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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책 <나쁜봄>과 <연인 심청> 일상과 사랑,
앞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문학의 주제는 다양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을 파고들기도 한다. <나쁜봄>은 일상화된 상식을 뒤엎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되짚어보게 하고, <연인 심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사랑의 의미를 천착해 진한 감동을 준다.
두 작품 모두 작가들의 첫 장편소설이고 ‘술술’ 잘 읽힌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나쁜봄 표지

무릉도원의 적(敵)은 인간의 상상력
심상대 장편소설 <나쁜봄>

동아시아 인류의 이상향인 ‘무릉도원’을 설계한 작품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무릉도원을 구체적으로 건설한 건 처음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인간의 개별적 상상력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모두가 똑같은 생각과 정신을 공유하는 사회를 선(善)으로 봤다. 작가는 “완성된 사회의 적은 옳든 그르든 또 다른 문명을 꿈꾸는 상상력”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도 무릉도원처럼 완성된 사회가 없기 때문에 인간은 늘 상상한다”고 못박았다.
작품 속 무릉도원은 무릉, 도원, 금강, 승지, 가운데 마을로 이뤄진 ‘우리고을’이다. 550여 년 전 병자사화의 멸문지화를 피해 첩첩산중으로 숨어든 어느 사육신 집안의 오누이와 늙은 종복 12명이 세웠다. 해마다 봄이면 성인 남녀는 아내와 남편을 바꾼다. 직업도 바꾼다. 가장 큰 특징은 공동 육아와 공동소유다. 부모와 아들·딸 같은 혈연관계 개념이 없고, 은행이나 화폐가 없다. 작가는 “자기의 유전자를 좀 더 우월한 사회적 지위로 옮겨놓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와 잉여생산물의 화폐적 가치 축적, 이 두 가지가 현실에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며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우리 세상은 무릉도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고을은 소년 ‘금잠’의 상상력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고을의 이름의 무엇인지, 다른 고을도 있는지, 자신을 낳아준 남자를 어떻게 부르는지 등 상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생명력을 갖고 확장해간다. 금잠의 상상에서 비롯된 알고 싶은 욕망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우리고을 지도자인 도서관장은 금잠을 단죄하며 말한다. “상상력은 위험한 정신 영역이지. 우리 고을에서는 개인이란 존재는 전체를 위한 하나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아! 누구든 독립된 세계를 가져서는 안 돼!”(252쪽)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개인과 상상의 세계는 용납할 수 없네. 우리고을은 아무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는 곳이라네.”(289쪽)
이번 작품에선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17만 3000자에 달하는 장편소설을 쓰면서 의존명사 ‘것’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작가는 2000년 소설 <떨림>을 펴내며 필명을 ‘마르시아스 심’으로 바꿨다.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에 맞서 예술을 겨루려 했던 신화 속 예술가처럼 고독하더라도 자신의 예술 앞에 당당해지겠다는’는 포부가 담겨 있다. 이후 필명을 ‘선데이 마르시아스 심’으로 한 번 더 바꾸었다 지금은 본명을 쓰고 있다.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받았다.

연인심청 표지

사랑만이 사람을 구원한다
방민호 장편소설 <연인 심청>

문학의 오랜 주제인 ‘사랑’을 탐구했다. 작가는 “우리가 사는 시대는 물질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들끓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싸움의 장이 돼 약육강식, 아비규환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이런 세계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자기보다 남을 사랑하는 ‘심청’과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작품 배경은 고려 11대 임금인 문종대왕 재위 기간이다.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과 판소리 ‘심청전’의 흐름을 따라간다. 심청이 아비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뱃사람에게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뱃사람이 인당수에 뜬 연꽃을 임금에게 바친다. 연꽃 속에서 심청이 되살아나 왕비가 된다. 전국 맹인 잔치를 열어 아비를 찾고 심봉사는 눈을 뜬다. 뼈대만 놓고 보면 고전 속 효녀 심청일 뿐이다. 작가는 1997년 박사논문을 구상할 때부터 효의 화신인 심청에 의문을 던졌다. 효보다는 심청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재해석하고 싶었고 사랑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심청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 결실을 본 게 이번 작품이다.
작가는 사랑에 방점을 두기 위해 기존 고전 속 인물을 재창조하고 없는 인물을 새로 만들었다. 이성 간 사랑을 뛰어넘는 궁극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심청의 연인 ‘윤상’을 창조했고,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심봉사를 주색잡기, 노름에 탐닉하는 난봉꾼으로 설정했다. 작품 말미에서 심청은 죽음에 몰린 윤상과 아비 가운데 아비를 구하고, 심봉사는 심청의 사랑을 통해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연인보다 아버지를 택한 행위가 자기를 더 희생하는 사랑이다. 심봉사로 표상되는 아주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도 헌신적인 사랑에 의해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사랑만이 사람을 구원하고 근원적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세상과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정답을 옆에 놓고도 찾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창작법은 독특하다. 스마트폰으로 초고를 쓴다. 이번 작품도 2013년 6~8월 200자 원고지 7장 분량의 원고를 문자 메시지로 써서 매일 설악산 신흥사 오현 스님에게 보낸 게 초고가 됐다.
작가는 평론, 시, 소설을 넘나든다. 1994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을 받으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현대시학>에 <옥탑방>을 실으며 시를 썼고, 2012년 <문학의 오늘>에 단편 <짜장면이맞다>를 발표하며 소설을 썼다. 문화+서울

글 김승훈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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