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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복합문화공간 ‘문화철도 959’ 환승역에서 문화역으로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은 혼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하루 평균 50만 명이 이용하는 환승역으로, 출퇴근시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그 명성이 무색하게 지상의 1호선 역사는 한산하다. 승·하차객보다는 환승객이 많고, 역 주변 상권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로만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신도림역 선상역사의 유휴 공간에 복합문화공간 ‘문화철도 959’가 문을 열었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3층 아트플랫폼.
2 2층 키즈플랫폼.

갈아타는 길에 들러주세요

지상 3층 규모의 신도림역 선상역사는 2015년 5월 완공되었다. 초기부터 지하의 사람들을 지상으로 유입할 요소가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2층에는 편의점이 입점했으나 장사가 잘 안 되어 철수했고, 접근성이 더욱 떨어지는 3층은 계속 텅 비어 있었다. 지역주민 대상으로 공청회도 열어보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역의 소재지인 구로구에서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공사를 시작해 2월 21일 문을 연 ‘문화철도 959’는 2층 키즈플랫폼과 3층 아트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즈플랫폼은 지역의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키즈북카페’이다. 입구에서는 ‘은하철도 999’처럼 생긴 기차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용료는 2시간에 아이 5,000원, 어른 2,500원. 구로구민이나 직장인 자녀들은 20% 할인해주고 어른들에게는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준다. 30분에 한 번씩 출발하는 미니기차는 아이들에게, 기차 객실 모양의 북카페는 엄마들의 모임장소로 인기다. 3층에는 예술창작촌 5개 실과 문화교실 2개실, 운영사무실이 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작가들이 작업에 몰두하기 좋은 환경이다. 복도 벽면과 2개의 문화교실 안에는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걸어놓았다. 역사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어르신들이 가끔 올라와서 그림을 보고 간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3 3층 복도 벽면에 전시된 입주작가들의 작품.

기차역에 예술가가 산다

‘문화철도 959’라는 이름을 지은 이는 공간을 기획한 토카아트 조석진 대표이다. 토카아트는 구로문화재단으로부터 위탁받아 ‘문화철도 959’를 운영 중이다. 그와 구로구의 인연은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에서 경험했던 작가 운영 레지던시를 서울에 만들기 위해 빈 공간을 찾아 나섰고, 구로공단에서 오래된 건물을 발견했다. 그는 100평 규모의 이 건물을 임대해 작가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면서 수익모델도 창출하는 9.5.9 창작스튜디오 ‘토카예술공장’을 열었다. 조 대표는 ‘조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제 작업 공간도 만들고 여럿이 함께 작업하면 지역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보증금이나 공사비는 모두 사비를 들였죠. 이후 유지비는 입주작가들과 함께 부담했고요. 작가가 자발적으로 창작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구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인근에 금천예술공장과 문래예술공장이 있는데 구로에만 없었거든요. 구청장님이 첫 번째 오픈스튜디오에 직접 찾아왔고, 이후 마을 꾸미기와 같은 지역 일을 작가들에 의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 2점을 구입한 구로구의 회사, 한모 기술 대표에게 재단의 ‘서울메세나 지원사업’ 참여를 제안해 매칭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토카예술공장은 건물주의 재건축 계획으로 2016년 10월 문을 닫았고 입주작가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구로공단 초기인 1967년에 지어진 의미 있는 건물이라 구로구와 서울시에서 매입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결국 헐리게 되었다.
어찌 보면 ‘문화철도 959’는 토카예술공장의 ‘시즌 2’인 셈이다. 아트플랫폼 입주작가는 이곳의 성격에 맞춰 회화, 영상, 사진, 공예, 웹툰 등 분야별로 20명을 다시 모집했다. 1개 실에 입주한 디자이너들은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에 신청해 인건비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문화철도 959’ 자체 홍보물을 비롯해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전담한다. 입주작가 중 한 명인 이보영 작가는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살려 ‘문화철도 959’의 어린이 미술 아카데미 기획과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역시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주 4일은 근무하고 나머지 3일은 작업을 한다.
조 대표는 창작 공간을 운영하면서 작가들의 작품 판로를 개척하고 창작 외의 다른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추구한다. 지난 3월에는 홍콩 아트페어에 공예 분야 입주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나가서 판매에 성공했다. 입주작가들은 2층 키즈플랫폼에서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공공미술 등 공익사업, 지역환원활동에 참여하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젊은 친구들 중심으로 작가를 선정했어요. 제가 작가이다 보니 그들의 속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다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무엇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립형 구조를 고민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찻길 위에서 꾸는 꿈

조 대표는 신도림역 전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현재 육교 역할을 하는 2층 통로 벽면에서 입주작가 작품들을 전시하고 출퇴근 시간에는 공연도 열어보려고 한다. 뛰어난 접근성을 십분 활용해 매일 신도림역에서 환승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도 기획 중이다. 문화 공간이 들어오고 행사가 열리면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상으로 올라올 것이라 믿는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항상 예산이 문제라고.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천천히 가보려고 한다. 위탁운영이 가능한 3년 동안 이곳이 자리 잡아 문화시설의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개관 후 신도림역과 유사한 형태의 역에 근무하는 관계자들이 여럿 다녀갔다고 한다. ‘문화철도 959’가 역사 내 유휴 공간 활용의 좋은 모델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다.

글 전민정_ 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문화철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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