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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와 <올모스트 메인> 코로나블루 날리고 추운 겨울 녹이는 따뜻한 연극 두 편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의 주인공들은 옥신각신하다가도 어느새 마음을 맞춰 서로를 이해한다. <올모스트 메인> 이야기도 비슷하게 주인공 사이 거리가 멀면서도 가깝다. 서로의 사랑은 멀리 있으면서 동시에 가까이 있는 걸까. 이들이 말하는 사랑의 행태는 혼란스럽지만, 두 연극의 진심 어린 이야기는 마음 한편을 따스하게 해준다.
※해당 공연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중 콘스탄스(박소담)와 앙리(신구)

노인과 아가씨의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 <앙리할아버지와 나> | 2020. 12. 3~2021. 2. 14 | 예스24스테이지 1관

무대에 불이 켜지면 거실 뒤쪽 중앙에 갈색의 오래된 피아노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똑똑’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왼쪽 팔에 깁스를 한 노인은 다림질을 멈추고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준다. 빨간색 치마를 입은 재기 발랄한 아가씨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다. 세입자 광고를 보고 왔단다. 방을 내놓은 적이 없는데. 노인은 문을 닫고 아가씨는 다시 문을 열고 몇 번의 실랑이가 오간다. 알고 보니 따로 사는 노인 아들이 광고를 냈단다. 꼬장꼬장한 독거노인 아버지에게 혹여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묘지가 보이는 방 한 칸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세를 놓은 것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아가씨는 저렴한 월세에 혹해 필사적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70대 노인과 20대 아가씨의 ‘좌충우돌 동거’가 시작된다. 노인의 이름은 앙리(신구·이순재), 아가씨의 이름은 콘스탄스(박소담·권유리·채수빈)다. 프랑스 파리가 배경이지만 대한민국 서울이 무대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동거물의 공식이 있다. 처음엔 ‘마지못해’ 같이 살고,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다가 마지막에야 사랑을 확인한다. 앙숙처럼 으르렁대는 전반부엔 유쾌한 웃음이 터지고, 어느새 서로에게 물들어간 후반부엔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연극도 마찬가지다. 동거물엔 으레 계약서가 등장하는 법. 30페이지가 넘는 깐깐한 계약서에서 앙리 할아버지가 내건 가장 중요한 조건은 피아노를 절대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은 늘 깨지기 마련. 호기심 많은 콘스탄스가 어느 날 건반을 치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며느리가 죽도록 싫은 앙리는 이를 기회로 콘스탄스에게 아들을 유혹해 달라는 ‘막장 제안’을 한다.
앙리와 콘스탄스가 엄청난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솔직한 성격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면서 가족 같은 관계로 나아간다. 앙리는 ‘말뚝에 묶인 서커스의 코끼리’ 이야기를 해주며 콘스탄스의 꿈을 응원해 준다. 어릴 때 밧줄에 묶여 있던 코끼리가 충분히 자랐는데도 말뚝을 뽑고 서커스단을 탈출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은 ‘나는 도망갈 수 없다’라는 패배감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인생은 성공하거나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냐,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지.” ‘츤데레’ 앙리의 마지막 말이 극장을 나오면서 귓가에 맴돌았다. 2012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 연극은 2017년 국내 초연 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힐링극이다. 탄탄한 연기와 배우 4명이 벌이는 환상적인 호흡에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 공연 장면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는 아홉 편의 이야기 <올모스트 메인> | 2020. 12. 25~2021. 2. 14 | 대학로티오엠

어느 겨울날 가로등 불빛 아래 한 청춘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다. 아직은 어색한 듯 둘은 벤치 끝과 끝에 앉아 있다.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조금씩 다가가는 여자. 부끄러운 듯 남자도 사랑한다고 수줍게 말하지만 이내 단단한 눈뭉치를 들고서는 이상한 말을 건넨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멀어진다는 얘기다. 지구라는 거대한 공을 놓고 볼 때 서로가 거리를 좁힐수록 나머지 거리는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가는 여자. 첫 번째 커플의 이야기다.
다시 불이 켜진 무대에 등산복을 입은 오로라 관광객이 등장한다. 그녀는 다짜고짜 관광지도 아닌 개인의 집 마당에 캠핑할 태세를 갖추면서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다 수리공 집주인이 느닷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조각난 심장을 봉지에 넣고 다니는 여자는 심장이 고장 났다고 말하는데. 한 편에 10분 정도. 아홉 편의 이야기를 엮은 이 옴니버스 연극은 현실적이면서 초현실적이다. 깨진 심장을 가지고 다니는 설정이나 사랑에 실패한 뒤 1년 만에 몸이 왜소해져 전 연인이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등이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올모스트 메인’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기에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올모스트 메인(원제 Almost, Maine)’은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동북부 메인주의 가상의 마을 이름이자 연극 제목이다. 겨울에 춥기로 유명한 이곳은 미국에서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전 여자 친구를 바에서 우연히 재회한 남자, 권태기에 빠진 중년 부부, 절친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남자, 떠난 남자를 다시 찾는 여자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비록 미국이 배경이지만 아홉 커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어느 대목엔 분명 ‘내’ 얘기가 숨어 있다. 객석으로부터 공감과 웃음을 이끄는 요인이다. <올모스트 메인>은 미국 배우 겸 극작가인 존 카리아니의 작품이다. 2004년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초연됐으며 2006년 오프브로드웨이로 뉴욕 맨해튼에 상륙했다. 초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며 20여 개국에서 상연되는 레퍼토리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도 <올모스트 메인>은 대표 로맨틱코미디 공연이며, 이번엔 ‘블락비’ 멤버 피오가 결성한 ‘극단소년’이 제작했다. 20대 배우들이 꾸민 무대는 상큼하고 풋풋하다.
2015년에 창단된 극단소년은 한림연예예술고 1기 출신 멤버들로 구성된 젊은 극단이다. 연출가 이치민은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며 내딛는 ‘한 걸음’에 응원을 전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글 이향휘_《매일경제》 기자
사진 제공 파크컴퍼니, 극단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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