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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3월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체인지 메이커들의 베이스캠프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성수동은 값싸고 간편한 붉은 벽돌로 지은 점포형 공장들이 모여 작은 공업지대를 이루었다. 최근 성동구는 서 울시와 함께 서울숲길 인근의 붉은 벽돌 밀집 지역을 ‘붉은 벽돌 마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지정했다. 붉은 벽돌이 성수동의 정체성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지색 벽돌로 지은 ‘헤이그라운드’가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사진1 붉은 벽돌로 지어진 창고 옆으로 베이지색 벽돌의 헤이그라운드가 보인다.
2 6층의 계단형 라운지. 옆 대회의실의 개폐형 도어를 열면 공간을 확장하여 강연과 토크 콘서트 등을 개최할 수 있다.

모던한 분위기, 유연한 내부 공간

헤이그라운드 주변은 아파트 단지와 1~2층의 낮은 주택들 그리고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모여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소박할 정도로 예전 그대로인 건물들이 들어찬 동네 속에서 검은색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창문들을 통해 단정함과 질서를 부여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창고 옆에 자리한 베이지색 벽돌의 헤이그라운드는 모던한 사각형 매스로, 종합건축사사무소 디엠피가 설계했다. 내부 공간의 바닥은 컬러 에폭시로 마감해 ‘체인지 메이커’들을 위한 공동 오피스 공간으로서 유연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강연과 컨퍼런스를 통하여 체인지 메이킹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지하 1층은 다목적 홀과 세미나 룸 등으로 계획되었고, 1층에는 헤이그라운드 입주자뿐 아니라 외부인도 언제든 와서 즐길 수 있는 오픈된 라운지와 함께 카페, 헬스클럽, 편의점 등이 자리한다. 2~7층은 사생활이 보장된 전용공간과 공용공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2층부터 5층까지는 담백한 분위기의 가구들로 중대형 독립 오피스를 꾸몄다. 소셜 벤처나 사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오피스 작업공간으로 10인부터 100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6층과 7층은 3·4·6인 단위의 소형 독립 오피스, 1인 단위로 운영되는 코워킹 데스크 존으로 이루어진 사무공간과 30인 대회의실, 여성 라운지, 키친, 촬영 스튜디오 등의 공용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더스트리얼풍 가구로 특색 있는 공간을 연출한다. 8층은 스카이라운지로 회의나 휴식공간으로 사용된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개폐형 도어를 열고 옥상 테라스와 연결하여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8층 전체는 도심 속 리조트 분위기의 공용공간으로 입주자들 간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안락하면서도 이동성이 좋은 가구를 배치했다.


관련사진3 자연 채광을 위해 벽돌을 ‘비워 쌓기’ 방식으로 쌓았다.

순환하는 동선 속 우연한 마주침

헤이그라운드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기획 및 운영하는 코워킹 커뮤니티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유 사무실이라는 단어가 생소했지만, 현재 카우앤독, 위워크 등의 공유 사무실이 스타트업들의 베이스캠프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헤이그라운드(Heyground)는 ‘우연히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hey)하면 좋겠다’의 ‘헤이’와 ‘우리가 든든한 대지(ground)가 될 테니까’의 ‘그라운드’를 합친 말이다. 헤이그라운드는 다른 공유 사무실과 다르게 체인지 메이커들을 위한 환경에 관심을 기울였다. 체인지 메이커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모두를 포괄하는 말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가, 이들과 함께 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 보노(pro bono: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돕는 활동), 소셜 벤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 모두가 체인지 메이커이다.
루트임팩트는 사회를 바꾸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이를 사업이나 프로젝트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물리적·경제적 기반이 필요함을 느끼고,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며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헤이그라운드를 조성하기 위해 2015년부터 ‘그라운드빌딩 프로세스’라는 과정을 준비했다.기획 단계부터 실제 일하고 생활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하고 공간 구성을 위해 의사소통을 하며 입주자들의 생각을 공간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아이디어 소통 과정을 통하여 많은 부분을 공용공간으로 활용했다.
헤이그라운드의 공간적 특징은 2층과 3층, 4층과 5층 등을 오픈하여 개방감 있는 수직적인 라운지 공간과 함께 순환하는 동선 체계를 계획한 점이다. 서로 간의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자연스러운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한 것이다. 2층과 4층의 멤버 전용 라운지에서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며, 6층의 계단형 라운지에서는 강연, 토크 콘서트 등을 열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다. 복층의 라운지 공간 외벽은 벽 일부의 벽돌 간격을 조금씩 띄워 쌓는 ‘비워 쌓기’ 방식을 사용하여 공간의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다. 그물처럼 만든 벽은 답답한 느낌을 덜어주고 외부의 시선과 빛을 적당히 걸러주기 때문에 연대와 교류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헤이그라운드는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 공간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면밀히 관찰하여 각 공간을 세심히 구성했다. 헤이그라운드가 만든 체인지 메이커들의 커뮤니티가 성수동을 터전으로 더욱 확대되고, 성수동에 있는 모두가 체인지 메이커가 되어 성수동의 재생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관련사진4 8층의 야외 테라스와 스카이라운지. 대규모 행사와 함께 입주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글·사진 이훈길 천산건축 대표. 건축사이자 도시공학박사이다. 건축뿐만 아니라 건축 사 진, 일러스트, 칼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도시를 걷다_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건축, 소통과 행복을 꿈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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