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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3월호

사라진 라이브클럽들, 그리고 ‘경록절’다시 홍대
지난 2월 9일 홍대 앞에 갔다. 몇 달 만인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간만의 방문이었다. 난 홍대 앞을 좋아했다. 거기서 먹고 마시고 공연을 보고 있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발길이 뜸해지더니 요즘엔 아예 가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던 그 홍대 앞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경록절 포스터1. 경록절 포스터(한경록 제공)

차를 타고 가다 서교동사거리에서 내렸다. 상상마당사거리 쪽으로 걷다가 ‘왓에버’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벨로주’라는 간판을 내건 곳이었다. 2008년 잘나가던 포털 회사를 그만두고 홍대 앞에 음악 카페를 차린 박정용 씨. 그가 몇 차례 이사 끝에 어렵게 자리 잡은 공연장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인근 망원동으로 옮겨간 것이다. 왓에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금요일 밤이었지만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많던 라이브클럽은 어디로 갔을까

한때 홍대 앞에는 참 많은 라이브클럽들이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 홍대 앞에서 인디신이 태동한 것도 라이브클럽들 덕분이었다. 발전소, 드럭, 클럽 빵 등으로 음악을 하는 밴드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펑크록의 악동이자 홍대 앞이 낳은 전국구 스타 크라잉넛도 드럭이 아니었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상당수의 라이브클럽들이 사라지고 없다. 인디밴드 와이 낫의 전상규 씨가 10년째 운영해온 라이브클럽 타도 2016년 10월 문을 닫았다. 십센치, 장재인 등 재능 있는 음악인들을 발굴한 인큐베이터와도 같은 곳이었다. 문 닫기 직전 몇 년간 클럽 타의 임대료는 월 35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뛰었다. 임대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는 홍대 앞 라이브클럽을 찾지 않았다. 그들은 <슈퍼스타K>처럼 한 방에 뜰 수 있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아갔다.
라이브클럽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댄스클럽과 술집들이 생겨났다. 음악과 문화의 거리에서 거대한 유흥가로 변신한 이곳은 이제 합정동, 연남동, 망원동 등 주변 지역으로까지 몸피를 늘려가고 있다.

관련사진2. 경록절 파티 모습

홍대 3대 명절, ‘경록절’

2012년 5월 상수동과 당인동에서 열린 ‘동네 한바퀴’라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1930년 준공된 당인리 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 때문에 고도제한에 걸려 개발이 더딘 동네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비교적 낮은 임대료 덕에 홍대 앞에서 밀려난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이와 함께 개성 있는 카페, 식당, 갤러리 등도 하나둘 늘어갔다. 토박이 주민들과 예술가, 문화공간의 공존을 보며 ‘홍대 앞보다 더 홍대 앞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당인리 발전소 앞 동네는 지금도 여전할까?’ 왓에버를 지나쳐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그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무브홀. 크리스마스이브, 핼러윈데이와 함께 ‘홍대 3대 명절’로 불리는 ‘경록절’ 파티가 열리는 곳이다.
경록절은 크라잉넛의 리더 한경록의 생일잔치에서 비롯됐다.“2005년 제대하고 홍대 앞으로 돌아오니 인디밴드 후배들이 많아졌더라고요. 생일날 내가 쏠 테니 와서 맘껏 먹어라, 하고 치킨집을 빌려서 잔치를 한 게 매년 이어지면서 축제처럼 돼버렸죠.”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자 치킨집으로는 감당이 안 됐다. 3년 전부 터 큰 공연장인 무브홀로 장소를 옮겼다. 다행히 술을 협찬해주겠다는 곳이 나타났다. 올해는 준비된 맥주만 해도 65만cc. 위스키는 물론 고량주 스폰서까지 들어왔다.
경록절 파티에선 많은 음악인들의 즉흥 공연이 펼쳐진다. 손님으로 왔다가 흥이 오르면 무대에 올라가는 식이다. 라인업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연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 파티 호스트인 한경록이 순서를 정해주는 식이다. 이날 무대에는 칵스, 크라잉넛, 호랑이아들들, 캡틴락(한경록) 솔로 밴드, 레이지본, 오리엔 탈 쇼커스, 타이거디스코, 더더, 모브닝, 유발이(강유현), 타틀즈 등이 올랐다. 웬만한 록 페스티벌보다 화려한 라인업이다. 드러머 남궁연과 와이낫의 황현우 등이 즉흥으로 밴드를 이뤄 잼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이런 즉흥 연주는 경록절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이전 어느 경록절 때는 음악계 대선배인 ‘작은 거인’ 김수철이 무대에 올라 기타를 잡기도 했다.
파티에서 오랜만에 문화기획자 공윤영 씨를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니 “잔다리 준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매년 가을 홍대 앞 일대에서 펼쳐지는 잔다리 페스타는 국내 인디밴드는 물론 외국 음악인들도 참여하는 음악 축제다. 2012년 처음 시작해 지난해에는 26개 나라 139팀이 참여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축제가 홍대 앞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망원동으로 옮겨간 벨로주가 기존 왓에버를 인수해 다시 벨로주로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3월 재오픈해 벨로주 10주년 공연을 한다고 했다. 홍대 앞을 다시 홍대 앞답게 만드는 일들이 자꾸 생겨 다행이다. 이젠 홍대 앞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글·사진 서정민
씨네플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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