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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공연계 ‘도촬’ 논란무대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기 전에 생각할 것들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연 관람의 추억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이를 위해 주최 측은 공연장 로비에 포토 존을 마련하거나 굿즈를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허용된 방법을 넘어 공연장에서 직접 도둑 촬영을 하는 관객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장면 1. 지난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리사이틀. 본 공연을 마친 선우예권이 앙코르 곡을 연주하기 위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순간 객석에서 스마트폰 신호음 소리가 계속 들리자 선우예권은 집중력을 다잡으려는 듯 호흡을 재차 가다듬었다.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길어지자 객석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장면 2. 지난 5월 14일, 슈베르트 3대 가곡집 전곡 연주를 위해 내한한 영국의 스타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 본 공연을 마치고 두 번째 앙코르 곡을 들려준 보스트리지는 무대 밖으로 나가기 전 앞쪽 좌석의 한 관객에게 다가가 손으로 ‘X’ 자를 그린 뒤 퇴장했다. 이 관객은 바로 직전 하우스 어셔(공연장 안내원)로부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들었는데, 아티스트가 직접 다시 ‘도촬 금지’를 당부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스마트폰을 맡겨놓고 공연을 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다”라는 대화가 오갔다.

1 최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스쿨 오브 락>은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마지막 커튼콜 때는 촬영을 허락한다.
커튼콜 사진과 영상은 공연 팬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흥행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공연 에티켓

공연예술이 변화하는 것처럼 공연 관람 에티켓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예컨대 취식이 가능하고 애완견도 데리고 들어갔다는, ‘시장통’이나 다름없었던 수백 년 전의 오페라 극장은 이제 엄숙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음악회장에서 악장간 박수를 자제하도록 한 것도 사실 100여 년 전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 시대에 교향곡의 1악장이 끝나고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있다면 대다수가 인상을 찌푸릴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어느 누구도 악장마다 박수가 나오던, 시장통 같던 옛 음악회장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에티켓이 생기기도 한다. 공연장에서의 ‘도촬’이나 녹음을 금지하는 것도 누구나 작은 촬영기기, 녹음기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테크놀로지가 일상화되며 나타난 에티켓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불법으로 촬영해 영상을 공유하는 행위가 늘어나자 외국에서는 극장 직원들이 첨단 장비로 이를 잡아내는 사례까지 생긴 것처럼, 우리 공연장에서는 어셔들이 ‘도촬’이나 불법 녹음과 ‘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국공립극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은 “사전 협의되지 않은 사진 촬영 및 녹음, 녹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원칙적인 공연 관람 예절이라고 공지한다. 나아가 “공연 장면뿐만 아니라 무대 장치까지 모두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셀프카메라 촬영도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대관 시 공연기획사와의 ‘사전 협의’로 커튼콜 촬영 등은 가능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론 공연의 모든 과정 일체를 관객의 눈과 귀를 비롯한 ‘오감’으로만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2 뮤지컬 <록키호러쇼>. 관객참여형 뮤지컬로 유명하지만, 공연은 무대나 커튼콜을 포함해 일체 촬영을 금지한다. 작품과 관련된 모든 영상과 사진은 외부로 노출하기 전 해외 원작사의 검수가 필수라고 기획사 측은 설명했다.

마케팅 효과와 저작권 사이

물론 본 공연이 끝나고 무대인사 때는 촬영을 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커튼콜 자체를 하나의 특별 공연처럼 연출하고 촬영을 허락하는 작품들도 있다. 특히 SNS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대중화되며 영상·사진을 공유하면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초 선보인 뮤지컬 <플래시댄스>나 최근 샤롯데 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등이 이러한 사례다. 이들 작품에서는 스마트폰을 켜고 일제히 화려한 커튼콜 무대를 영상에 담는 객석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보수적인 유럽 클래식계도 커튼콜 촬영에는 관대한 쪽으로 변화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디지털카메라나 태블릿 PC로 무대를 촬영하는 관객도 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를 대신한 지 오래인 우리에게는 이 같은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해외 뮤지컬 프로덕션 등은 대체로 촬영에 엄격하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공연을 진행한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언론들도 디즈니가 제공한 사진만 사용할 수 있었다. 국내 매체에 작품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미디어 투어 때도 일체의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수차례 주지하기도 했다.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공연 촬영물이 삭제 조치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자신의 연주 장면을 공연장 로비로 송출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깐깐한’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내한 리사이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공연을 주최한 기획사는 영상을 올린 계정 측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자 유튜브 본사에 공식 요청해 긴급히 ‘도촬 영상’을 지웠다고 한다.
공연계에서는 저작권 때문만이 아니라 관객이 온전히 작품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촬영을 되도록 자제해달라고도 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공연을 준비한 입장에서는 관객들이 촬영보다는 박수를 보낼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대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기 전, 공연 관람의 선이 어디까지 정해져 있는지, 아티스트가 노력과 열정으로 올린 무대에 어떻게 응원을 보낼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안석_서울신문 기자 사진 제공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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