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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고가의 미술품 훼손 소동 전시장은 관객을 위해 고민했는가?

지난 3월 말,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 진행 중인 <스트릿 노이즈Street Noise> 전시에 출품된 5억 원대 그림에 20대 커플이 낙서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또 지난 3월 경주에서도 박대성 화백의 작품을 초등학생이 밟아 훼손한 사건이 5월에 이슈가 됐다.
누구의 잘잘못과 책임 여부를 떠나, 전시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어떤 고민을 했는가.
여러 질문을 떠올리며 생각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스트릿 노이즈> 전의 작품은 유명 그라피티 미술가 존원이 2016년에 내한해 제작한 대작이었고, 커플은 그림 앞에 붓과 페인트가 있어서 낙서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전시 소품이라는 안내문을 못 보고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오해한 것이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렸다. 커플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누구라도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심지어 낙서 때문에 그림의 가치가 더 오를 테니 복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작가가 복원을 원한다고 밝혔음에도 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다른 전시장은 어떻게 대처할까? 작품을 훼손한 관객이 처벌받아야 할까? 전시장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우선 국내외에서 최근 일어난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첫 번째 사례는 2020년 8월 이탈리아 안토니오 카노바 미술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오스트리아 관광객이 200년 된 조각상에 기대 사진을 찍다 작품 일부를 깨뜨렸으나 별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술관은 작품을 훼손한 관광객을 체포하라고 경찰에 요구했고, 방문객 연락처를 쓰게 한 코로나19 조치 탓에 금방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관광객은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인정하고 배상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두 번째 사례는 2019년 12월 경기도 소재 한 공공미술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외국 유명 작가의 전시를 관람 중이던 한 초등학생이 실수로 작품 일부를 파손했다.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미디어 설치작품에 호기심으로 매달린 게 문제였다. 당시 아이의 보호자도 전시장 지킴이도 가까이 있었지만 손쓸 틈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었기에, 아이 측 보험사에서 작품 수리비 100%를 배상하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다.
세 번째 사례는 2021년 3월 경주 솔거미술관에 전시 중이던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의 1억 원 상당 대작을 초등학생이 훼손한 사건이다. CCTV에 찍힌 아이는 마치 양탄자를 타듯, 작품 위에 벌렁 드러눕거나 신발을 신은 채 밟아 훼손했고, 아이 아버지는 이를 말리기는커녕 태연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누리꾼의 큰 공분을 샀다. 더 화제가 된 건 작가의 반응이었다. 박 화백은 “그게 애들이지 뭐”라며 문제 삼지 말라고 했고, 작품 복원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작가의 관대함으로 무마된 이례적 사례였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전시장

살펴본 바와 같이 작품 훼손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실수든 고의든 작품을 훼손했다면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시장은 어떤 노력을 해야 했을까. 성숙하지 못한 일부 관람객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 걸까. 작품과 관객 사이를 가로막는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유럽의 유명 미술관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반 고흐나 모네의 걸작도 아무런 방해물 없이 아주 가까이서 감상한 경험이 있을 테다.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뮤지엄의 중요한 목적을 “교육과 연구 및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함”이라 규정하고 있다. 뮤지엄은 전시를 통해 교육과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고, 관람 예절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 마라’식의 부정어가 아니라 긍정의 언어로 끊임없이 교육해야한다. “작품은 눈으로만 만져주세요”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세요” “사진기 대신 눈으로만 촬영해 주세요” 유럽의 미술관에서 종종 만나게되는 이 친절한 문구를 따르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사건 이후 <스트릿 노이즈> 전을 찾은 필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존원그림 양옆과 바닥에는 작품에 손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었고, 그림앞에는 원래 바닥에 붙인 진입 금지 테이프에 더해 무릎 높이의 차단봉까지 설치됐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 “작품에 기대지 마세요” “CCTV 작동 중” 등 전시장 곳곳에 경고문이 과할 정도로 많이 붙어 있었다. ‘거리 소음Street Noise’이 아닌 ‘경고 소음WarningNoise’을 주제로 한 또 하나의 개념미술처럼 보일 정도였다. 전시 기획사는 그 커플과 어떤 합의를 봤는지 모르겠으나, 관객과는 아직 화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성숙한 관람 문화는 그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호 존중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 관객도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도 함께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 미술 전시는 왜 열리는지, 우리는 왜 예술작품을 보고자 하는지, 그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글·사진 이은화 미술평론가,뮤지엄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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