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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5월호

공연사용료 논란의 해법 찾기창작물 사용에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
음악은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누구나 흥얼거리면 그게 음악이 됐다. 그랬던 음악이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 발명품들이 있다. 초기 발명품이라면 단연 금속활자다. 악보 인쇄술의 발달로 음악 판매가 보편화됐다. 음악을 상품화했다는 것 말고도 특별한 의미가 또 있다. 작곡가와 연주자의 분업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전에는 작곡가가 직접 다니며 자신의 곡을 연주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후엔 작곡만 하고 악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공연권의 역사

1800년대 들어 유럽에선 유료 관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문 연주자들은 돈을 적잖게 벌었다. 하지만 공연 수익이 오롯이 연주자에게만 돌아가는 구조는 어딘지 불합리해 보였다. 수익 중 일부를 작곡가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저작권 가운데 공연권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공연권 개념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1847년의 일이다.프랑스 작곡가 에르네스트 부르제가 어느 카페에 갔다. 그곳에선 연주자들이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만든 곡도 흘러나왔다. 부르제는 음료를 다 마신 뒤 돈을 내지 않고 나왔다. 자신의 곡이 카페에서 연주되었는데도 카페 주인은 이에 대해 그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부르제는 카페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부르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연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851년, 작곡가, 작사가, 음악출판사들이 공연권 징수단체 ‘사셈’(SACEM)을 결성했다. 오늘날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의 시초인데, 이는 전 세계 공연권협회와 저작권협회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렇듯 서양에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뿌리가 탄탄하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돈 주고 사야 하듯이 글, 그림, 음악 같은 예술작품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감상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다.국내에서 음악산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건 1960년대 이후다. 1964년 미도파음반에서 내놓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앨범이 국내 최초로 10만 장 넘게 팔렸다. 이후 LP에서 CD로, CD에서 MP3,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담는 그릇이 바뀌어오는 동안, 우리나라의 음악시장 규모는 세계 10위 수준(2.1억 달러,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으로 성장했다.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높아졌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음원이 처음 퍼졌을 때 많은 이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당연시했다. 이에 특단의 조처로 나온것이 저가정책이었다. 월 몇 천 원 수준의 정액제처럼 최대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람들을 합법적 음원시장으로 이끌자는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주효해서 이제는 대부분 불법 다운로드 대신 유료 음원사이트를 이용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대가가 형편없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음악의 절대적인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음반시장을 대체하는 공연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이는 일부 잘나가는 음악인들에게만 해당할 뿐 상당수 음악인들은 음악만으로 생계를 잇기 힘들어졌다.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가 공연사용료 징수를 더욱 확대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힘든 시장 상황에서 법으로 보장된 저작권이나마 제대로 행사해 창작자 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사진

음악 공연사용료 확대를 위한 징수규정 개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카페, 호프집, 체력단련장 등에서도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 (내용과 관계없는 자료사진)

공연사용료를 둘러싼 입장들

공연사용료 징수는 이전에도 이뤄져왔다. 다중이 이용하는 상업시설에서 음악을 틀 경우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 음악이 매출을 일으키는 데 있어 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의 판결이 최근 몇 년 새 잇따르자 한음저협은 백화점, 대형마트, 놀이공원, 야구장 등으로부터 공연사용료를 거둬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3월 음악 공연사용료 확대를 위한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카페, 호프집, 체력단련장 등에서도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번 조처와 관련해 논란도 있다. 징수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호프집, 카페 등은 매장 크기에 따라 최저 월 2,000원에서 1만 원, 체력단련장은 최저 월 5,700원에서 2만 9,800원 수준의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 다만 50㎡(15평) 미만 영업장은 면제다. 문체부는 사용자들의 처지를 고려해 우선 낮은 수준으로라도 공연사용료 징수를 시작한 뒤 액수를 높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음저협은 GDP 국가순위가 한국(11위)과 비슷한 호주(13위), 스페인(14위)만 봐도 매장당 최소 월 2만~2만 1,000원을 징수하므로 액수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돈을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부담이 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짓기도 한다.
각각의 입장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 모두를 뛰어넘는 원칙은 분명하다. 창작자들이 노력을 들여 만든 예술작품을 즐기거나 영업에 이용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그래야 창작자들이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원동력이 마련되고,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 워질 것이라는 사실. 개개인의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이런 원칙부터 되새긴다면, 공연사용료 논란에 대한 해답 찾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글 서정민 한겨레 기자·사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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