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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巡和洞天) 복잡한 도심 속 유토피아
서울 한복판의 고층 아파트에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 생겼다. 책과 함께, 그림과 함께 쉬어갈 수 있고 차를 마시면서 담론할 수 있는 지적인 문화공간 ‘순화동천’이다. 어쩌면 많은 시민들이 바라고 그리던 공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순화동천 외관.
2 기획전 <Bookart of William Morris>.
3 <Bookart of Gustave Dore´> 전시 공간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4 <권력과 풍자: 19세기 프랑스의 풍자화가 4인전>.
5 복도 한쪽은 그림의 길, 한쪽은 책의 길이다

인문예술 담론의 아지트

‘순화동천’은 서울시 중구의 지명 ‘순화동’과 노장사상에서 이상향을 의미하는 ‘동천’(洞天)을 합친 말이다. 이름처럼 순화동에서 인문·예술적 삶을 지향하는 이들의 ‘평화를 순례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순화동천은 한길사에서 출판한 책을 모두 모아놓은 책방이면서 박물관, 갤러리, 카페, 강의실 겸 회의실까지 두루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용면적도 350평으로 꽤나 널찍하다. 한길사 창업 초기 사무실이 바로 이곳 순화동에 있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어려운 시절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순화동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책과 저자, 독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곳을 찾던 중에 이 공간이 나타났다. “책은 다른 문화예술 장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요. 책 속에 그림이 있잖아요. 본래부터 같이 존재하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우리 독자들을 다시 초청하고 싶었어요. 작년 40주년에 내세운 주제가 ‘다시 독자들과 함께’예요. 시대와 함께 창출되는 한길사 책의 전모를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독자들이 함께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만나는 공간이요.”
입구 쪽 짙은 녹색의 서가에는 최은경 조각가가 자기와 크리스털, 철로 만든 책 작품 170점을 전시해놓았다. 60m에 이르는 긴 복도의 한쪽 벽은 미술작품이 걸린 그림의 길로, 다른 쪽은 지난 41년간 한길사가 펴낸 인문·예술도서가 가득 들어찬 책의 길로 꾸몄다. 아파트 상가 1층이라 복도를 따라 방이 하나씩 나오는 구조다. 첫 번째 방인 ‘한길책박물관’에서는 개관기획전인 <Bookart of William Morris>, >Bookart of Gustave Dore´>, <권력과 풍자: 19세기 프랑스의 풍자화가 4인전>이 진행 중이다.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책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는 출판공방 켐스콧 프레스(Kelmscott Press)에서 53종 66권의 책을 펴냈다.
<초서 작품집>을 비롯한 윌리엄 모리스 전집과 19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의 뛰어난 삽화, 컬러 인쇄가 불가능했던 시대에 흑백으로 찍어 손으로 직접 색칠한 풍자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고서와 희귀한 작품들은 김 대표가 수십 년에 걸쳐 발품을 팔아 직접 모은 것들이다. 이외에도 목판화가 김억의 <국토진경>, 김언호의 사진전 <탐서여행>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강의실과 회의실로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방에는 각각 ‘퍼스트아트’, ‘한나 아렌트’, ‘윌리엄 모리스’, ‘플라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의실과 복도 등 크고 작은 공간을 활용해 전시, 출판기념회, 각종 행사 등을 열 수 있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취지에 맞는 제안이 들어오면 대관도 하려고 한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책박물관 안에서 작은 음악회도 한 달에 한 번 개최할 예정이다.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다

‘순화동천 인문학당’에서는 개관을 맞아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 특강을 5회에 걸쳐 진행했다. 6월 1일부터는 역사학자 이이화의 ‘조선 건국에서 8·15해방까지’ 강의를 시작하고, 7월 한 달간은 ‘애덤 스미스의 행복경제학’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깊이 읽기’와 ‘공부’가 콘셉트이기 때문에 일회성 강의가 아닌 연강으로 구성해, 깊이 있게 주제를 파고들 수 있도록 했다. 시의성을 강조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서양의 고전이 현재를 사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꾼다고 할까요. 본격적인 담론과 강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무료보다는 유료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려고 해요. 도서관에서도 인문학 강의를 많이 하는데 공짜로 하니까 대충하잖아요. 제대로 된 프로그램에 등록해 회비를 내고 공부하자는 것을 늘 강조해요. 그렇게 안 하면 책임의식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는 서점의 역할과 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시민들이 독서를 일상화하고 삶의 질서로 삼아야 해요. 촛불을 들었던 손에 다시 책을 들어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어요. 현실을 밝히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책이니까요.”
일단 야심차게 준비해서 열어놓긴 했는데 내심 걱정되는 눈치다. “서울에 이런 정도의 시설과 수준을 유지하는 곳이 없다”면서 책임지고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달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어요. 개인이 만들었지만 공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 할 수 있어요. 이런 공간을 키우는 것이 시민의 힘이거든요. 이런 공간이 존재하는 것도 한국사회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여럿이 만들어감으로써 이런 공간이 더 많이 생기면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아름다워질 거예요. 서점은 어두운 도시의 밤하늘을 밝히는 별빛 같은 겁니다.”

글 전민정_ 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순화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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