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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7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 게재됩니다.
전미라 무용가 경력단절 엄마의 몸짓

“규칙과 억압에 억눌린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일까?”

‘2019 국제현대무용제’ 출품작인 <신성한 캐노피>(5월 2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안무를 맡은 무용가 전미라가 밝힌 공연의 모티프다.
2005년부터 댄스 뮤지컬 <겨울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활동할 만큼 독보적 위치를 얻었던 그는 2011년 결혼을 하면서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 아이를 낳고 생긴 엄마로서의 고민을 무용으로 표현하고 싶었단다. “5살, 7살 두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생각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아이들의 말과 행동, 일상적인 움직임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나 자신의 사악한 모습에 실망했거든요.”
공연은 훈육하는 엄마와 통제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세 명의 무용수가 몸으로 표현한다. 작품의 제목으로 천막을 뜻하는 캐노피에 ‘신성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는 부모가 행하는 권력에 주체성을 잃는데도 끊을 수 없는 복종 관계로 귀속되는 것에서 부모가 신성한 존재가 아닐까 고민했어요.”
무대 위에선 안무가들에게 지속적인 통제가 내려진다. 예컨대 ‘문지방을 밟지 마라’라는 강한 명령어는 세 명의 무용수를 부모에게 억압받는 아이들처럼 통제한다. 여기엔 영화 <도가니>에서 사감 역을 맡았던 김주령 배우가 강렬한 부모 목소리로 출연한다. 작년에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초연한 내용 중 핵심만 뽑아 제작한 이 작품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자신을 바깥세상과 단절시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송곳니>와 닮아 보인다.
아이를 기르며 겪었던 고민을 작품에 녹인 그는 이번 작품이 기대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잘못했던 것을 알고 반성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올린 거예요. 괴물 같은 엄마가 아니라 친구 같은 엄마, 내 손아귀에서 노는 아이가 아니라 주체적인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전미라는 세종대 무용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 <Mother Earth>(2011), 융복합공연예술축제(PADAF) <Triangle Room>(2016)으로 신진안무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 무용 부문에 <신성한 캐노피>가 선정되었고, 2004년부터 툇마루무용단 단원을 거쳐 현재는 부대표를 맡고 있다.

추예지 크리에이터 유튜브 속 클래식 구현

“이제는 경쟁보단 치유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클래식을 전공한 크리에이터 추예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이렇게 밝혔다.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지만 그가 해왔던 음악에 아쉬움을 느꼈다. “타악기를 전공했는데 막상 현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좁아지더라고요.” 그가 전공한 마림바(나무로 된 건반들이 배열된 실로폰의 한 종류)는 크기가 커서 불러주는 곳도 많지 않았단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주목받지 못한 아쉬움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 ‘세컨더리 퍼커션’을 결성하는 계기가 됐다. 팀 이름을 ‘2차적 타악기’로 지은 이유도 “1차적인 본능보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라고 고백했다.
“유학 후 대만에서 열리는 콩쿠르를 1년간 준비했어요. 경연 전날 약을 잘못 먹어 1차 오디션에서 떨어졌는데, 결과만 중시하는 경쟁에 지쳤어요.” 그는 채점받는 연주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눈길을 돌린 것이 1인 미디어로 주목받는 유튜브. “마림바는 검색해도 자료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영화음악, 가요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커버곡을 연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제작된 영상은 빠른 연주곡으로 유명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었다. 현재 조회수가 무려 83만 번을 넘는다. 음악에서 미디어로 방향을 바꾼 것이냐고 물으니 그는 단호하게 답했다. “원하는 바는 변함없어요. 많은 사람이 마림바 연주자로 봐주길 바랄 뿐이에요. 영상을 통해서 악기에 관심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그는 함께 공부했던 연주자들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스팍TV 채널(youtube.com/user/sfacmovie)을 통해서 공개된다.

추예지는 한양대 관현악과를 거쳐, 도쿄음악대 대학원에서 기악과 타악기를 전공했다. 연세대(2006), 성신여대(2006), 음악교육신문사(2009), 수원문화진흥원 콩쿠르(2010)에서 입상했다. 금호아트홀에서 마림바 독주회(2011), 국제 마림바페스티벌 대만(2017), 도쿄음악대 100주년 기념관 마림바 독주회(2017)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세컨더리 퍼커션 건반 주자이며,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문화재단에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신창렬 음악감독 레트로 소리극은 뭐요?

1961년 개봉한 영화 <성춘향>과 <춘향전>, 판소리, 그리고 ‘폴리아티스트’.

6월 5~23일 정동극장에서 공연한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은 이런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 무대에 모여 새로움을 창조했다. 1960년대의 소재들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레트로’(복고풍) 소리극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폴리아티스트(음향효과를 위해 소리를 만드는 사람. 신체 부위와 사물을 활용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냄)를 처음으로 무대의 중심에 세우면서 아주 새로운 ‘뉴트로’ 공연이 되었다. 음악 감독을 맡은 신창렬은 “영상을 보면서 여러 가지 소리를 만들어내는 폴리아티스트가 판소리꾼과 함께 극을 이끌어갑니다”라고 극의 구성을 설명한다.
<춘향전쟁>은 1961년 동시에 개봉된 영화 <성춘향>과 <춘향전>을 둘러싼 숙명의 소리 대결을 다루는 음악극이다. 공연에선 당시 한국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이 상영되었는데, 무대 위에선 신상옥 감독 역할을 하는 판소리꾼과 소리를 만들어내는 폴리아티스트의 밀고 당기는 기싸움이 이어졌다. 신창렬 음악감독은 지난해 말 성수아트홀에서 선보였던 초연과 달리 이번에는 “구현하는 소리를 무대 위에서 100% 라이브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 단체에 소속돼 연주하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어 창작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신감독은 퓨전국악 그룹 ‘그림(The林)’을 창단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처럼 새로운 악기, 장르와 끊임없이 협업을 시도했던 것과 연관해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작품처럼 판소리에 음향효과를 결합한 시도는 지금껏 못 봤어요. 그것은 숲(林)의 ‘뻗어나가는’ 속성과 같다고 봐요. 앞으로도 국악의 소재에 다른 장르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신창렬은 단국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작곡가와 제작자로 활동한다. 대표작으로 <Acoustic island>, <환상노정기>, <최생우진기>, <칼의 춤>, <제3의 시간>, 가야금합주곡 <꽃섬>, 국악관현악협주곡 <월식>이 있다.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대장금> 애니메이션 타이틀곡 제작과 음악 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창작 국악 그룹 ‘그림(The林)’과 ‘모로뮤직’ 대표를 겸하고 있다.

문삼화 연출가 연극은 배우의 것

“연극의 꽃은 배우입니다.”

연출가 문삼화는 6월 7~22일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무대에 오른 <거리의 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이렇게 밝혔다. 10년 전, 스승이었던 유인촌으로부터 독립해 무대에 올렸던 초연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평론가적 분석을 지양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연출가는 “테이블에 앉아 대본을 보며 내뿜는 분석은 배우의 자유로운 해석을 제한할 뿐”이라며, 배우들에게 개막 직전까지 대본을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처럼 늘 해왔던 방식에서 조금은 ‘엉뚱하게’ 보이고 싶은 바람이 자신만의 연출 기법이란다. 그래서 극단명도 ‘공상집단 뚱딴지’인지 모른다.
그의 작업 스타일은 다른 곳에서도 잘 나타난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주디스 톰슨의 동명 소설을 직접 번역했는데, 원래 다문화를 상징하는 캐나다의 현실을 반영해 유색인종, 이민자 등 소외된 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연극엔 단절된 소통과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했다. 이처럼 원작 본연의 뿌리를 가진 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불예측성을 고집한다. “영문학자의 번역이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적합하죠. 그런데 공연에도 그럴까요? 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를 위해 최대한 구어체로 번역합니다.” <거리의 사자>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소녀가 자신이 죽은 줄 모르고 집을 찾아 헤매는 내용이다. 여기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학부모에게 항의를 받은 교사, 암으로 죽어가는 여자 등 비극적 인물이 출연한다. ‘옴니버스처럼 등장하는 비극의 종합세트’라고 이르는 그는 이 연극에서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얼마 전 종방한 드라마의 주연배우가 시상식에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어요. 그냥 당신의 삶을 사세요’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않을까요?”

문삼화는 극단 유(1999~2009)에서 연극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연극 베스트 7(2013), 제16회 김상열연극상(2014)과 올해의 연출가상(2017)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마귀>, <일곱집매>, <라이방>,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지상 최후의 농담>, <바람직한 청소년>, <안녕, 아라발!>, <애니깽>이 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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