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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과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창조와 파괴는 계속된다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입체파의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이 말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AI(인공지능), 5G,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 기계에 지능을 적용한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흔적을 파괴하며 끝없이 창조력을 발휘한다. 1906년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그랬다. 아름다운 몸매는커녕 얼굴마저 기괴하게 표현되어 ‘부서진 유리의 파편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괴이한 그림’은 현대미술사를 완전히 바꾸었다. 500년 전통의 르네상스 미술을 파괴한 치명적 무기였다. 비정상적인 그림은 입체주의(큐비즘)의 출발이 됐다.

원근법과 명암법을 깬 입체주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인상파에서 시작되어 야수파, 표현주의, 색채주의, 초현실주의, 추상, 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등 다양한 창작의 시대를 여는 모토가 되었다. 형상을 쪼갠 듯 난해해 보이는 입체파의 그림은 여전히 어렵다. 21세기 동시대 현대미술도 입체파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카소와 큐비즘>과 <한묵: 또 하나 의 시(詩)질서를 위하여>라는 두 개의 전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 추상미술 대가를 만들어낸 입체파의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다. 미쳐야 미친다. 창조와 파괴는 계속된다. 과거가 미래의 답이다.

입체파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피카소와 큐비즘> 2018. 12. 28~2019. 3. 31,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폴 세잔 (1839~1906)이 1882~1883년에 그린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크의 아침>으로 시작한다. 입방형 지붕 같은 기하학적 풍경이 돋보이는 수채화 같은 그림이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폴 세잔은 20세기 최초의 미술사조 야수주의뿐만 아니라 입체주의 회화의 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방가르드 미술의 스승이다. 그가 죽은 지 1년 후, 1907년에 열린 살롱 도톤느의 <세잔 회고전>은 입체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전시를 통해 피카소와 브라크(1882~1963), 드랭(1880~1954), 레제(1881~1955)와 같은 젊은 화가들은 세잔의 화풍을 보고 새로운 미술에 대한 방향성을 확인한 후 작업 의지를 다졌다. 피카소는 “세잔은 우리 화가들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입체파를 대변하는 두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1912)과 브라크의 <여자의 두상>(1909)이 나란히 전시됐다. 마지막에 전시된, 6m가 넘는 초대형 회화 4점은 80년 만에 파리시립근대미술관 밖으로 나온 작품이다.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그림으로 1938년 튈르리 살롱전 조각실을 장식하기 위해 그려졌다. 피카소라는 이름에 끌려왔다가 만나는 ‘입체파 패밀리’들의 다양한 면면이 새롭다. 세잔부터 피카소, 브라크와 레제 등이 만들어낸 진품 명화를 소개하는 전시는 입체주의, 이성의 시대를 연 입체파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전한다.

관련된 이미지

1 피카소 <남자의 두상>, 1912,파리시립근대미술관.

2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전시 전경.

한국 기하추상의 선구자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2018. 12. 11~2019. 3. 24,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지난 2016년, 102세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 생투앙 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한 한묵(1914~2016) 화백의 첫 유고전이다.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평생 탐구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진정한 화가가 되기 위해 홍익대 미술대 교수직도 그만두고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우주 공간에 천착한 그는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을 사용해 그만의 역동적인 선과 형태로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4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TV로 본 후 그때 받은 충격이 원동력이 됐다. ‘2차원의 평면에 4차원의 우주 질서를 담겠다는 야심’은 기하추상의 기반이 됐고, 역동적인 우주 에너지가 넘치는 기하학적 추상 언어를 창조했다. 1980년대에 완성한, 나선으로 나아가며 방사선을 결합·교차시킨 화려한 기하학적 추상화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큐비즘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색채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큐비즘과 조합되어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이고 명랑하면서도 현대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역동적이고 우주적인 방사선 그림이 나오기까지 ‘오래된 그림’도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의 참상, 가족 이산, 가난에 대한 경험들이 화폭에 녹아 있다. 한묵은 6·25 때 종군화가로 활동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예술로 표현했고 ‘절친’ 이중섭을 청량리 병원에 입원시키고 사후에 시신을 수습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지만, 기하학적 절묘한 구성과 자유분방한 색채로 나아가기까지는 원초적인 생명력이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 시기와 전 장르의 작품을 조명하는 이 전시에서는 1970~1990년대에 연필, 수성 펜, 구아슈 등으로 제작한 37점의 드로잉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글 박현주 뉴시스 기자
사진 제공 (주)서울센터뮤지엄,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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