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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전시 <빌 비올라, 조우>와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 향후 최소 10년 동안은 보기 힘들 전시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 작가의 개인전은 한 번 열리면 수년간은 다시 보기 힘들다. 갤러리 전시와 달리 미술관 개인전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변천사를 훑어보는 것은, 그 작가의 개인 미술관이 있지 않은 한 흔치 않은 기회다. 게다가 대표작들은 각 기관이나 소장가에게 흩어져 있으니, 기획자가 노력해 작품을 모아 온다는 것도 미술관 전시만의 특징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년이 아닌 향후 ‘최소 10년’ 동안은 보기 힘들 전시를 모았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빌 비올라’ 전과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바스키아’ 전이다.

※해당 전시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엘제리드호 (빛과 열의 초상) Chott el-Djerid (A Portrait in Light and Heat), 1979

미디어 아티스트와 만나다 <빌 비올라, 조우> | 2020. 10. 21~2021. 4. 4 | 부산시립미술관

미술계에서는 건강 문제로 작가가 살아 있을 때 볼 수 있는 마지막 전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보다는 비올라의 초기작부터 최근 영국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 들어간 작품까지 훑어볼 기회라는 점이 중요하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빌 비올라는 1970년대 비디오 촬영 기법의 실험적 활용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이주>(1976) <투영하는 연못>(1977~1979) <엘제리드호(빛과 열의 초상)>(1979)이 그러한 예다. 영상을 극도로 클로즈업하고, 아주 느리게 재생하거나, 합성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이다. 스마트폰으로도 다양한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요즘 시각에선 새롭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1970년대 당시 상황에 대한 상상력이 조금은 필요하다.
여기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같은 공간에 자리한 이우환 작품과 비올라 작품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다. 단순히 기술을 활용한 것 같은 작품들이, 이우환의 <만남의 미학>과 마주하면서 철학적 의미가 부여된다. 눈보라가 치는 듯한 새하얀 화면 위의 점이 선불교의 암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학과 큐레이팅의 힘을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95년 이후 작품은 미술관 본관에서 만날 수 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인 <인사>와 영국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 영구 설치된 <순교자> (2014) 시리즈, 다섯 편의 영상으로 이뤄진 대형 설치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 등이 있다. 미술관 공간을 넓게 활용해 큰 화면으로 작품을 볼 수 있어 좋다. 다만 미술사의 캐넌인 르네상스 종교화에서 모티프를 따온 설정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한 작가가 평생 동안 어떤 아이디어로 작품을 출발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지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전시다.
Victor 25448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생생한 충돌의 언어를 그린 예술가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 | 2020. 10. 8~2021. 2. 7 | 롯데뮤지엄

1980년대 뉴욕은 대중문화가 꽃피우고, 개개인의 욕망이 화려하게 폭발했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이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흡수해 탄생한 천재 예술가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라피티’나 ‘흑인’ ‘요절’ 등의 키워드가 때로는 작품의 탁월함을 가리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런 수식을 걷어내고 우선 작품을 마주한다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는 롯데뮤지엄이 개관(2018) 전부터 공들여 쌓은 레퍼런스 덕분에 성사된 전시다. 미술관 측은 바스키아 개인전을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로 만들고자 했다. 2019년 런던 바비칸센터·파리 루이비통 미술관 등 쟁쟁한 기관을 거친 ‘콧대 높은’ 예술가 바스키아를 모셔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롯데뮤지엄 개관전으로 댄 플래빈부터 알렉스 카츠 등 유명 작가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열며 미술관은 조금씩 바스키아 개인전에 가까이 다가갔다.
결국 2019년, 바스키아 작품을 다수 소장한 딜러 겸 컬렉터 호세 무그라비와의 계약으로 전시는 성사됐다. 다양한 곳에서 작품이 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바스키아 원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귀한 기회다. 바스키아의 초기 그라피티를 담은 사진과 앤디 워홀과의 합동 작품, 생전 그의 모습을 담은 다큐와 사진까지 정성 들여 준비한 전시다.
회화·드로잉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사진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조형 언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Victor 25448>은 바스키아의 사망 1년 전 작품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던 작가의 감정을 더듬어볼 수 있다. 제목은 모잠비크 출신 재즈 가수 알 볼리의 <Little Old Lady> 레코드판 일련번호를 차용했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미술사, 예술가 등 다양한 문화적 상징을 차용해 고유의 언어를 만들어간 과정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생생한 충돌의 언어를 비행기가 아닌 지하철만 타고 가서도 볼 수 있다니 놓치기엔 너무 아깝다.
글 김민_《동아일보》 기자
사진 제공 부산시립미술관,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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