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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NFT, 대체 불가능 토큰의 등장 미술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국제적 사기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NFT가 전 세계의 화제가 돼버렸다.
2020년에는 NBA 경기 하이라이트의 NFT 버전이 조금씩 거래되며 호응을 얻더니
2021년, 그래픽 예술 작품과 밈meme으로 옮아가며 불이 붙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이 6,930만 달러에 판매됐음을 알리는 경매사 크리스티의 누리집

미술품 물납제, 찬성과 반대 의견

올해 2월 ‘냥캣’(2011년 유튜브에 업로드되고 인터넷 ‘밈’이 된 고양이 영상)의 NFT가 60만 달러(약 6억 7,000만 원)에 팔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경매사 ‘크리스티’까지 뛰어들어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하 <Everydays>)를 6,930만달러(약 770억 원)에 팔아치웠다. NFT가 도대체 뭐길래?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하면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인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은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 이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파일의 고윳값을 기록해 저장한 것이 NFT다. 인터넷상의 이미지나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는 쉽게 복제할 수 있는데, NFT는 복제와 상관없이 고유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연 NFT는 미술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비플 약 770억 원 낙찰, 투자일까 마케팅일까?

지금도 초기 단계인 NFT는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 NBA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 등을 수집하는 데 실험적으로 쓰이다가 최근 미술 작품 고가 경매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만들어지고, 활용되는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소유권과 자산가치, 즉 ‘돈’에 연관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NFT에 열광하는 사람 대다수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다.
비플 <Everydays>의 낙찰자도 비트코인의 초기 투자자이자, NFT 펀드를 운용하는 사업가다. 구매자인 비네시 순데어산Vignesh Sundaresan과 아난드 벤카테스와란Anand Venkateswaran은 지난 3월 18일 블로그에 낙찰 사실을 공개하며, “비플 작품을 고가에 구매함으로써 인도인과 유색인도 예술 후원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가상화폐는 서양과 나머지 지역의 권력을 동등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설명은 비플의 5,000장 이미지를 하나씩 뜯어본 사람들이 그림에서 인종?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뒤 나왔다. 또 두 사람은 ‘아트넷뉴스’와 인터뷰하면서 “경매가 이뤄지기 전 비플의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전에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프리뷰가 필요 없었다. 비플은 자신의 작품을 잘 설명할 줄 아는 작가”라고 말했다.또 이들이 운영하는 NFT펀드 ‘메타퍼스’가 <Everydays>를 구매하기 일주일 전, 비플의 작품 20점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도 했다. 또 NFT 펀드의 2%를 비플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NFT에 관심을 쏠리게 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어느 쪽이든 거액을 투자한 것은 사실이고,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니 성공한 작전이 됐다. 아, 그런데 이들은 비플의 작품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으로 결제했다.

NFT 가격은 유지될 수 있을까?

초기 단계인 만큼 NFT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4월 5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NFT는 I.C.S.라고 생각한다. 국제적International 사기꾼Crooks과 도둑놈들Swindlers 말이다”라며“비플 그림은 멍청하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4월 13일 ‘아트넷뉴스’ 보도에 따르면 비플 작품 경매 이후 4주 동안 NFT 작품 가격이 70%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NFT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웹사이트 ‘Nonfungible.com’에 따른 것으로, 비플로 화제가 됐을 때 하루 평균 1,930만 달러어치가 거래됐는데, 4주 만에 55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물론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과 마찬가지로, NFT 또한 아직 쓰임새나 가치를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다만 NFT가 디지털 예술을 넘어 오프라인의 다양한 예술 형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오랜 시간 다양한 기준을 통해 복합적으로 정해져 오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미술사적 가치, 이 밖에 미학적·미디어적 가치 등의 요소가 작용한다. 예술 작품이 오늘은 고가에 팔리더라도 그것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 보장은 ‘작품성’이라고하는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 일시적으로 작품을 고가로 보이게 하는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만 있다면, 그 작품은 당장 수백억 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럼 비플 작품의 적절한 가치는 무엇일까? NFT를 세상에 알린, 크리스티 첫 경매라는 소소한 ‘최초’ 타이틀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치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최초 트윗 NFT가 더 확실한 투자처럼 보인다.

김민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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