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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9월호

우리 시대 최고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절대적 프리마돈나
전 세계 성악계에서 20세기가 마리아 칼라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안나 네트렙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안나 네트렙코는 빈 국립 오페라, 베를린 도이치오퍼, 라 스칼라, 메트 오페라 등 전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원하는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했다. 그 마력의 목소리를 오는 10월, 예술의전당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장일범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마리아 칼라스의 명성을 잇다

20세기 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악가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였다. 전 세계 어디서나 TV가 있는 곳이라면 3테너 콘서트나 파바로티 & 프렌즈 공연에서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그의 푸짐한 몸매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고음의 목소리는 에스키모에서부터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기억하는 성악의 아이콘이 되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전에는 누가 가장 유명했을까? 바로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다. 전성기를 구가한 기간은 18년 정도지만 호소력 짙은 가창과 잊을 수 없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오페라 팬들을 사로잡은 칼라스의 명성은 음원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성악가는 누구일까? 파바로티나 칼라스처럼 성악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고 좋아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페라 팬들이라면 누구나 열광하는 가수들이 있다. 여자 중에서는 러시아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남자 중에서는 독일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인기는 일단 DVD와 블루레이, 그리고 음반이 발매되는 속도와 양으로 가늠할 수 있는데, 6개월에 하나씩은 꾸준히 음원이 발매된다. 이 지면에서는 먼저 칼라스만큼이나 인기 있는 안나 네트렙코를 소개한다.
네트렙코는 1995년 키로프 오페라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함께 제작한 글린카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로 시작해 성악가로서는 드물게 뮤직비디오 <더 우먼 더 보이스>를 2003년에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2005년은 네트렙코에게 있어 인생을 바꾼 기념비적인 해였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코믹 오페라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에 멕시코 테너 롤란도 비야손, 백전노장 바리톤 레오 누치와 함께 출연해 환상의 호흡을 들려줬고 빈에서의 성공은 대망의 잘츠부르크 여름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그 유명한 빌리 데커 연출의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했는데, 영화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 청중의 눈을 한시도 뗄 수 없게 만든 빼어난 연기와 롤란도 비야손과의 불붙은 가창으로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두었다. <라 트라비아타>는 잘츠부르크의 터줏대감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세상을 떠난 1989년 이후 처음으로 관객들의 전원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 되었고 이날 격찬을 받은 안나 네트렙코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매년 네트렙코가 주연을 맡는 오페라를 상연하고 있다. 네트렙코는 아예 빈에서 살면서 오스트리아 국적도 취득해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이중국적을 소유하고 있다. 금년에는 잘츠부르크 여름 페스티벌의 신작 <아이다>의 주인공을 맡으며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척했다.

완벽한 극장형 성악가

네트렙코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는데 지금까지 뉴욕 메트 오페라에서 카루소도 도밍고도 파바로티도 해내지 못했던 세 시즌 연속 개막 오프닝 공연 주인공이 됐다. 네트렙코는 빈 국립 오페라, 베를린도이치오퍼, 라 스칼라, 메트 오페라 등 전 세계 최고의 극장에서 가장 원하는 소프라노로서 군림하고 있다. 필자는 네트렙코의 공연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백야의 별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메트 오페라 등에서 보았는데 그녀의 최고의 매력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매력을 120%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데 있었다. 공연에서 몸을 사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종횡무진 무대를 오가며 활약하면서 청중을 흥분시킬 줄 알았다. 때문에 네트렙코의 공연을 한 번 본 청중은 다시 공연을 찾고 그녀는 늘 매진사례를 기록하는 블록버스터형 성악가가 된 것이다. ‘절대적 프리마돈나’라고 불리는 네트렙코는 100% 극장형 가수다. CD로 노래를 듣는 것보다는 DVD를 보거나 실제 무대에서 열연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빠져들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보려고 모여든 청중들이 만족해하며 극장 문을 나서게 만들어준다.
지난해에 이어 오는 10월 9일, 안나 네트렙코는 자신의 남편인 아제르바이젠 출신의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 다시 한 번 서울을 방문, 미하일 타타르니코프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이 공연에서 두 사람은 <아이다>를 비롯한 다채로운 오페라 속의 아리아와 듀엣 곡을 부를 예정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벨칸토와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시작해 베르디와 푸치니, 바그너 등 점점 더 무거운 레퍼토리로 향하고 있는 네트렙코가 앞으로 들려줄 미지의 레퍼토리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글 장일범_ 음악평론가,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KBS 클래식 FM <장일범의 가정음악>과 MBC 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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