성과 공존의 현대 도시 용산의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2층의 기획전시실에서는 〈용산, 도시를 살리다-철도 그리고 철도병원 이야기〉라는 제목의 개관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출입문을 지나면 용산철도병원이 용산역사박물관으로 변신하는 리모델링 과정을 담은 타임랩스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옆 출입구로 들어가면 용산에 관한 다양한 이미지 및 영상 자료를 모아놓은 아카이브 미디어월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먼 과거가 된 흑백사진 속 용산의 모습과 컬러사진으로 보여주는 최근의 모습까지 용산에 관한 흥미로운 사진과 영상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용산은 과거 조선 시대 세곡선이 드나들던 중요한 포구가 있던 곳이다. 각 지역의 세곡이 용산에서 모여 도성 안으로 운반됐다. 자연스럽게 용산은 한양의 길목으로 교통과 물류의 거점이었다. 그런 용산이 일제의 병참기지가 되고 광복 이후 미군의 오랜 주둔지가 됐던 역사도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조선 시대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였던 용산이 근대 시기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1900년 한강철교가 준공되고, 용산역을 중심으로 철도국?철도공장?철도관사?철도병원?철도종사원양성소 등 각종 철도시설이 세워진다.
철도 의료의 본거지로서 용산철도병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철도병원은 철도 종사원과 그 가족, 여객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당시의 외과 처치실을 복원 보존한 전시장에서 1928년에 건립된 철도병원의 본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역할, 그리고 지금의 역사박물관으로 바뀌기까지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박물관에서는 과거 병원 시설일 때의 아치형 기둥을 그대로 살린 복도와 당시의 기둥을 볼 수 있다. 당시 사용된 환풍기, 약국 창구, 출입문 등도 보존돼 있으며 난방을 하던 라디에이터도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채 전시돼 있다.
1950~1960년대 미8군에서 활동하던 가수들의 이야기와 광복 후 몰려든 실향민들로 형성된 해방촌과 관련된 전시도 흥미로웠다. 〈오발탄〉이나 〈박 서방〉과 같은 오래된 흑백영화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삶의 공간적 배경이 됐던 해방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용산역사박물관의 1층부터 2층까지 용산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 여행의 마지막 산책 코스는 현재 용산의 변화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상정원이다. 최근 신용산역 주변의 고층 빌딩과 용산역, 그리고 과거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용산의 크고 작은 건물을 보면서 용산 역사 산책을 마무리했다.

글·그림 정연석_《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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