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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연극 <엘리펀트송>과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편견의 세상에 날리는 묵직한 한 방
통념과 편견. 비슷해 보이는 두 단어는 한 끗 차이로 질서와 폭력을 넘나든다. 널리 통용되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 전체를 위해 유용하지만 ‘예외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치우친 시각은 비극의 시발(始發)이 된다. 후자의 상황에 놓인 두 소년이 있다. 하나는 정신병자, 또 하나는 자폐아.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그렇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정상’을 뛰어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닮은 듯 다른 두 연극 <엘리펀트송>과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동갑내기 두 소년의 입을 통해 편견의 세상에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상처 가득한 천재 소년의 구원의 외침
<엘리펀트송>, 2015. 11. 13~2016. 1. 31, 수현재씨어터

1 국내 초연인 연극 <엘리펀트송>은 눈에 띄는 무대장치나 효과 없이,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1 국내 초연인 연극 <엘리펀트송>은 눈에 띄는 무대장치나 효과 없이,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 자식은 이럴 거다, 편견에 가득 차서는 모두 나를 만나기 전부터 분석하고 점수도 매겨놓더군요.” 8년째 정신병원에서 살고있는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에게 정신과 의사는 대화 상대로 부적격이다. 그린버그 박사 역시 그를 치료하거나 얘기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다만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동료 의사 로렌스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마이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그린버그 박사는 마이클을 추궁한다.
시작은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알 수 없는 코끼리 얘기만 늘어놓는 마이클 때문에 그린버그 박사는 슬슬 약이 오른다. 수간호사 피터슨은 “마이클은 이 병원의 누구보다 똑똑하다”며 그와의 두뇌 게임에 휘말리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하지만 그린버그 박사는 원하는 답을 얻는 조건으로 마이클과 ‘위험한’ 계약을 맺는다.
이쯤 되면 관객도 그린버그 박사와 함께 ‘로렌스 찾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본질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마이클의 말에 집중하다 보니 종잡을 수 없는 골칫덩이가 아닌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처받은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진실을 채근하는 그린버그 박사에 대한 그의 외침은 그대로 객석에 꽂힌다.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해요.” “내 얘기에 귀 기울이는 품위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로렌스가 사라진 사건에서 마이클에게 집중하는 순간 가려졌던 진실이 드러난다. 마이클이 왜 코끼리에 집착했는지, 왜 다른 때보다 초콜릿을 더 먹으려고 했는지 깨달았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2004년 프랑스에서 초연됐는데 국내에서는 최근 영화로 먼저 알려졌다. 2015년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최고 각색상 수상 이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한국 초연의 마이클은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이 나눠 맡았다. 그린버그 박사 역은 김영필과 정원조, 피터슨 역은 정영주와 고수희가 연기한다. 눈에 띄는 무대장치나 조명 효과는 없다. 있다면 오히려 방해가 될 터. 지독한 애정 결핍과 트라우마의 결정체로 분해 극의 흐름을 팽팽하게 쥐고 가는 박은석의 연기는 그 자체로 최고의 무대효과다.

세상과 소통에 나선 자폐 소년의 성장기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2015. 11. 27~2016. 1. 31,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

2, 3 독창적이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화제를 모은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2, 3 독창적이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화제를 모은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어느 날 한밤중, 정원용 삼지창에 찔린 채 처참히 죽은 웰링턴을, 자폐아 크리스토퍼가 처음으로 발견한다. 웰링턴은 이웃집 개다. 집과 학교만을 오가며 아빠, 선생님 외에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던 크리스토퍼에게 웰링턴은 좋은 친구였다. 여느 아이들처럼 슬퍼하거나 눈물짓는 대신 그는 범인을 찾아 나선다. ‘자기(自己)’ 안에 갇혀 있던 크리스토퍼가 본의 아니게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게 되는 순간이다.
범인을 잡겠다며 마을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크리스토퍼에게 돌아가는 시선은 따갑다. 아빠인 애드도 그에게 호통을 친다. 수학 천재, 뭐든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크리스토퍼는 범인 찾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애드가 크리스토퍼의 수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고, 얽혀 있던 아픈 비밀이 무더기로 베일을 벗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에 괴로워하는 크리스토퍼의 내면은 무대 전체에 감각적으로 형상화된다. 2013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그해 올리비에 어워드 7관왕, 2015년 토니상 5관왕을 휩쓸었다. 이번이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독창적이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공연을 기획한 김수로 프로듀서는 비싼 가격 때문에 대본만을 사온 것을 아쉬워했지만 덕분에 첨단기술과 아날로그가 결합한, 새로운 한국 버전이 탄생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크리스토퍼의 눈부신 꿈, 엄마를 찾아 난생처음 기차를 타게 된 두려움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조명과 영상으로 펼쳐질 때마다 객석은 탄성의 연속이다. 쓰레기통, 현금인출기, 냉장고, 소파 등 소품은 배우들이 몸으로 표현하는데, 그 참신한 움직임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윤나무, 려욱, 전성우가 크리스토퍼를 연기한다. 윤나무는 순수한 소년의 얼굴을 하고선 능숙한 완급 조절로 객석을 압도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런저런 성공을 거둔 뒤 마지막에 크리스토퍼는 이렇게 묻는다. “그건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원작에서의 평서문은 한국 버전에서 의문문으로 바뀌었다. 대답은 관객의 몫이다. 문화+서울

글 이다해
파이낸셜뉴스신문 공연담당 기자
사진 제공 나인스토리, 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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