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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와 <빛의 제국> 봄의 연극은 역사를 돌아본다
3월의 연극계가 가장 기대하는 두 작품은 공교롭게도 전쟁과 분단, 역사적 잔재에 빚을 진 작품들이다. 박근형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전쟁의 트라우마가 개개인의 삶에 어떤 그늘을 드리우는지 알려주는 극이며,
<빛의 제국>은 분단의 현실이 만들어낸 희극 같은 상황을 그려낸다. 북한과 점점 더 첨예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이 땅의 현실을 연극은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결국 모든 인간은 불쌍하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3. 10~27, 남산예술센터

1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2, 3, 4 ‘시민의 사랑 나눔 동전 모으기’ 행사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박근형 연출의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국가라는 시스템에 의해 뜻하지 않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 이들을 호출한다.

박근형 연출의 신작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청춘예찬> <너무 놀라지 마라> 등의 대표작에서 그의 작품은 늘 현실과 밀착해 호흡했다. 비루한 밑바닥의 삶과 사회적 구조의 모순에 놓인 인물을 창조해내고, 이를 희극적 재미와 강렬한 반전으로 극화하며 객석을 쥐고 흔드는 힘을 보여줬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외견상으로 스케일이 방대해졌다. 작은 골방이 아니라, 2015년 한국, 1945년 일본 오키나와, 2004년 이라크 팔루자, 2010년 한국 서해 백령도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오늘날 젊은 탈영병과 일제 말기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인, 이라크에서 미군 식품업체에 물품을 배달하다 납치된 평범한 선교사, 서해에서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군인의 탈을 쓴 사람들은 살고 싶기 때문에 다른 이를 죽여야 하고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각기 시공간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저 살고 싶어요”라는 단말마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다. 박근형 연출은 군대와 전쟁, 국가와 거대 담론 아래 가려졌던 이 외침을 과거 역사의 잔재로 기억하기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동력으로 삼고자 무대 위로 호출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국가 간 거래, 전쟁, 시스템 속에서 자의 또는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군인들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서사 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며, 죽음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세상의 모든 군인의 모습, 반복되는 불행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모든 인간은 불쌍하다’라는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2016년에도 그는 다시 한 번 인간에 대한 연민을 무대 위에 주술처럼 펼쳐 보일 셈이다. 가까이는 6·25전쟁의 상처가 스민 그의 전작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떠올려본다. 6?25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가족을 내팽개친 한량 아버지와 딸의 애증을 그려낸 전작처럼, 이번 신작에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이게 될지 기대된다.
최근 <겨울이야기> <맨 끝줄 소년>에 출연한 배우 박윤희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열연한 성노진, 신스틸러 고수희와 오순태를 비롯해 강지은, 서동갑, 권태건, 이원재, 김동원, 신사랑 등이 출연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6년 페스티벌 도쿄(Festival/Tokyo)’에 공식 초청받아 오는 10월 일본 도쿄에서도 공연된다.

다시 스파이가 된 이방인의 서울
<빛의 제국>, 3. 4~27, 명동예술극장

1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2, 3, 4 ‘시민의 사랑 나눔 동전 모으기’ 행사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분단 현실로 인해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되는 개인을 다룬 국립극단의 창작극 <빛의 제국>.

국립극단은 올해 첫 창작극으로 <빛의 제국>을 선보인다.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김영하가 2006년 발표한 이 소설은 전복적인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젊은 문학의 기수로 꼽히던 작가가 남북 문제를 소재로 묵직한 작가적 의식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주인공 김기영은 평양외국어대 재학 중 차출돼 4년간 대남공작원 교육을 받은 뒤 스물두 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다. 당 명령에 따라 입시를 치르고 1986년 연세대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권에 잠입한다. 그러다 1995년 자신을 내려보낸 북쪽 담당자가 실각하면서 김기영은 잊힌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간다. 2005년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메일 한 통을 통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환하라는 평양의 명령을 전달받는다. 올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 김기영은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다.
연출진도 화려하다. 지난해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하며 연극과 영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환상적인 미장센으로 호평받은 장 주네의 유작 <스플렌디즈>의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다시 방한한다. 비주얼 아트와 영화를 전공한 후 배우로 활동하다 연출가로 전향한 그는 미국, 프랑스, 아이슬란드 등에서 온 스태프들로 다국적군을 꾸렸다. 여기에 브로드웨이에서 손꼽히는 무대 디자이너 리카르도 헤르난데스와 영상 디자이너 피에르-알랭 지로 등이 합세했다.
공연은 두 개의 스크린이 걸려 있는 녹음실에서 시작된다. 녹음실에 자리한 배우들은 때로는 작품 속 등장인물로, 때로는 배우 그 자신으로 존재하며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이방인이 바라보는 서울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담아내면서, 너무 익숙해서 깨닫지 못한 서울의 자유와 풍요를 감각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와 공동으로 제작되는 이 연극은 한국 초연 이후 5월에 프랑스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광부화가들>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문소리가 김기영의 부인 장마리 역을 맡았고, 연극계 스타 지현준이 주인공 김기영 역할로 캐스팅됐다.문화+서울

글 김슬기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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