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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월호

스쾃 운동부터 10여 년간의 변화, 그리고 오늘의 창작공간 공간을 딛고 갈등을 넘어 창작으로
한국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과 창작공간 운영이 활성화한 것은 불과 5~6년 사이의 일이다. 오랫동안 예술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환경’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화두를 던지며 자생적으로 움직여왔다. 창작공간이 제법 활성화한 지금 예술가들은 또 다른 갈등을 맞닥뜨리고 있다. 나아진 환경 안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예술가는 공간과 어떻게 관계해야 할까.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

10년 전, 자생적 작업실의 네트워킹 시도로부터

전국의 14개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창작공간, 이 공간들의 축제인 <2016 창작공간페스티벌>을 보는 필자의 감동은 남다르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당시 미술인회의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던 필자는 회원들과 함께 오픈스튜디오네트워크(OSN) 페스티벌이라는 것을 처음 기획했다.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지원이 전무하던 당시, 작가들의 작업실을 연결하고자 했던 것은 ‘창작의 산실인 작업실로부터 모든 정책이 출발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현장 예술가들의 요구도 매우 컸다. 때마침 한국의 스쾃(squat)*운동 ‘오아시스프로젝트’를 추진하던 김윤환이 목동의 예총회관을 점유하면서 작업실 정책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당시 예총회관은 180억 원의 국고 투여에도 불구하고 1999년 공사가 중단돼, 짓다 만 상태로 텅 빈 빌딩이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던 차였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지원금이 몇몇 보수 예술단체의 건물 임대료 사업 등에 쓰이는 것이 방임되던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었다.
김윤환은 그 일 이후로 OSN의 예술감독을 맡게 되었고, 전국의 800개 작업실을 연결하는 OSN 사이트를 구축했다. 그는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전국 8개 지역을 권역별로 나누어 오픈스튜디오와 함께 창작환경에 대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국 구석구석을 발로 뛰면서 작가들의 작업실을 가가호호 방문하는 실로 무지막지한 열정의 산물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술가들이 처한 창작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또 창작공간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여러 곳에 숨어 있던 예술가들의 개별적 공간이 서로 연결되고, 전국 지자체에서도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먼저 9개의 창작공간을 만들었고, 비슷한 시기에 인천아트플랫폼과 경기창작센터도 오픈하게 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40여 개의 창작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젝트 기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그 수는 60여 개를 웃돈다고 하니 지난 10년 동안 실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예술창작공간, 관리와 창작 사이

창작공간은 이미 신진 예술가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유휴공간의 활용 1순위가 예술가를 입주시켜 스튜디오를 조성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렇게 창작공간이 수적으로는 늘어났지만, 당초 창작공간을 기반으로 창작 환경을 조성하려던 문예지원정책의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경기창작센터의 가장 호화스러운 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던 한 작가는 정작 오픈 스튜디오 내내 창작공간을 비판하는 ‘깝깝이’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작업실 운영이 너무도 관료화되어, 작가들의 창의적인 활동이 제한된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다. 또 다른 창작공간에서는 작가들에게 출석 체크를 요구해 이에 반대하는 작가가 중도 퇴실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것은 창작공간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예술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예술가들에게 작업실을 주는 대신 지역 주민이나 기관에 필요한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예술가를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난 문제다. 그래서 창작공간 관계자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면 늘 현실적인 문제들이 전면에 등장하곤 한다. 제도화한 시스템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하는 지원 기관과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제약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예술가들 사이에서 서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마찰일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마찰은 우리가 과도기적 단계를 지나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창작공간의 존재는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창작공간의 효율적 활용도 실은 작가들에게 그 해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창작공간,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이자 발판

이번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세미나 프로그램인 ‘SENSIBLE RESIDENCE 감각적으로 거주하기’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창작의 감각’에 주목해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 1부 그룹별 토론이 끝나고 전체 토론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역 곳곳에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공간이 처한 지역적 현실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창작공간이 산골이나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매우 한적한 곳, 도시재생사업과 연관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곳, 미디어 아트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곳, 지역의 역사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곳 등 매우 다양했다. 둘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공간에 입주한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적응하고 또 만족하며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켜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적 한계가 있는 창작공간을 고마운 마음으로 잘 활용하는 작가가 많고 이들을 통해서 공간들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었다. 무엇보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예술대학의 졸업생들이 작가로서 성장해나갈 발판으로 제일 먼저 창작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물론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창작공간의 운영 방식이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제도를 개선해서 나아지게 하는 힘은 결국 창작을 통해 성장해가는 작가들의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겠는가. 이것이 작가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더 소통하려는 노력이 창작공간의 운영 주체에게 필요한 이유다.문화+서울

* 편집자 주 | 스쾃(squat)_‘무단 점거’를 일컫는 단어로, 예술에서의 ‘스쾃 운동’은 도심 속 방치됐거나 버려진 공간에 들어가 소외계층과 삶·예술을 나눔으로써 ‘예술로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실천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글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2006년 의재창작스튜디오를 시작으로 프로젝트형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듀얼게임(2007~2008)을 기획했고 2009년부터 경기창작센터 건립과 초기 프로그램을 담당해 운영했다. 창작공간과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에 관해 입주작가 심사, 운영프로그램 컨설팅 등에 참여하고 있다.
그림 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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