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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월호

소리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사운드아트와 사운드스케이프

인간이 출생과 동시에 가장 먼저 감각하고 죽음 앞에서 마지막까지 느끼는 감각은 청각, 바로 소리다. 청각은 인간에게 가장 예민한 감각인 동시에 적극적 인지(듣기)가 없다면 가장 둔감한 감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다양한 감각기관 중 청각, 즉 소리는 예술 작품의 표현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소리의 4요소 - 고저, 음색, 큰 소리, 그리고 정적

사운드아트Sound Art라는 예술은 시각 매체와 같이 물성의 매체를 ‘보는’ 것이 아닌 소리를 ‘듣는’ 경험적 접근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며 청각적 세계관이 전달하는 작품 이면의 내용을 한결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대미술에서 청각 매체는 미래주의Futurism 작가 존 케이지John Cage와 백남준에 의해 알려진 플럭서스Fluxus1, 그리고 소리를 활용해 실험적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소니피케이션Sonification2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해 왔다.
소리라는 매체를 예술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운드아티스트Sound Artist는 비가시적이고 무형의 형태를 작품화하는 어려운 작업 과정을 거친다. 이는 녹음기와 하이드로폰 등 특정 장비를 통해 수음되거나 생성된 음원을 스피커나 앰프와 같은 재생 장비를 이용해 전시 공간에 들리게 하고, 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구조나 형태로 재현된다. 그렇다면 소리를 예술 도구로 활용하고 표현하는 작품에는 어떠한 유형이 있을까?
우연성 음악의 창시자이자 백남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잘 알려진 존 케이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소음과 무음의 간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떠한 소리도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게 한 예술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4분 33초>라는 작품은 과거, 사람들이 음악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소리를 예술 표현의 재료이자 도구로 과감하게 사용하는 실험적 도전을 선보였다.
침묵으로 구성된 3악장의 연주회는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서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피아니스트 너머 공연장에 흐르는 정적, 관객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려준다. 음악의 고저Pitch, 음색Timbre, 큰 소리Loudness, 정적Silence3을 소리의 네 요소라고 말하는 그는 “음식을 씹어 먹는 소리, 망치로 두들기는 소리도 음악적 표현과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바탕으로 독특한 실험성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했다.
특히 사운드아트의 선구자로서 현대미술이라는 장르에 소리와 음악을 접목한 실험적 현상은 존 케이지에게 큰 영향을 받은 백남준의 작품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사운드아트는 단순히 소리를 듣게 하는 유형을 넘어 공간과 건축, 조형과 움직임, 하드웨어와 해킹, 실험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청각적 세계관이 전달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표현으로 제시되고 있다.

1 변화,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며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난 국제 적 전위예술 운동을 말한다.
2 인간의 청각은 소리의 시간적 변화, 높낮이의 변화, 공간적 변화 등을 알아채는 데 높은 해상력을 갖고 있다. 소니피케이션은 이러한 신체의 이점을 활용해 정보를 소리의 속도와 울림과 크기 등에 매 핑해 디스플레이하는 기술을 말한다.
3 존 케이지는 정적Silence이 유일한 지속Duration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 특정 주제와 장소를 대상으로 소리를 녹음하고 공개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사운드스케이프라고 하 며 그의 작품은 에미상 수상Emmy Award-winning을 통해 세상에 더 잘 알려졌다.

사운드아트, 경계의 공간성을 넘어서는 매력

1970년대 이래 보이지 않는 전자기적 파장을 소리로 변환하는 장치와 설치 구조물을 작품화한 크리스티나 쿠비슈Christina Kubisch의 대표작 <전자기 산책Electrical Walks>은 독일 쾰른이라는 도시 공간에서 그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헤드폰을 장착하고 관객이 도시 공간을 산책하며 평소 생활환경에서 들을 수 없고 들리지 않는 비가시적 소리인 전자기적 파장을 청취하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그녀는 당시 많은 작가와 대중에게 소리라는 매체의 예술적 확장성에 관심을 갖게 했다.
니콜라스 콜린스Nicolas Collins는 실험적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끊임없이 시도해 온 작가이자 사운드아트 교육 전문가다. 국내에도 한국어로 번역돼 나온 그의 저서 <핸드메이드 일렉트로닉 뮤직Handmade Electronic Music>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기기의 하드웨어 해킹 작업, 오실레이터Oscillator를 만들어보는 과정 등을 통해 독특한 소리로 누구나 사운드아트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료지 이케다Ryojo Ikeda의 <테스트 패턴Test pattern>이라는 작품은 모든 유형의 데이터(텍스트, 사운드, 사진, 동영상)를 0과 1의 이진법 패턴과 바코드 패턴으로 변환하는 시스템 퍼포먼스다. 2008년 이후 이러한 작품을 발표해 온 그는 독일 뒤스부르크Duisburg의 한 폐공장을 활용해 100m 길이의 프로젝션으로 투사되는 영상과 리드미컬한 사운드트랙으로 자신의 오디오비주얼 설치와 공간, 관람자의 움직임이 하나가 되는 작품을 선보였다.
도시 환경뿐만 아니라 고요함을 간직한 장소는 극히 드물다. 사운드스케이프Sound Scape 작가이자 음향생태학자Acoustic ecologist로 잘 알려진 고든 햄프턴Gordon Hempton4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 의 고요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라져 가는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왔다.
영국 요크셔 해안Yorkshire coast에 있는 <사운드 미러Sound Mirror>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경 만들어졌다. 침투하는 적기의 소리가 오목한 거울 표면에서 반사돼 강철 기둥에 장착된 트럼펫으로 수신된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구조는 1940년대 초반까지 전시에 소리를 감지하는 레이더가 개발되기까지 사용됐다.
지금까지 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사운드아트 작품을 살펴봤다. 작가에게 소리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예술 작업 방식은 거리가 확장되고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매력을 준다. 또한 소리는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역사성을 드러내기에 효과적이며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공동체의 역사적 삶의 지표를 설정해 주기에 적합하다.
필자 또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활용하는 작가로서 전시를 통해 특정 장소에서 채집한 비가시적 물질인 소리를 통해 관객에게 세상의 감춰진 이면의 이야기를 공개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의 난지도에 만들어진 인공 공원 이면의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하는 물리적?화학적 반응 등으로 과거의 불편한 진실을 전하거나(<가공된 정원>, 2013), 남북 분단의 상징인 남방한계선 접경지역에서 채집된 자연생태계와 군사적 시그널이 전하는 분단 현실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다(<혼재된 신호들>, 2015). 소리를 매체로 하는 예술적 표현을 통해 세상에 감춰진 이야기가 관객에게 신체적 체험으로 전달되고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요크셔 해안에 있는 <사운드 미러>

김준_사운드아티스트. 연세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후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서 뉴미디어를 공부했다. 국내외 특정 장소, 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존재하지만 감지되지 않는 소리를 지질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관찰하고 수집하고 재구성해 그 결과물을 사운드 아카이브 형태로 미술관에 공개하고 있다. | 사진 제공 김준(kimjo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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