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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전시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와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예술은’이라고 쳐본다. 추천 검색어가 줄줄이 따라온다. 대개는 책의 제목들이다. 대체 예술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은 이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무수하다는 방증일 테다. 그중 눈에 밟히는 검색어가 하나 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여기 예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저마다의 대답을 제시하는 두 개의 전시를 소개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수행자 박서보 작가의 회고전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스웨덴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이 한창이다.

한 세기를 지나온 작가 박서보는 한국전쟁부터 인류의 달 착륙 사건, 군사정부 등 20세기 굵직한 사건들을 보고 겪어온 증인이다. 스스로를 아날로그 인간이라 칭하는 박서보 작가가 바라보는 21세기는 ‘스트레스 병동’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캔버스에 이미지를 토해내기보다는 캔버스가 시대의 번민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쾌하다. 그림을 보면 평안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스웨덴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전시도 화제다. SNS에 작업 중인 작품을 올려 사람들의 피드백을 구하고 그 의견을 반영한 최종 결과물을 본인의 공식 웹페이지로 공개하는 에릭 요한슨은 21세기와 썩 잘 어울리는 작가다. 반면 작품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그만큼 보는 이의 순수하고 어린 마음을 소환해낸다.

1 박서보 <회화(繪畵) No.1> 캔버스에 유채, 95×82cm, 1957, 개인 소장.

2 에릭 요한슨 <full moon service>.

수신을 위한 수행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5. 18~9. 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올해 89세, 한 세기를 통과했다. 작가 박서보는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기에 시대와 무관한 예술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는 시대의 아카이빙이다.
한국전쟁을 전면으로 겪어낸 그는 전쟁의 상흔을 그려냈다.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미술가의 즉흥적인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미술) 작품 <회화 No.1>의 탄생이다.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사건은 그에게도 충격이었다. 회화는 기본적으로 붓의 탄력에 의해 저항을 가져온다. 하지만 공중에 분사되는 스프레이라면 무중력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유전질’ 시리즈를 선보였다. 코를 솜으로 틀어막고 마스크를 쓴 채 방독면까지 썼지만 콧속은 물감 입자로 가득했다. 그렇게 3년여의 작업으로 폐질환이 발병하자 작업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에나멜을 숫돌로 갈아내고, 그 위에 다시 색을 뿌려내길 반복했다. 또 어느 날은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해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수없이 반복해 선을 그었다.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지가 채 마르기 전에 문지르고 긁고 밀어붙이는 등의 행위를 24시간 동안 무수히 반복하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긁어내다 막대기나 자를 이용해 일정 간격을 촘촘하게 밀어내며 고랑처럼 면들을 파길 반복했다. 이를테면 수신을 위한 수행이었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응시하고 치밀하게 기록해나간 작가는 보기 드물 정도의 대규모 회고전을 선보인다. 현대인의 번민과 고통을 치유하는 예술을 위해 수행처럼 지속해온 작품 230여 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미공개 작품 일부를 비롯해 신작 2점도 최초 공개된다.

상상을 소환하다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6. 5~9. 1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스웨덴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대규모 전시가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스웨덴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한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마치 직관적인 동화의 한 페이지와 같다. 스튜디오에 조명을 달듯 다양한 모양의 달을 바꿔 다는 스태프, 깎인 양털로 띄운 구름, 풍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 열기구를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 나룻배 위에서 모닥불을 피워 생선을 구워 먹는 소년과 할아버지 등 어릴 적 머리로 그린 상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로 구현해낸다.
에릭 요한슨은 사진작가이자 리터칭 전문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단순한 합성 사진이라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는 작품 한 점에 나타난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해 한 겹씩 겹쳐 쌓아 올린다. 그 레이어가 150개 이상이다. 작품 제작 과정도 예상처럼 만만치 않다. 최종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작업은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아날로그의 노동을 통해 디지털의 도구를 유려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작가 본인도 사진작가보다는 미술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에릭 요한슨은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접했다. 그의 작품에서 마그리트 특유의 초현실주의 데페이즈망(depaysement: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전혀 다른 상황에 놓는 미술 기법)을 발견하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SNS를 기반으로 입소문을 탄 에릭 요한슨의 전시엔 평일에도 관람객이 북적인다. 종종 엉키는 동선에도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밝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낸 서정적인 작품이 그 이유일 테다. 에릭 요한슨의 영감은 ‘만약’에서 나온다. 불안한 현실과 권태로운 일상에서 현대인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번 사진전에는 대형 작품부터 작품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메이킹 필름과 스케치, 소품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글 김영민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주식회사 씨씨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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