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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3월호

로시니와 <윌리엄 텔> 유쾌한 작곡가의 진지한 오페라
3월, 바야흐로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이 왔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한데 3월을 거의 매년 아쉬움 속에 맞이한 작곡가가 있었다. 놀랍게도 정작 본인은 오페라 작곡가 중 청중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한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다.

로시니는 윤달인 2월 29일에 태어나 4년에 한 번밖에 생일이 돌아오지 않았다. 생일도 코믹한 로시니. 그는 이탈리아 북동부 아드리 아해의 페자로에서 트럼펫 주자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능력이 뛰어났던 로시니는 12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하고 인근의 대도시인 볼로냐 음악원에서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로시니는 “나는 4류 피아니스트”라며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불렀지만 그의 연주를 직접 들어본 사람들은 그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작곡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해냈던 로시니는 평생 39곡의 오페라와 가곡, 실내악곡, 종교합창곡 등을 썼다. 40살 때까지만 오페라를 썼으며 그 이후에는 파리에 살면서 ‘테아트르 이탈리앙’이라는 오페라 극장을 만들고 운영했다.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도니제티(1797~1848), 벨리니(1801~1835) 같은 후배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파리에서 프랑스어로 발표하며 그들이 당대 최고의 무대에서 활동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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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작곡가에서 식도락가로

로시니의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37살까지는 오페라를 열심히 작곡하면서 부를 누리다가 이후 갑자기 오페라 작곡을 단념하고 종교곡이나 실내악곡만 몇 편 썼으며, 사실상 은퇴한 뒤에는 후배 작곡가들을 도와주면서 자신은 정작 먹는 것에 열중했다는 점이다. 그는 미식의 도시 파리에서 최고의 식도락가(gastronomie)로 다시 한 번 명성을 떨쳤다. 그러면서 나온 메뉴가 바로 스테이크를 몇 겹으로 올려놓고 레드와인과 함께 먹는 ‘로시니 스테이크’다. 이 로시니 스테이크는 지금도 요리법이 전해져 내려온다.
로시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오페라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22살의 그를 히트 제조기 명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1816년 작 <세비야의 이발사>다. 서곡에서부터 명랑 쾌활한 작품이다. <신데렐라>(La Cenerentola, 라 체네렌톨라) 또한 정말 즐거운 작품이다. 계부와 언니 때문에 고생하는, 재를 뒤집어쓴 아가씨 안젤리나가 천신만고 끝에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며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되고,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던 계부와 언니들을 사랑으로 끌어안는다는 스토리. 이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들에서 로시니의 천재성은 빛을 발한다. 발랄하고 속도감 있는 진행, 점점 빠르고 소리가 커지는 로시니 크레센도. 여러 명의 출연진이 함께 앙상블을 이루어, 모차르트(1756~1791)의 뒤를 이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치고 빠지는 앙상블 오페라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5월 국내 초연되는 <윌리엄 텔>

로시니는 이런 오페라 부파뿐만 아니라 오페라 세리아(진지한 오페라, 정극)에서도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오페라 <세미라미데>, <호수의 여인>, <탄크레디> 같은 작품들이다. 37살 때인 1829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그의 마지막 오페라로 초연한 작품도 오페라 세리아였다. 이 작품의 제목은 나라마다 다르게 써 프랑스어로는 <기욤 텔>, 이탈리아어로는 <굴리엘모 텔>, 영어로는 <윌리엄 텔>로 불린다. 오스트리아의 압제하에 있던 조국 스위스를 위해 독립의용군을 일으켜 빼어난 활 솜씨를 바탕으로 오스트리아 군대를 무찌르고 스위스의 독립을 되찾은 영웅 빌헬름 텔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새벽>, <폭풍우>, <목가>, <스위스 독립군의 행진>으로 나뉜 그 유명한 <윌리엄 텔>서곡이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당신이 진짜 활을 잘 쏜다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맞춰보시오’라며 오스트리아 군대가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몰아가는 장면일 것이다. 이때 바리톤인 윌리엄 텔이 부르는 곡이 있다. <Resta immobile>(움직이지 말거라)이다. 이 곡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스트리아의 스위스 통치 100주년 기념일에 스위스의 비열한 대관 게슬러가 길거리에 막대를 세우고 모자를 씌운 채 모두 경례를 하고 지나가라고 한다. 이 때 아들 젬미를 데리고 가던 텔은 경례를 하지 않고 비웃으며 지나가다가 감시병에게 발각되어 게슬러 앞에 끌려간다. 게슬러는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하지만 텔이 활의 명수라는 말을 듣고 아들 젬미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아 명중시킨다면 용서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윌리엄 텔은 아버지로서 그런 행동은 할 수 없다고 거절하지만 게슬러는 명령을 취소하지 않는다. 아들 젬미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히려 안심시키자 텔도 마음을 다잡고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은 후 활시위를 당긴다. 이때 부르는 아리아가 <Resta immobile>이다. 자칫 실수하면 아들을 죽일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아들의 믿음에 윌리엄 텔도 당황하지 않고 절대 움직이지 말라며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을 담아 명아리아를 부른다.
한국의 남성 오페라 솔리스트 성악가들로 구성된 ‘이 마에스트리’는 이 명곡을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3일까지 열린 ‘로시니 페스티벌’에서 합창 버전으로 바꿔 불렀다.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를 합창으로 바꿔 부르는 일은 이탈리아에서도 거의 드물어 현지 음악인들과 극장 관계자들 모두가 흥분했다. 이외에도 경쾌한 즐거움이 가득한 <세비야의 이발사> 중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제일 가는 이발사>와 <라 단짜>(춤)도 축제 분위기를 돋았다. 그런데 여름에 열리는 ‘페자로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과는 달리 이 로시니 페스티벌은 자주 축하하지 못하고 생일이 지나가버리는 로시니를 위해 그의 생일주간에 열린다고 한다. 이 또한 로시니처럼 유머러스하고 유쾌하지 아니한가! 국립오페라단이 금년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윌리엄 텔>의 역사적인 초연을 한다니 기대된다.

글 장일범_음악평론가, 국악방송 <창호에 드린 햇살> 진행자, <장일범의 K 클래식 월드> 유투버,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팟캐스터
그림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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