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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6월호

극단 동양레퍼토리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지속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극단 동양레퍼토리 <원로예술인 지원사업>의 한장면

세상이 혼란해지면 연극에 대해, 창작자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메타 연극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물론 연극인은 늘 혼란스럽기에 매년 꾸준히 이 같은 장르를 제작한다. 우선 창작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가 십상이다. 품고 있는 수많은 질문, 그 나름대로 내린 결론, 연극계의 불만을 감추지 않고 매콤하게 풀어놓을 수도 있다. 팬데믹 상황으로 쉬이 가질 수 없는 술자리를 그리워하며, 거기서 잘 먹히던 내부자 농담도 국밥에 다대기를 풀 듯 공연에 녹여낼 수 있다(최근 제작 환경에서 이는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조금 신선한 느낌도 든다!
“연극 얘기하는 연극은 연극인이나 좋아해”라는 불평도 들려온다. 이 생각에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소재를 소중히 잘 다룬 연극이 있거나 그렇지 않은 아쉬운 연극이 있을 뿐이라 믿고 싶다. “연극인은 왜 자기들 힘든 얘기만 하나?”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세계가 극장에 펼쳐지는 동안 거기 남아 있기로 한 모든 이는 그 세계를 지켜보기로 공모한 사이다. 극장에는 공범자만 있으니 지나치게 남의 일은 아니며, 또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낯설고 흥미롭고 궁금할 것이다. 이번 <원로예술인 지원사업>은 원로연극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메타 연극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원로예술인 지원사업>은 제도에 질문을 던진다기보다는 거기 휘말린 원로연극인들이 기획 회의를 하고 어떤 작품을 시작할 것인지 그리는 연극이다. 관객은 실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년도 ‘원로예술인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한 공연을 마주한다. 배우 대부분은 본인과 한없이 유사한 인물을 연기한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두 공간, 극단 사무실과 술집은 현실 세계와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집합 금지가 없는 매혹적인 공간이다.
원로예술인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관한 고민도 흥미롭다. 예순부터 원로예술인이 된다. 즉 ‘원로’ 안에는 한 세대에 가까운 연령층이 포진한 것이다. 청년예술인은 지원사업을 지나치며 서서히 자신이 청년에서 멀어지는 걸 느끼지만, 이들은 서서히 원로로 진입하면서 묘한 감정과 마주한다. 아무리 성장해도 부모에게 자식은 여전히 아이 같은 법. ‘더’ 원로들은 ‘갓’ 원로들이 한없이 아이처럼 보인다.
작품에는 모든 갈등이 익살스럽게 설계돼 있다. 사이 좋은 작업자들끼리 주고받는 지독한 익살과 트집, 누구도 지적하지 않지만 아슬아슬한 농담, 옛 가치관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반려견 논쟁, 각양각색의 의견 떠넘기기, 관록이 묻어나는 극 중 독백과 노래, 선배 원로 설득하기로 가득하다. 너무나 번거롭고 피곤하기에 평등한 제작 과정이 형성되는 상황도 웃음을 자아낸다. ‘청년만 사랑하는 나라에서, 딱 3천 정도 지원받아서 소소히 소극장 공연을 하고, 언더스터디도 잘 챙겨보려는’ 감각은 청년예술인에게 큰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미묘한 동질감과 거리감이 연극을 흥미롭게 만드는 배경이다. 우직한 태도가 매력으로 다가온 연극이다. 여기 선 인물은 의심이 없다. 외부 작업과 미디어 출연을 꾸준히 하고, 다소 곤궁해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계속돼야 한다’는 고민이 이들에겐 지루하다. 출연료가 많지 않아도 빠진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런 선택은 노련한 백전노장이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큰 자부심을 품고 정해지면 충실히 한다. 가요무대나 오일장 특설 무대에 온 듯한 흥겨운 음악도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속편이 계속 만들어지면 어떨까?’ ‘얼마나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 스태프 중에는 젊은 단원이 많이 있었는데, 막 연극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어떻게 비칠지도 궁금했다.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진심이겠지만, 어떤 것이 낭만화되고 어떤 것이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지 짚기 어려운 것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건 흥미로우나 언제나 여정의 도중이자 프리퀄Prequel이 된다는 점에서는 아쉽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면, 끝을 더 고민하고 싶다. 지원사업은 지원자의 9할이 선정되지 못하는 제도다. 물론 선정돼도 고민은 깊다. 다음은? 지금 주목받아도 그다음은? 큰 조직은 꾸준히 새로운 얼굴을 찾아 헤매고, 창작자의 고민은 더 깊어져 비범하고 독특해져야만 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래서 예술은 언제나 새롭고, 처우도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새롭기를 각오한 사람들의 세계에서 연륜은 나이테처럼 차분히 쌓일 수 있을까? 대단히 성공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다음 작품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것이다. 나이가 들고, 운이 좋아 어쩌면 명배우·명연출 소리를 듣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된다고 해도. 버티며 지속하는 그 너머에는 여전히 새롭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해보자’의 여정을 ‘여전히 하고 있다’로 채우고 있는.

극단 동양레퍼토리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일자 2021.3.25(목)~2021.3.28(일)

장소 알과핵 소극장

작/연출 김성노

출연 이태훈·유정기·김종칠·문경민·김명희·김성모·노석채·장연익

기획 허성윤 프로듀서 김병애

연기지도 이지은 무대감독 손규홍

조명 송훈상 무대 민병구

음악 서상완 의상 김정향

분장 박초록 음향감독 최윤정

조연출 윤지영 진행 신상용

마케팅 문경량 기획보 오혜진

홍보 김진현

김은한, ‘매머드머메이드 ‘매머드머메이드’라는 명의로 2015년부터 매년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신작을 발표하고있습니다. 작고 작가와의 공동 창작이라 우기며 1인극을 만들고있습니다. 쉽고 즐거워서 나도 당장 할수있을것 같은,작고 좋은 연극을 추구합니다. 인스타그램 @mammothmermaid
사진제공 극단 동양레퍼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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