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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월호

소리의 물질적 가능성에 대하여

사운즈 온 쇼케이스Sounds On Showcase 2022

〈사운즈 온Sounds On〉은 사운드아트 분야에서 독창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창작자, 기획자, 연구자, 비평가 등을 발굴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이다. 올해 발표 지원에 선정된 서민우·오명석·최영과 초청작가 이옥경은 9월 16일부터 25일까지 문래예술공장에서 진행된 〈사운즈 온 쇼케이스Sound On Showcase 2022〉를 통해 소리와 청취에 대한 각기 다른 예술적 실험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였다. 국내 최신 사운드아트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쇼케이스 현장을 소개한다.

소리에 물성 부여하기

서민우, ‘이어캐비넷earcabinet’, 2022, 음반 설치, 가변크기, 53min

사운드아트Sound Art는 미디어아트의 영역 아래 사유되며 타 장르에 비해 접근이 어려운 예술로 일컬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운드아트는 소리 자체를 주 매체로 활용하기에 조형적 특징을 가진 타 장르에 비해 감상적으로 해석되기 쉬운 여지가 있고, 또 소리라는 비물질에 대한 접근은 열린 가능성을 담보하기에 다소 느슨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운드아트는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기에 어렵다고 여겨지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파생하며 특정 장르로서의 성격을 견고히 하여 확장과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운드아트는 무엇을 행하고 있는가? 실험음악 혹은 구체음악에서 출발한 사운드아트는 소리의 작동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던 기존의 활용과 분석을 넘어 새로운 수행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이번 〈사운즈 온 쇼케이스Sounds On Showcase2022〉의 특이점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현장 스케치를 위해 방문한 쇼케이스에서 서민우의 ‘이어캐비넷earcabinet’과 오명석의 ‘감각과 발견: 팔음八音 놀이터’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전자음악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 예상한 바와 다르게 이들은 사운드라는 미디어를 다원적 차원에서 풀어내고 있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소개한 작품은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다고 이해하던 최근 국내 사운드아트의 흐름을 역행해 다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하는 과정과 실천을 엮어내고 있었다.
서민우와 오명석은 소리에 물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들은 비단 소리의 특성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 그것이 어떻게 전시장에 조형적으로 현현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듯 보였다. 이는 오디오-비주얼을 필두로 한 최근의 사운드아트가 추구하는 기술 기반의 성격과는 차별된 것이었다. 두 작가는 소리가 가진 비물질의 성격을 다시금 물질로 포착함으로써 가능한 변주를 보여줬다. 소리 그 자체에 대한 인식, 그것의 발생에 대한 사유, 그리고 이를 형상 안에 위치시키는 단계에서의 왜곡과 변형은 이들의 사유를 총체적으로 반영한다. 전시장의 작품은 소리가 가진 시간과 공간의 역학을 구조적으로 펼쳐내고 있었는데, 마치 악기와 같은 조형이 하나의 앙상블을 상상하게 하는 공간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각기 다른 소리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번 쇼케이스는 주변의 스케이프를 활용해 공간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소리를 다시 포착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 예컨대 그것이 배치되는 거리나 순서에 대한 계산은 마치 공간을 구획된 악보처럼 활용하는 듯 보였다. 이에 따라 관객은 작가가 설계한 공간의 문법을 따르고, 또 역행하며 능동적으로 소리를 감각한다. 이때 소리는 그 조형 안에 머물지않고 주변 환경과 공명하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시시각각 달라지는 소리 자체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그 성질을 되돌아보도록 이끌었다. 두 작가는 소리를 발생하게 하는 재료의 성질과 매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소리를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소리를 물질적 차원의 층위로 끌어올려 그 위상을 다시금 현현하게 한 것이다

오명석의 ‘감각과 발견: 팔음八音 놀이터’

오명석의 ‘감각과 발견: 팔음八音 놀이터’

문화예술기획자 조한결과 테크니컬 아티스트 김휘성이 함께한 오명석의 ‘감각과 발견: 팔음八音 놀이터’는 전통악기에 활용되는 여덟 가지 자연 재료를 전통음악의 ‘8음 분류법’으로 연결한다. 여덟 가지 재료는 쇠붙이, 돌, 실, 대나무, 바가지, 흙, 가죽, 나무로 각각의 물성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일종의 악보를 구성한다. 이들은 전통 정원의 문법을 차용해 정원 입구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대상을 마주하게 되는 선형적 경험 방식을 따르며 작품을 배치한다. 그러나 여기서 변수로 등장하는 것은 ‘관객의 개입’이다. 관객은 본인이 마주하는 작품을 직접 만지고 두드리며 소리를 내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은 순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우연한 선택에 따른 비선형적 연주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작곡가가 의도한 순서가 아닌 개별 청자가 의도한 대로 음악을 펼쳐낼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발견 가능한 재료가 제공하는 청각 경험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각 물성이 촉발하는 소리의 발산 방식과 공명, 그리고 이를 감각하는 주체로서 관객의 능동적 행위가 순환적으로 펼쳐지며 소리의 시간적?공간적 성격을 해체하고 재매개했다.

서민우의 ‘이어캐비넷earcabinet’과 이어지는 음감회 ‘스테레오 반응하기’의 전경. 김은지, 주윤탁, 조승호와 협연해 공연으로도 선보였다.

서민우의 ‘이어캐비넷earcabinet

서민우의 쇼케이스 ‘이어캐비넷earcabinet’의 연계 행사로 진행된 음감회 ‘스테레오 방목하기’는 ‘공연장에서 스테레오 환경은 항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즉 완벽한 청취를 위한 환경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가정에서 시작한 실험적 퍼포먼스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앨빈 루시어Alvin Lucier의 음악 ‘I Am Sitting In A Room’(1969)은 특정 공간에서 소리를 녹음하는 행위를 반복해 본래 음을 없애며 공간을 뒤튼다. 소리는 곧 공간 자체의 특정 주파수로 대체돼 알아들을 수 없게 변형된다. 이번 작업을 은유한 퍼포먼스는 40분간 진행됐으며 스테레오 시스템의 좌우를 뒤틀어 공간을 재감각하도록 만들었다. 공연에 사용된 여섯 편의 음악은 공연장 내 스테레오 환경을 적극 활용하거나, 양쪽 청각의 혼돈을 초래하거나, 좌우 변주를 통해 공간감이 넓은 것처럼 느껴지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물병과 마이크 같은 구체적 사물을 활용해 질감을 살린 소리는 현장에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합성돼 공간 속 스테레오 환경을 완벽히 감각하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어냈다. ‘이어캐비넷’ 음감회는 구조적으로 설계된 환경 안에서 우연적으로 발생하며 중첩하는 사건을 암시하고 있었다.

소리를 다시금 사유하기

이번 쇼케이스를 준비한 두 작가는 사운드 조각, 그리고 공연에 사용되는 악기로서의 오브제를 통해 소리를 다시금 사유할 것을 유도했다. 특히 비물질의 소리를 물질로 포착하고자 한 시도는 이후의 사운드아트가 제시할 변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주변의 재료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매질을 시각화하고, 설계된 공간을 통해 어떤 것이 ‘경험 가능한’ 소리인지 드러내고자 한 시도는 그다음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이들의 실험은 기존의 실험음악 혹은 구체음악에서 파생된 흐름이 차용해 오던 특정 문법을 벗어나 사운드아트가 택할 수 있는 속성 중 일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현정_기획자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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