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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영화 <가버나움>과 <언더독>버려진 존재를 그린 영화들
영화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이해하는 탁월한 매개체가 될 때가 많다. 국경을 넘어, 종을 넘어 확장되는 공감과 연민의 힘을 보여주는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자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가버나움>은 출생 서류도 없이 살아가는 레바논 소년이 직접 부모를 고소하게 된 처절한 연유를 좇는다. 한국 애니메이션 <언더독>은 전혀 다른 톤으로 버려진 존재를 담아낸다. 버려진 개들이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운 땅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따뜻한 동화의 틀로 전달하는 동시에, 생명권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녹여낸다.

혼돈과 기적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

실제 나이조차 알 수 없는 소년이 있다. 슈퍼마켓 주인 아들을 칼로 찌른 혐의로 구속되면서 비로소 첫 신체검사도 받게 된 자인(자인 알 라피아)은 법정에서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부모를 고소하겠다고 한다. 사연은 이러하다. 출생 서류조차 없는 그는 제대로 된 보살핌은커녕 부모의 범죄를 도우며 살아왔는데, 11살 여동생 사하르(하이타 아이잠)가 주인집 아들과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충격적인 상황에 처하자 집을 나간다. 갈 곳 없이 허름한 놀이공원에서 방황하던 자인을 안타깝게 여긴 아프리카 난민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은 한 살배기 아기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져 반콜)가 있는 자신의 집에 그를 데려온다. 하지만 라힐이 체류증 만료로 수감되면서, 자인은 요나스를 어르고 달래는 부모 역할을 도맡게 된다. ‘가버나움’은 혼돈과 기적을 뜻한다. 이 단어는 예수의 기적이 많이 행해진 이스라엘의 도시에서 유래했는데,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았기에 곧 멸망하리라는 예언 이후 6세기에 퇴락했다. 제목의 의미 그대로 영화는 혼돈 그 자체인 레바논의 현실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마땅히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소년이 스케이트보드와 냄비로 만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돈과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떠도는 이미지는 충격적이면서,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동시에 영화는 적절한 유머를 녹여내 확실한 대중성도 확보한다. 웃음이 비극을 가볍게 만든다거나 반대로 현실이 무거워 의도된 웃음이 불발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나딘 라바키 감독의 연출력이 빛난다. 무엇보다 <가버나움>의 가장 큰 성취는 자신이 겪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배우들의 호연에 있다. 자인 알 라피아는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실제 시리아 난민 소년으로, <가버나움>은 그가 생애 처음으로 연기한 작품이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도 실제 불법 체류자였고,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져 반콜은 가족과 함께 레바논에 체류 중이었다. 나딘 라바키 감독이 직접 자인의 변호사를 연기한 대목에서, 레바논의 현실을 영화를 통해 고발하고 버려진 자들의 삶을 재건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관련 이미지

1 영화 <가버나움>.

2 영화 <언더독>.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묻다오성윤, 이춘백 감독의 <언더독>

<언더독>은 주인의 말에 충성하는 뭉치(도경수)가 달랑 사료 한 봉지와 이름이 적힌 테니스공과 함께 산에 버려지는 가슴 아픈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를 버리는 인간은 “이게 얘한테는 더 좋을 수도 있다. 마음껏 달릴 수도 있다”는 뻔뻔한 변명을 하는데, 실상은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산 아래에서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끼니를 연명하다 험한 꼴을 당하기 일쑤고, 영원히 인간을 적대시하기로 마음먹은 들개들은 “놀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달린다”며 분노한다. 악독한 인간 중에서도 20년 동안 개공장을 하며 엄마 개가 죽을 때까지 강아지들을 끝없이 만들어내거나 잔혹한 개싸움에 이용하는 개사냥꾼은 명백한 <언더독>의 메인 빌런이다. 그는 버려진 개들이 모인 허름한 아지트에 침입해 이들을 폭력적으로 잡아간다. 뭉치가 만난 떠돌이 개무리와 첫눈에 반한 밤이(박소담)를 비롯한 들개들은 철망을 경계로 대립하지만, 개사냥꾼을 비롯한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운 땅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며 협력한다. 인간과 함께 살 때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유기견들도 사냥한 고라니를 먹는 법을 배우는 등 야생의 삶에 적응해나간다. <언더독>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의 차기작이다. 따뜻한 동화의 구조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수의 액션 신과 자연스런 유머가 적절하게 배치 되어 있고, 동물을 둘러싼 온갖 문제를 잊지 않고 짚어낸다. 부모와 강제로 헤어진 후 ‘애견숍’에 간 강아지를 쉽게 구입하고 너무 커졌다는 이유로 또 쉽게 버리는 인간들을 묘사하고, 로드킬 문제가 극에서 가장 가슴 아픈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식이다. 또한 영화 초반부 유일하게 개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인간이 월급을 제대로 받는지도 보장할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설정은 <언더독>의 담론을 보다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한다. 또한 장애가 있는 개들을 돕는 부부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인간과 동물이 지구에서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이상적인 길을 제안하기도 한다.

글 임수연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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