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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남산예술센터 디지털 아카이브 오픈 극장의 시간은 계속된다
생사는 명멸(明滅)한다. 멸(滅)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극장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정신적 유산은 이어진다. 2020년 12월 31일 문을 닫은 남산예술센터가 보기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전면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 개관작 <오늘, 손님 오신다>부터 폐관작이 된 <휴먼 푸가>까지 12년간 119개 극단과 함께 작품 215편을 무대에 올렸다. 참여 예술가는 3,074명, 관객 수는 26만 3,015명이다. 총 공연 회차는 1,642회, 공연일은 1,448일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 공공극장이 연극으로 새긴 사회적 맥락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 스트와 검열·세월호·미투·교회·성소수자·장애인 등 다소 민감하지만 사회에서 꼭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5년 남짓 극장을 잘 이끌어온 우연 서울문화재단 극장운영실장(전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공공극장의 책임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공공극장이라고 해서 중립적 차원이 아닌, 어떤 사안이나 사회적 의제에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적발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는 ‘제57회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남산예술센터에 수여하면서 “‘공공극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라고 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연극인에게 어떤 의미였나
남산예술센터가 문을 닫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극장의 소유주인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가 서울시에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한 데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부조리 등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사적 소유물이 된 이 공간의 공공성에 대해 다투기엔 이번 지면이 부족하다. 여기서는 작게나마 연극인에게 남산예술센터가 어떤 의미였는지 적어본다.
남산예술센터에 몸을 담았거나 이곳에서 작업한 이들은 작년 성탄절 기간에 ‘남산예술센터에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를 모아 현수막을 만들었고, 센터로 향하는 오르막길인 남산 소월길에 게시했다. 남산예술센터의 마지막 성탄절, 극장과 극장을 기억하는 모든 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구자혜 ‘여기는 당연히, 극장’ 연출 등 남산예술센터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예술가도 작년 말 남산예술센터가 연극계에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봤다. “신진 작가 발굴과 한국 창작 희곡 초연을 지향하는 극장이라는 것이 큰 힘이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부터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리서치 단계부터 무대화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모든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선보여 왔다. 상주작가 시스템, 초고 투고 방식, 비언어극 및 전시 공연의 시도,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등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극장으로도 많이 기억했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형태의 공간이라는 점도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다. “극장은 본래 원형무대에서 시작했다. 남산극장은 반원형 무대로 관객과 배우가 트인 공간에서 만나게 해줘 극에 대한 관객의 참여도와 극 진행의 자유로움을 함께 주는 형태의 극장”이라는 칭찬이다. 남산예술센터의 사회적 역할을 짚어낸 이들도 많았다. “새로운 시선과 시도를 담아내는 장이었으며 이후에는 반목과 오해로 얽혀 있던 관계를 이해와 화해로 풀어내는 역할까지 해냈다”는 것이다. 특히 “‘나는 이 사회와 함께 있다’ ‘연극으로 이 사회를 말할 거다’ ‘나는 이 사회를 이렇게 생각해요’를 선언할 수 있는 장이었다”는 평도 있다.

남산예술센터 디지털 아카이브 화면

남산예술센터 내외부 모습 VR 감상

디지털 아카이브로 옮겨간 남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가 오프라인에서 문을 닫은 날, 온라인에서는 ‘남산예술센터 디지털 아카이브’(www.nsac.or.kr)가 문을 열었다. 지난 12년간 남산예술센터에서 펼쳐진 공연과 참여 인물, 공연의 기반이 된 희곡이나 소설 등의 정보, 극장의 역사, 공간, 공연 자료 등이 담겼다. 공연과 관련된 보도자료·연구자료 등도 포함했다. 디지털 아카이빙 전문 업체인 아트앤데이터와 공공분야 정보시스템 구축 전문 업체인 (주)아이엘아이티가 협업했다. 단순히 공연과 관련된 자료의 축적뿐 아니라 모은 자료의 의미와 맥락을 함께 보여주는 ‘시맨틱 데이터(Semantic data)’로 구축했다. 쉽게 말해,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바탕으로 데이터 간 연관성을 분석해 새로운 맥락을 도출할 수 있다. 이미 방대한 자료가 구축됐지만 아트앤데이터의 정주영 대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극장이 유지됐다면, 더 많은 자료를 축적했을 텐데 아쉽다. 1964년에 개관했으니(서울시가 임차하기 시작한 건 2009년) 그때부터 데이터를 더 축적하면 1960년대 이후의 방대한 ‘문화자원’이 생겨나는 거다.” 하지만 축적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새로운 연구와 창작에 활용될 수 있게끔, 데이터를 더 촘촘히 쌓아야 한다. 전통문화 데이터를 쌓는 작업에는 정부 등에서 많은 지원을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문화자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에는 지원이 덜하다. 극작가이기도 한 정 대표는 “해외에서도 공연 데이터를 중요한 문화자원으로 보고 있다”면서 “문화자원으로 가치를 따져봐도, 당연히 예산과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이재훈_《뉴시스》 기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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