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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관련 논란 예술인들이 분노하는 이유
“창작준비금을 받는 데 컴퓨터 사양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나요?” “서버가 다운된 건 재단의 책임인데, 피해는 왜 예술인들이 봅니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는 예술인들의 성난 목소리가 가득했다. 지난 9월 창작준비금 지원사업과 관련해서다. 예술인들은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재단 측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억울함, 분노, 열패감까지. 예술인들은 화가 나 있었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창작준비금 지원 접수처인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kawfartist.kr)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이 선착순이라니…

표면적인 문제는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재단 측의 준비 미흡으로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면서 시작됐다. 창작준비금은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 소득, 건강보험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된 예술인들에게 3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단은 지난 9월 11일 창작준비금 3차 사업 공고를 내면서 693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접수 날짜는 9월 15일.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접수를 받기로 했으므로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것에 가까웠다. 접수 당일 오전 10시부터 접수처인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는 접속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결국 서버가 다운됐고, 다수의 예술인들은 로그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단 측은 당일 접수 시간을 밤 12시까지로 늘렸으나 여전히 접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재단은 9월 16일 공지사항 게시판에 해당 시간 안에 접수를 완료하거나 2단계 실명 인증까지 마친 예술인들을 포함해 1,139명을 대상으로 서류 확인 절차를 밟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황당했던 예술인들은 재단에 전화를 걸거나 재단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 들어가 의견을 냈다. 결국 재단은 9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재단 측은 “이번 창작준비금 지원사업 3차를 염두에 두고 서버를 단독 분리 운영하고 기존의 2배 이상으로 증설했으나 동시 접속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됐다”면서 “원활치 못한 시스템으로 실망감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서버를 제때 확충하지 못한 재단의 준비 미흡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는 재단 측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사업 진행 행태에 대한 불만이다. 예술인들이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면 본인과 가족의 소득 등과 관련한 증빙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공고 이후 접수까지는 나흘간의 여유밖에 없었다. 한 예술인은 “일단 이런 위기 상황에서 예술인복지재단이 보여주는 대처 수준은 너무 형편없었다”면서 “홈페이지에 팝업창조차 띄우지 않았고 관련 공고는 단 한 번 홈페이지에 올라왔을 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둘째는 과연 ‘선착순식’ 지원사업이 복지사업의 적절한 방식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또 다른 예술인은 “복지의 기본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지원한 모든 사람들의 서류를 받아서 선정 기준에 따라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예술가는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컴퓨터를 켜놓았지만, 결국 접수를 완료하지 못했다. 로그인조차 못한 지원자도 있었고 접수 진행 절차의 중간까지만 겨우 마친 지원자도 있었다. 이들의 차이라면, 컴퓨터 사양이나 인터넷 속도일 것이다. 이것이 과연 복지사업의 선발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2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 9월 16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창작준비금 3차 지원사업’ 접수 마감에 관한 공고. 이 게시물 밑에 예술인들의 항의글 수십여 건이 달렸다.
3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식 사과문.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시간을 쪼개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시간들, 컴퓨터 앞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조마조마하며 접수를 시도했던 시간들이 일방적으로 무시되면서 예술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운이 좋게’ 창작준비금 지원 접수에 성공한 예술인들도 “다른 예술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한다. 재단 측도 “예술인들에게 크나큰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도 없다. 예술인들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답답함을 느꼈고 “언로가 막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의사를 표현할 공간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 적절한 피드백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또한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과만 있을 뿐 실제적인 문제 해결은 없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창작준비금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은 정부지원사업에 응할 때마다 “가난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며 좌절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까다로운 서류 증빙과 복잡한 인터넷 시스템 등으로 “속 터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예술인들이 예술 외적 요인으로 창작 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예술인들에게 무엇이 ‘외적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재단은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재단은 “내년 창작준비금 신청 때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제도 등을 개선해 두 번 다시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글 김향미_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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