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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책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라마와의 랑데부> 과학의 시대, 미래에 선착한 SF
공상(空想)으로 치부된 상상(想像). 실현 가능한가? 상식에 준하는가? 이렇게 묻는 사이 뇌는 그만 늙어버린다. 다시 질문하자. 재미있는가? 놀라운가? SF의 거장, 영국 소설가 아서 C. 클라크(1917~2008)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과학의 시대, 그가 꿈꾼 근미래를 펼쳐보자. 미지(未知)를 꿈꿀 준비가 되었는가?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생전에 클라크는 말한 적이 있다. “한계를 알기 위해서는 그 한계를 살짝 넘어가보는 수밖에 없다.” 그가 넘어간 한계는 그리고 대개 현실이 됐다. 영국 행성간학회 임원이었고, 미국 나사(NASA) 자문위원이었던 클라크는 인공위성 통신서비스, 인터넷, 핵추진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을 소설에서 그려냈는데, 수십 년 후 모두 구현됐다.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으며 그에게 경의를 표했을 정도.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조정하는 스윙바이(Swing-by) 기술은 클라크가 소설에 쓴 지 11년 뒤 미국 보이저 1호가 똑같이 재현해냈다. 허무맹랑으로의 여행이 미래를 바꾼다. 클라크의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라마와의 랑데부>를 소개한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최근 따끈따끈한 개정판이 나왔다.

우주시대의 인간, 외계로의 여행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책을 펴자마자 마주하는 건 300만 년 전, 인류 이전의 인간으로, 들짐승에게 쫓겨다니던 굴욕의 원숭이 인간이다. 원숭이 인간은 사각의 검은 크리스털 석판 하나를 발견한다. 모노리스(Monolith). 이를 통해 한참 앞선 외계의 지적 존재가 인간을 오래전부터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노리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모노리스의 존재덕에 인간은 생각하고, 도전하며, 비로소 진화한다. 인류의 진화를 가능케 한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설정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시점을 현재로 옮겨보자. 21세기, 달에 착륙한 인간은 과거 원숭이 인간이 그랬듯, 같은 모양의 모노리스를 발견한다. “300만 년 전 누군가가 묻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흔적을 찾기 위해 디스커버리호가 출항한다. 우주선을 통제하는 건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이다. 클라크는 이미 이때부터 인공지능과 인류가 공존할 미래 상황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할은 궁극적으로 우주탐사를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이 많은 법. 할은 조종사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판단하자, 망설이지 않고 인간을 제거하려 한다.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여곡절 끝에 모노리스의 흔적을 더듬어 토성의 위성 이아페투스에 도착한 조종사 데이비드 보먼. 그곳에서 그는 ‘스타게이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한 보먼은 갓난아이가 된다. 새로운 우주종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황당한가? 클라크는 인간 이후의 인간, 우주적 인간에 대해 상상했을 뿐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미래가 이 소설에 도열해 있다. 후속작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 <3001 최후의 오디세이>까지 완간됐다. 지난 2월 발매돼 벌써 2만 부를 찍었다는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계를 맞을 준비가 되었는가?

<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C. 클라크 지음, 박상준 옮김, 아작

2077년. “그 거대한 운석은 초속 50여km 속도로 날아가면서 수천톤의 암석과 금속성의 물질들을 이탈리아 북부에 쏟아 부어 수세기에 걸친 노동의 산물과 문화유산들을 잠깐 사이에 불덩어리로,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 운석이 바로 ‘라마’다. 1조t의 질량, 50km 높이의 원기둥이 회전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양끝은 20km 지름의 평면. 2130년, 달 착륙 이후 가장 역사적인 착륙이 시도된다. 완전한 미지, 라마와의 랑데부.
랑데부에 성공한 인류는 라마의 내부를 조사한다. 알고 보니 라마는 대기, 인공 태양, 바다와 도시까지 갖춘 인공 구조물이었다. 탐사대원들은 유기생명체로 보이는 각종 존재를 마주하지만, 이들은 로봇이었다. 라마는 무엇이고,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라마를 창조한 라마인(人)의 의도는 끝내 수수께끼로 남는다.
1972년 발표돼 휴고상, 네뷸러상, 캠벨상, 로커스상, 주피터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 등 당시 존재하던 SF 관련 문학상을 모조리 휩쓴 명작이다. SF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작품에 대해 “절대적인 경지의 즐거움”이라며 “천문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감탄을 금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탄탄한 과학적 논리에 기반한 하드 SF 고전이지만, 전혀 난해하지않다. 클라크 소설의 좋은 점은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지식만 있다면 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 철학적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는 “인간은 어쩌면 낮과 밤, 해와 달,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사고할 수밖에 없는 기원적 한계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고 썼다. 인간은 그저 우주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상식에서 도약은 시작될 수 있다. 소설을 펴보자. 라마를 탐사하던 노턴 선장은 소리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선원이 이야기한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죠. 그렇지만 직접 보십시오.” 클라크는 모든 작품에서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눈을 들어 우주를 보자!”
때마침, 최근 미국 나사는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와 목성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 존재의 근거가 되는 해양이 있다는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어떤가,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가?

글 정상혁_ 조선일보 기자
사진 제공 황금가지, 아작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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