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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살롱을 지향하는 ‘신촌극장’ 극장, 격을 파하다
지난 6월, 연극을 포함한 예술 장르와는 거리가 조금 멀어 보이는 신촌에, 극장 하나가 들어섰다. 이름하여 ‘신촌극장’. 극장이라고는 하나 딱히 연극만을 공연하는 공간은 아니고, 영화를 상영하거나 전시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살롱’을 표방한다. 극장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살짝 비틀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촌극장을 소개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연극 무대, 전시공간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되는 극장 내부.
2 신촌의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신촌극장의 간판.
3 <정원연구: 응시>전.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하는 즐거움

신촌 기찻길 옆, 비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낯선 간판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간판에는 ‘신촌극장’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박혀 있지만 일반 가정집과 다름없는 철제 대문을 바라보면 이곳이 과연 극장 입구가 맞나 싶다. 용기를 내어 대문을 열고 들어가도 마찬가지. 계단을 올라가며 스쳐가는, 현관 앞에 쌓여 있는 우편물과 잡다한 물건들이 극장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계속해서 의심하게 한다. 옥탑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느라 거친 숨을 몰아 쉴 때쯤 검정색 미닫이문을 발견했다면,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극장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대학로의 여느 소극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진짜 ‘소’극장 규모에,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고, 공연이 없을 때면 정적만이 가득할 것 같은 극장 안에 열차 지나가는 소리가 시시때때로 울려 퍼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도 어두컴컴한 블랙박스로 연상되는 극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틀에 박힌 극장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대학로가 아닌 신촌을 택했고, 신촌에서도 번화가보다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소박한 골목을 찾았고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의외의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잖아요. 열차 소리 같은 것도 일반적인 극장이라면 공연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되겠지만, 이곳에서 공연을 한 연극인이나 이곳을 찾은 관람객의 경우 공간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재미있어하죠.” 신촌극장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진모 연출의 설명이다.

만남과 교류가 이어지는 살롱 같은 공간

신촌극장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는 전진모와 신촌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원부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겨울, 연극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꿈꿔보는 극장 운영을 실현하기로 마음먹고 크라우드펀딩의 문을 두드렸다. 목표 모금액은 4,000만 원. 모금을 진행했던 회사조차도 높은 목표 금액을 걱정했지만, 200여 명의 후원자가 참여해 두 달 만에 4,000만 원 모금에 성공했다. “대학로가 아닌 신촌에 극장이 생긴다는 점을 신선하게 바라봐주신 것 같아요. 동아리와 연극계 선배들의 지원도 컸고요. 크라우드펀딩으로 문을 연 극장이다 보니 누군가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부담감도 있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지난 9월 이연주 연출의 연극 <아무도 아닌>으로 첫 무대를 올린 신촌극장은 10월에 음향·음악감독이자 사운드아티스트인 목소와 공연예술 관련 독립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는 허영균의 <정원연구: 응시>전을 열었고, 11월에는 최윤석 작가의 전시와 장현준 안무가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신촌극장은 대관이나 공간 임대를 진행하기보다 극장의 공간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예술가들과 작업하거나 직접 공연을 기획하며 일반적인 소극장과는 다른 접점에서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소극장들이 대학로에 모여 있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대학로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섞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또 대학로 소극장이 100~300석 규모라면, 신촌극장은 20~40석 규모밖에 안 돼요. 말 그대로 진짜 소극장이죠.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에서 긴밀하게 만나다 보니 서로 간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요. 이러한 만남과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살롱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연극의 메카라고 하면 자연스레 대학로를 떠올리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촌에는 9개의 소극장이 자리했다고 한다. 신촌은 한때 청춘이 사랑했던 문화와 예술의 거리였지만 현재는 특유의 에너지를 잃어버리고 홍대와 연남동 등에 밀려 재미없는 동네가 되고 말았다. 신촌극장은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가 모여 신촌다움을 되살리는 공간이 되기를 꿈꾸며 문을 열었다.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형성한 관계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고 신촌 지역과 동네 주민들에게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싶은 바람이다. 신촌의 기찻길 옆 골목을 지나가다 우연히 신촌극장의 간판을 발견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보자. 신촌극장은 예술을 통한 담론과 공론을 언제나 환영하는 열린 공간이니까.

글 윤현영
사진 제공 신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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