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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6월호

문화평론가로 살아간다는 것 문화와 사람의
다양한 면면을 살피는 직업

문화평론가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은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면서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책을 몇 권 쓴 ‘작가’ 정도로 불리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측에서 문화평론가로 하자고 제안했다. 아무래도 당시 다루던 주제에 호소력이 있으려면 ‘작가’보다는 ‘평론가’가 어울릴 거라는 판단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문화평론가’라는 이름을 썼고, 이후로도 주로 언론과 접촉할 일이 있을 때면, 이 명칭이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됐다.

어쩌다 문화평론가

작가라고 하면, 그저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것으로 그 나름의 역할을 다한 것 같지만, 평론가란 어딘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문화평론가’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최신 문화라든지 트렌드에 남다른 정보와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하고, 항상 그런 지평에서 발 딛고 서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그냥 ‘작가’이기만 할 때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나 쓰면 그만이었지만, 여기저기에서 문화평론가로 불리기 시작하니, 그에 걸맞은 인간이 돼야 할 것 같은 기분을 수시로 느꼈다. 때로 기자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약간 압박감도 받기 시작했다.
사실 문화평론가로서 나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활동에 앞서 이름이 먼저 있었다. 그 후 평론가로서 활동이랄 것을 참으로 부지런히 해나갔다. 1년여간 KBS 라디오의 한 프로에서 문화코너를 전담하기도 했고, 한 강연업체와는 시리즈로 ‘밀레니얼 문화’ 강의를 10회 이상 진행했다. 그 밖에도 문화와 관련된 방송에 출연하거나 다양한 지면에 글을 싣기도 했다. 그런 사회적 요청이 있다 보니, 나 스스로 그에 맞는 인간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트렌드를 연구하고, 문화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나만의 시각을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연구하고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문화를 보는 ‘나만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가령 인스타그램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좀 독특했는데 그 ‘시각’을 글로 써낸 것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써 내기 전만 하더라도 내 시각이라는 것이 문화평론가로서 남들과는 다소 차별성이 있는, 나만의 시각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글로 써내고,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얻고, 또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방식을 보면서, 나만의 시각이 있음을 차차 깨달았다. 현 시대, 우리 문화, 그리고 청년 세대를 경험하고 보는 내 시각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화를 나 나름의 관점으로 탐구하는 일

그렇게 글이며, 방송이며, 강연이며 하는 것들을 ‘문화평론가’라는 이름을 걸고 두루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게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문화를 누리는 것 이상으로 문화를 해석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가령 왜 청년 세대에게는 ‘꾸안꾸’라는 패션 문화가 유행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나 <펜트하우스>에 열광하는 걸까? 왜 영화 <기생충>은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대중뿐만 아니라 평단의 지지를 크게 얻었을까? 왜 요즘 세대는 이렇게 인스타그램을 열성적으로 이용하는 걸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 또는 해석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일이란, 그렇게 사람들이 항상 경험하고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않는 현상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에 대해 내가 지금껏 공부한 다양한 철학·사회학·비평적 이론을 접목해 그 나름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완벽한 대답을 찾는 게 아니다. 나 나름대로 하나의 시각으로 그런 현상을 읽어내는 일을 해내면, 나는 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는 문화를 만들고 누군가는 문화를 누리고 또 나 같은 누군가는 그런 문화와 사람을 읽어내는 일을 한다. 문화평론가의 일이란, 그런 것이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된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 일은 꽤나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 없던 시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또 다양한 분야에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고 세상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즐겁다. 나아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누리고 살아가는 많은 문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건네준다는 점에서 어떤 보람도 느꼈다. 가끔은 이 사회와 문화가 나아갈길에 잠깐의 쉼표를 제공하거나, 멈춰 생각할 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어쩌다 된 문화평론가라는 직업을 꽤나 좋아하나 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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