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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지자체의 비엔날레 난립 철 지난 유행가는 이제 그만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 전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미술전들이 회의적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미술전들이 열리고 있다. 각각의 미술전들이 장르만 다를 뿐 전시 내용과 운영 조직 및 지역성 등에 있어서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급증하는 미술전들, 이대로 좋은 것일까?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바다미술제.
2 제주비엔날레.

원조국의 ‘비엔날레 회의론’

2017년 이탈리아 베니스는 세계 현대미술계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다. 한쪽에서는 유서 깊은 국제 현대미술전인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동시에 또 다른 쪽에서는 글로벌 명품기업 회장의 후원으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프랑수와 피노 PPR그룹 회장의 현대미술 컬렉션 미술관인 베니스섬 ‘푼타델라도가나’와 ‘팔라초그라시’ 2곳에서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이라는 주제로 열린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은 올해 세계 미술계를 달군 ‘핫 이슈’였다. 단 한 명의 작가, 무려 750억 원을 쏟아 부은 개인전으로 100명이 넘는 작가들이 만드는 국제 미술전과 한날한시에 ‘맞짱’을 뜬 것이다. 허스트의 개인전은 베니스 비엔날레보다도 더 이슈가 됐다.
이 전시를 본 많은 한국 작가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겠다”는 무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엄청난 크기의 작품을 제작하고 대대적인 ‘이슈몰이’를 할 수 있는 전시를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조 때문이었단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이러한 측면에서 허스트의 야심만만한 전시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모욕’으로 읽히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비엔날레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격년제 형식의 ‘비엔날레’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위적, 급진적, 실험적인 미술언어를 추구해왔지만, 더 이상 전후 냉전시대 당시와 같은 에너지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현실 세계와 괴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술만세’(Viva Arte Viva)라는 주제를 내세운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그런 면에서 한없이 밋밋했으면서도 차라리 솔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늘날의 비엔날레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같은 미술시장에서 잘 팔릴 만한 작품들을 근사하게 포장해서 보여주는 ‘전초 기지’ 역할로 전락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다. 겉으로는 ‘예술만세’를 통해 예술의 순수성을 외치지만, 실은 돈과 권력, 정치에 의해 작동되고 있을 뿐인 비엔날레의 민낯 말이다. 경제 효과 측면에서도 비엔날레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5년제 국제 현대미술전 ‘카셀도큐멘타14’의 재정 악화로 행사를 주최했던 독일 헤세주와 카셀시가 700만 유로(약 93억 원)의 비상지원에 합의했고, ‘적자 비엔날레’를 두고 주최 측과 총감독 간 ‘네 탓 공방’이 펼쳐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3 제주비엔날레.
4 청주공예비엔날레.

한 발 늦은 대한민국의 비엔날레 열풍

이탈리아, 독일 등 비엔날레 ‘원조국’에서는 이미 비엔날레에 대한 회의가 팽배해진 지 오래다. 그런데 시야를 한국으로 좁혀보면 그야말로 ‘비엔날레 천국’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각 지자체들은 경쟁하듯 비엔날레를 만들었고 또 새롭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에만 해도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제5회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산 ‘바다미술제’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격년제 형식의 미술전이 개막했다. 각각의 비엔날레는 미술, 디자인, 공예, 공공미술 등 장르를 달리하지만, 운영 조직 및 지역성의 문제를 비롯해 전시 내용에 있어서도 장르를 제대로 특화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먼저 공예나 디자인 등을 주제로 한 비엔날레인데 정작 현대미술 작가들을 대거 동원해 볼거리를 채우는 건 여타 미술전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일부 지역 비엔날레의 경우에는 특정 인사가 조직 운영부터 작가 선정, 예산 운용까지 ‘전횡’에 가까운 전권을 휘두르면서 비엔날레를 ‘사유화’한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비엔날레가 지역작가들 혹은 지역의 정치 세력이나 토호 자본과 깊숙이 결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작가들의 ‘이기주의’ 역시 비엔날레의 성장을 발목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구조적으로는 지역 비엔날레가 국비나 도비, 시비 등 정부·지자체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비엔날레가 각 미술 장르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반드시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구색’이 갖춰지는 지자체 사업의 성격이 강한 데다, 정부·지자체 예산을 따오기에 가장 명분 좋은 ‘구실’로 작동하는 것이다. 여기에 ‘뜨내기’ 전시 기획자나 비엔날레 ‘꾼’들까지 가세한다. 이들은 비엔날레의 지속 가능성은 안중에도 없는 일회성 사업을 만들어 정부·지자체의 이른바 ‘눈먼 돈’을 소진하고 떠난다.
비엔날레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비엔날레 원조 국가들조차 ‘철 지난 유행가’쯤으로 취급하는 비엔날레를 그나마 제대로 베끼지도 못하면서 폐단만 반복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각 지자체는 비엔날레의 사업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비엔날레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김아미_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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