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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무대공연의 A부터 Z까지 담는 곳 ‘서촌공간 서로’ 작은 극장, 아티스트와 관객의
틈을 채우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다 해서 ‘서촌’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연과 가깝고 서울의 옛 모습이 남아 있는 동네다. 건축가, 디자이너, 문인 등 예술인들이 꾸준히 모여 느슨한 커뮤니티를 이뤄온 이곳에서는 매년 봄 ‘오픈하우스 서촌’이라는 행사가 열린다. 독립적으로 가꾸고 운영하던 사무실, 가게 등 공간을 일정 기간 공개하고 사람과 장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여기에 지난해 처음 참여한 한 공간에서는 판소리 공연이 열렸다. ‘서촌공간 서로’, 서촌에 처음 생긴 공연장이다.

1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2, 3, 4 ‘시민의 사랑 나눔 동전 모으기’ 행사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1, 2, 3 ‘서촌공간 서로’는 국악, 클래식, 블루스, 연극, 낭독 등 장르 불문한 다양한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며 관객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2~3년 새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다지만 다소 정적인 서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공연장은 동네와 왠지 딱 들어맞지 않는 느낌의 공간이다. 공연장은 대개 대학로처럼 특화된 지역이나 홍대, 강남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기 마련인데 ‘서촌공간 서로’(이하 ‘서로’)는 옥인동의 골목 안쪽에 위치해 접근성과는 거리가 멀다. ‘서로’의 운영진들은 서촌으로 오면서 ‘관객이 얼마나들 것인지’에 대한 계산은 없었다고 한다. 타깃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대체로 좋은 의미에서다.

국악부터 블루스까지, 낭독부터 무대극까지

'서로’는 통인시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갤러리 룩스’가 있는 건물의 지하가 공연장(1층에는 ‘카페 서로’를 운영하며, 카페 입구 오른 편에 지하 공연장으로 향하는 출입구가 있다). 가로 7m, 세로 7m에 불과한 작은 공간은 70석 정도의 객석과 무대로 나뉘어 있는데, 의자가 놓인 곳과 아닌 곳이 있을 뿐 관객과 무대의 구분은 없다. 이동 가능한 덧마루를 쌓거나 덜어서 무대와 객석의 높낮이, 위치를 공연에 맞게 조정할 수 있고 벽면은 미디어아트나 전시에 활용 가능하다. 작년 4월 개관 공연 은 안이호의 판소리, 이신규 비올라, 동물원출신 가수 김창기의 공연으로 구성됐으며 이를 시작으로 약 1년간 국악, 클래식, 블루스 등 음악과 연극, 낭독, 토크콘서트 등 장르를 불문한 공연이 꾸준히 진행됐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공연을 수용할 수 있었던 데엔 ‘음향이 좋다’는 입소문도 한 몫했다. 조명과 음향은 네 명의 전문 엔지니어가 담당해 각 공연에 맞게, 필요한 환경을 구현한 덕이다.
“무용 빼고는 다 한 것 같아요.(웃음) 이 공간에서 어떤 게 가능할지 모르니 첫 해에는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그 후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계획이었죠. 공간이 작기 때문에 대학로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더 실험적인 공연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작업을 주로 만들어 가려고 해요.”(이지연 대표)
대표를 포함한 운영진 네 사람은 국악, 뮤지컬, 연극 등 각자 다른 (또는 모든) 장르의 공연 일을 하고 ‘서로’에 합류했다. 그래서 애초에 ‘다양성’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저 새로운 실험들을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 일본이나 유럽의 소극장처럼 30~40년 꾸준히 볼 수 있는 아티스트와 작품이 있어 공간이 생명력, 지속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서촌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1년. 클래식 상설공연에는 고정 팬이 생겼고 ‘아티스트 인큐베이팅’을 강화해 간다는 큰 방향이 잡혔다. 진행되는 작품으로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1 서울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2, 3, 4 ‘시민의 사랑 나눔 동전 모으기’ 행사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4 ‘서촌공간 서로’는 국악, 클래식, 블루스, 연극, 낭독 등 장르 불문한 다양한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며 관객을 늘려가고 있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틈을 채우다

지난해 공연계에는 어두운 소식이 잇따랐다. 오래된 극장이 여럿 문을 닫거나 대학로를 떠났고, 몇몇 사건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로’는 ‘탈 대학로’의 한 예로 언급되기도 한다. 동시에 서촌에서 진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의도치 않게, 우연히 시기가 맞물려 겪은 일들(대학로의 위기, 서촌공간 서로의 오픈,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서로’는 운영에 힘을 실을 만한 틈새시장을 고민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해 이곳에 자연스레 융화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조금씩 해나간다.
“공연장을 열었을 때 걱정을 듣기도 했어요. 조용하게 살고 싶으신 분들도 많은데 공연장이 생기면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시끄러워질까 우려하신 거죠. 그런 분들을 하나 둘 공연에 초대했는데, 와서 공연 보시더니 오히려 좋아하시면서 저희 회원이 되셨어요. 지역에 어떻게 융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소소하게 주민 분들과 교류를 늘려가고 있죠.” (이지연 대표)
“공간이 작고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아티스에게 ‘이런 공연을 해보자’고 제시하기보다 꾸준히 대화하고 협업하며 함께 최대치를 만들 수 있는 방향을 찾게 돼요. 무척 힘든 과정이지만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실험적인 공연도 해보고, (아티스트) 인큐베이팅을 같이 진행하며 창작자와 기획자들이 모여 고민하는, 일종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홍승욱 운영총괄팀장)
대안보다는 ‘틈새’라는 표현에 힘을 싣는다. ‘서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되는 공간, 이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창작에서 공연으로 가는 “0단계”를 마련하는 극장이다. 아티스트와 꾸준히 대화해 작품을 올리고, 더불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는 창작자가 찾던 틈새다. 동시에 무대와 관객 사이에 존재했던 틈을 없애면서 소극장의 매력을 맛볼 ‘틈새 관객’에게 더없이 좋을 공간이다. 무용, 음악, 연극 무엇이든 가까이서 보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올해 4월부터 ‘서로’에서는 <서로 쇼케이스 페스티벌(Seoro Showcase Festival)>이 진행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아티스트들은 무용, 국악, 음악극,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 포진된 이들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는 어김없이 클래식 상설공연이 진행된다. 운영진들은 이밖에도 다양한 기획을 ‘서로’의 2016년 캘린더에 채워가고 있다. 첼리스트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까지 관객에게 매력으로 전해지는 이 공간은 올해도 꾸준히, 조용히, 먼데까지 팬을 늘려갈 참이다.문화+서울

글 이아림
사진 제공 서촌공간 서로
(www.facebook.com/spacese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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