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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서준호 <2016 창작공간페스티벌> 총감독 ‘예술가가 신나게 놀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이번 <2016 창작공간페스티벌>은 전반적으로 창작공간의 현재, 예술가의 현재에 주목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전국 각지의 창작공간 입주작가 180여 명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시가 대표적이다. 100명을 훌쩍 넘는 작가를 만나고 페스티벌 전체의 그림을 그린 이는 서준호 총감독이다. 그와 페스티벌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인 ‘감각적 현실 SENSIBLE REALITY’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전시 공간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적도 있지만 힘들고 재미없고 찌들어 있는 느낌이랄까. 예전에 예술을 잘 몰랐을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예술가’라고 하면 가난뱅이, 놀고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뭔가 신나는 일이 벌어졌으면 했다.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달까.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히고 우리가 현실을 감각하며 그것을 다시 감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가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한번 놀아보자! 이렇게 판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준비 시간이 무척 짧았는데 1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를 기획했다.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은 석 달이었다. 그동안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전국의 창작공간 28곳 중 26곳을 직접 방문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과 의견을 조율해야 하니 커뮤니케이션이 조금 힘들었다. 전시만 봐도, 시민청이라는 공간이 좋긴 한데 제약이 너무 많았다. 여기서 작가 183인의 작품을 전시하기위해서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한데 그걸 만드는 게 쉽지 않았고, 제한이 많아서 수정을 무척 많이 했다. 내가 직접 현장을 만들어 일할 때와 방식이 달라서 부딪히는 점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가 잘 구현되었다고 보는지.

작가들이 많이 도와줬고 디자인 쪽으로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설계했다. 페스티벌에는 기획팀 14명이 있는데 코디네이터 한 사람당 작가 18~19명 정도를 담당해야 했다. 18~19명의 전시도 꽤 큰 편인데, 여기는 한 명씩 그 규모의 작가들과 계속 연락해야 했으니 코디네이터들이 정말 고생했고 잘해주었다.

기획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그중 ‘아티스트 프레젠테이션’이 새로운데, 의도했던 것과 맞게 잘 진행된 것 같나.

작가에게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잘나가는 작가들은 여기저기 자주 불려다니지만 전시에 참여할 수 없는 작가가 다수다. 그래서 패널을 초대하고 그들과 일반 관객에게 자기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전시를 하면 평가만 받곤 하는데 그게 아니라 ‘나 이렇게 잘났어’ ‘나는 이런 작업을 하고 있어’라는 분위기로 시민에게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을 의도했다. 사실 그 부분에서는 의도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눈치 보지않는 게 작가들에게는 쉽지 않아 보이더라. 작가들은 말보다 작품으로 얘기하는 게 맞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트레이닝 같은 차원이었다.

지역별로 창작공간의 색깔이 저마다 다를 텐데, 실제로 다녀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대체로 창작공간의 규모가 작으면 가족처럼 지내고, 규모가 큰 경우엔 친한 사람들끼리만 교류하게 된다. 그런데 인천아트플랫폼의 경우 입주작가가 꽤 많은 편임에도 연대가 끈끈했다. 어떤 걸 하자고 하면 모두 모이고, 매년 열리는 행사에 즐겁게 참여한다. 거기에는 운영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은 운영자와 시스템의 문제다. 상당수 문화재단에서는 직원의 보직을 계속 바꾸기 때문에 공간 운영자의 업무 지속성이 떨어지게 된다. 작가들도 연락하는 사람이 매번 바뀌면 혼선이 생길테고. 운영자의 전문성도 창작공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운영자는 10년 정도 일한 사람이다. 업무의 특성을 잘 아니 작가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창작공간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교류’다. 이번 페스티벌은 더 큰 차원의 교류의 장인데, 작가들이 이렇게 모이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는 않다.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서로 모르고 지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교류할 기회가 드물다.처음에는 예술가끼리 다 같이 모여서 체육대회를 하려고 했다(웃음).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단연 ‘작가’다. 183명의 작가와 비록 참여하지 못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많은 작가를 얻었다.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많은 작가를 만난다는 건 기획자로서 좋은 경험이다. 다른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직접 일을 벌여왔는데, 처음으로 어디에선가 제안을 받고 함께 일했다. 나 자신의 힘을 더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도 기획자로서 한국 현대미술에 관한 이슈와 고민들을 풀어낼 것 같은데, 이번 페스티벌에서 하지 못했지만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에 9명의 작가와 <반시대적 고찰>이라는 전시를 했다. 각자 사회를 바라보는 9가지 방식을 보여준 셈이다. 지금 시대가 어떤지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때 9명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만약 300명이 모이면 어떨까 생각했다. 예술가가 시대의 거울이라면 대한민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 중에, 대한민국에서 분명 존재하는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있다. 왜 버젓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난 유령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가시적인 것이 비가시성을 보일 때 유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다. 미래를 상상해보고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예술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와 상관없이 과학자처럼 끊임없이 탐구해가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훌륭한 예술이지만 내가 아직 젊기 때문인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그걸 하고 싶다.문화+서울

글 이아림
사진 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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