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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전시 <구보타 히로지, 아시아를 사랑한 매그넘 작가>와 <이정진 : 에코–바람으로부터>사진으로 담아낸 단 하나의 세상
찰나의 예술, 사진. 시대를 기록하는 사진이 거장의 손을 거쳐 예술로 탄생했다. 50여 년간 아시아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록한 순간들은 지금은 사라진 다양한 문화권의 모습을 담아냈다. 한지와 같은 평평하지 않은 질감의 종이에 붓으로 감광제를 발라 필름 너머 빛의 잔상을 담아낸 사진은 회화처럼 유일무이한 작품이 됐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미학 <구보타 히로지, 아시아를 사랑한 매그넘 작가> 3. 10~4. 22, 학고재

구보타 히로지는 세계적인 사진가 그룹 ‘매그넘’(Magnum)의 대표 사진작가이자 최초의 아시아인 멤버다. 1939년생인 그는 일본 와세다대 정치학과에 진학한 후 196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한다.그러던 중 학생운동을 취재하던 유명 사진가 하마야 히로시를 보조하는 일을 하면서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사건의 기록자로서 충실하고자 했던 구보타 히로지는 그의 작업 초·중기에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에 열중한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의 모습을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1970년대 초반까지 흑인 민권운동, 미국의 히피 등 당대에 관한 의미 있는 사진들을 남겼다. 1975년 매그넘의 의뢰로 베트남 사이공 함락을 촬영한 이후, 미국 반대편의 아시아 국가들을 탐험하기로 마음먹는다. 한국, 중국, 일본,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티베트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일상생활, 소수민족의 모습을 담았다.
1970년대 후반 미얀마의 황금바위를 촬영한 뒤 그의 시선은 ‘사건’에서 ‘풍경’으로 옮겨온다. 작업 초기 그는 화려한 색이 대상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방해한다는 생각에서 흑백사진만을 고집했다. 그러나 미얀마의 장대한 자연과 다채로운 색상에 매료된 그는 자연 풍경의 모습을 기록하는 데 있어 색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또한 객관적인 기록을 위한 사진으로부터 작가 자신의 주관을 담은 사진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구보타 히로지는 풍경 사진이 풍경 그 이상의 것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보기 좋은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이와 찍히는 대상 모두의 삶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두루 포괄한다.
학고재에서 4월 22일까지 진행되는 구보타 히로지의 회고전은 19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는 5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아우른다. 그의 대표작 109점을 선보이는데, 작가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초기 작업, 세계여행, 컬러의 세계, 중국,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 등 6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한국과 북한을 다룬 작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1966년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와 1978년 북한 방문 당시의 생활상이 사진으로 기록됐다. 백두산과 북한의 모습을 포함해 금강산과 설악산 등 남북의 수려한 명산 풍경들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련이미지1 <금강산, 북한>, 피그먼트 프린트, 1986.
2 <불교 성지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 다이-트랜스퍼, 1978.
3 <미국의 사막 I>, 1991. ©이정진

사진을 회화로 탈바꿈시키다 <이정진 : 에코–바람으로부터>, 3. 8~7. 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이정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사진작가다. 그는 필름만 있으면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진을 단 하나밖에 없는 회화적인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다 사진에 대한 매력을 느낀 이정진은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후 국내에서 2년 반 동안 잡지 사진기자로 일했고, 이후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사진이라는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기존의 인화지 외에 다양한 소재를 실험한 결과 한지를 발견했다. 그는 전통 한지에 붓으로 감광제를 바르고 그 위에 인화하는 수 공적인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을 통해 유일무이한 회화적인 사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정진 작가는 “한지 위에 감광제를 어디까지, 얼마큼의 두께로 바르느냐에 따라 인화된 작품의 농담이 결정되고 고유한 특성을 띤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사진의 재현성과 기록성, 복제성과 같은 일반화된 특성에서 벗어나 작가의 주관적인 표현이 가능해졌다.
오는 7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에코-바람으로부터>전은 이러한 작가의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보여준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사진 전문 기관인 빈터투어 사진미술관과 공동으로 추진한 이 전시는 2016년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립미술관과 스위스 르 로클 미술관을 순회한 후 올봄 한국 관람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번 전시에는 이전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미국의 사막> 시리즈와 <바람> 시리즈의 일부 작품들이 추가 됐고, 한지에 인화하는 암실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도 함께 공개됐다. 프레임 너머 작가의 자유로운 사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 원본을 액자에 끼우지 않은 채 벽에 그대로 설치했다. 종이의 거친 마감 끝과 한지 속 감광제가 덮인 부분의 경계까지 속속들이 볼 수 있다

글 박지현 파이낸셜뉴스 기자
사진 제공 학고재,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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