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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졸속 개관 논란무리한 속도전보다 미술품 보존을 우선해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월 27일 문을 열었다. 기존의 과천, 서울, 덕수궁관에 이은 4번째 분관이다. 수도권 밖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청주관의 정식 명칭은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다. 앞서 생긴 3개관이 ‘전시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청주관은 ‘수장고’ 기능이 먼저다. 미술품을 최적의 환경에 보존하면서, 관람객들이 이를 볼 수도 있도록 하는 ‘개방형 수장고’를 표방한다. 롤모델은 스위스 바젤에 있는 샤울라거(Schaulager) 미술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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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층 수장고 바로 앞으로 공사 중인 건물이 보인다.

2 정식 개관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6일에도 내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3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보이는 수장고를 표방한다. 큐레이터의 개입을 최소화한 ‘날것’ 그대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담배공장을 미술관으로

이미 개관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미술품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봄까지 기다리기를 권한다. 개관한 뒤 2개월간은 ‘시범 운영’ 기간이다. 현재는 예약제 등의 인원 제한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문을 열고 있다. 최소 2월까지는 시행착오를 거친 뒤 3월에야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발하는 청주관에 ‘악담’하는 것은 아니다. 개관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6일에 본 청주관의 모습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청주관을 제외하고는 주변 환경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 청주관 옆에 자리한 청주공예비엔날레관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고 청주관 건물 앞 공간은 포장조차 되지 않았다. 참고로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기획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담배공장’ 을 미술관으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미 예고됐다고는 하지만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개관을 강행하면서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됐다. 충북 청주 ‘연초제조창’은 한때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으나 2004년 문을 닫았다. 2011년부터 미술관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됐고 지난해 3월 공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마무리됐다. 5층짜리 건물에 10개의 수장 공간과 15개의 보존과학 공간, 1개의 기획전시실, 2개의 교육 공간, 조사연구 공간인 라키비움 등이 자리 잡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4,000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1,100점 등 5,100여 점 (2020년 기준)을 소장할 계획이다.

준공 열흘 만에 개관, 퇴색된 미술관의 기능

미술품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항온·항습이 필수다. 공기 중에 있는 유해물질도 최대한 제거하고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청주관은 ‘급하게’ 개관을 준비하느라 미술품 이전 작업과 내부 공사가 함께 진행됐다. 청주관의 건물 리모델링이 끝난 것은 지난 12월 17일이다. 언론공개 행사가 열린 12월 26일에도 주변 공사가 이어질 만큼 개관 준비가 미비했다. 개관식은 준공 열흘 만인 12월 27일에 열렸다. ‘12월 개관’을 일찌감치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 같은 국립현대미술관이라도 5년여 전에는 달랐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보안사 자리에 지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3년 6월 준공한 뒤 같은 해 11월 문을 열었다. 준공부터 개관까지 4개월이 넘는 기간이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서울관은 (리모델링이 아닌) 완전 신축 건물이고, 연면적도 청주관의 3배 정도였다”며 “전시실도 8개나 돼 준비 기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청주관은 천장만 증축했다”며 “(서울관과) 똑같이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미술계 인사는 “분진,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실내오염물질은 미술품에 어떤 면에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건설 완료 후 최소 몇 달간 공조 시스템을 가동하고 공기질을 체크한뒤 입주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청주관 개관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 대행을한 박위진 기획운영단장은 “국민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공사가 완료된 터라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미술관이 개관해야 주변 시설 공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설명이 부실하다 보니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치적을 위한 ‘속도 내기’란 해석이 도는 이유다. 도 장관은 청주시 흥덕구를 지역구로 하는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흥덕구 바로 옆 청원구에 있다. 당초 공모로 확정했던 설계안이 수차례 변경 되면서 미술관의 기능이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공모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공모 당선작을 선정한 뒤 본 설계 시에 샤울라거의 자문을 받아 가변적 공간 등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런 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청주관이 롤모델로 삼는다는 샤울라거는 절대 이런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개관) 약속이 중요해도 미술품 보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며 “미술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진수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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