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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전시 <앤디 워홀 라이브> vs <페르난도 보테로> 명품 전시와 함께 9월 산책을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유난히 ‘명화 전시’가 많이 열렸다. 작품 대여료와 대관료가 만만치 않은 대규모 전시라 미술계에선 ‘블록버스터 전시’라고도 한다.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모딜리아니, 페르난도 보테로 등 서양 거장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 많은 명화 전시 중 2개를 꼽아봤다. 적어도 ‘관객을 기죽이지 않는’ 작품들이다.

1 <campbell& rsquo;s Soup I: Chicken Noodle, 1968> (ⓒ 2015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2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바나나앨범 커버 이미지가 장식된 ‘19금 Adult Zone’. 3 앤디 워홀이 만든 책을 전시한 공간. 4 페르난도 보테로의1 < Campbell’s Soup I: Chicken Noodle, 1968 >(© 2015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2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바나나앨범 커버 이미지가 장식된 ‘19금 Adult Zone’.
3 앤디 워홀이 만든 책을 전시한 공간.
4 페르난도 보테로의 < DANCER AT THE BARRE >.

나는 ‘명화(名畵)’라고 통칭되는 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명품 백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감동적인 비주얼이지만 (원가 개념 따위 중요하지 않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고상해서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안 생기고, 기껏 용기를 내다가가도 이내 고압적인 태도로 앞에 선 이의 기를 죽이는 것이 백화점 명품 숍에 진열된 샤넬, 에르메스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상업적이지 않은 척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이것은 그냥 가방이 아니라 예술 작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싫어한다”라고 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 출장 중 어느 미술관에서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직접 보았을 때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벅찬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유난히 ‘명화 전시’가 많이 열렸다. 작품 대여료와 대관료가 만만치 않은 대규모 전시라 미술계에선 ‘블록버스터 전시’라고도 한다.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모딜리아니, 페르난도 보테로 등 서양 거장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모두 국내 언론사들이 주최, 주관, 혹은 후원에 이름을 올린 전시들이다. 당연히 호들갑스러운 언론 홍보가 따라붙는다. 개인적으로는 명화 전시를 탐탁잖게 바라보는 이유다. 대중은 환호했다. 전시장은 연인, 부부,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지인 중 하나는 자신의 SNS에 “마크 로스코 그림 앞에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도 울고 내 지인도 울었으니, 이것이 전시 마케팅의 힘인지 예술의 힘인지 여전히 알 수는 없다. 이 많은 명화 전시 중 2개를 꼽아봤다. 적어도 ‘관객을 기죽이지 않는’ 작품들이다.

예술이어도 상품이어도, 워홀이니까
<앤디 워홀 라이브>, DDP배움터 디자인전시관, 6. 6~9. 27

올해 열린 명화 전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앤디 워홀 라이브>전이다. 앤디 워홀이라면 다른 갤러리에서도 간간이 ‘플라워’ 연작으로 접해본 적이 있지만, 그때와는 다른 감흥이었다. 미국 피츠버 그 앤디워홀미술관의 소장품을 대거 들여왔는데, 워홀의 삶을 시기별로 추적할 수 있는 400여 점의 작품이 전시장에 놓인 건 드문 일이다. 전시의 큰 축은 초상화 시리즈 40여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릴린 먼로, 마오쩌둥, 마이클 잭슨, 무하마드 알리, 믹 재거 등 유명인사들의 실크스크린 초상화 작품은 물론 프란츠 카프카, 조지 거슈윈,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20세기 유대인 10명의 초상’ 연작도 걸렸다. 전시는 또한 팝아티스트 워홀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게 했다. <글래머>나 <하퍼스바자> 같은 잡지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고 <인터뷰(Interview)>지를 창간했으며, 전설적인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프로듀서 겸 데뷔 앨범 커버(그 유명한 노란 바나나 실크스크린 이미지)를 제작한 워홀의 전기가 전시장 벽면을 촘촘히 채우고 있다.
워홀의 작품이 관객의 기를 죽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가 예술작품에 가져다 쓴 소재나 작업 방식이 대놓고 상업적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예술이다(I believe media is art)”라고 말한 것 처럼, 그는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자기 복제함으로써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무효화’ 했다. 수많은 ‘가짜’들로 원본을 ‘희롱’했다. 그로 인한 만족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시장을 나오기 전 아 트숍에서 채워진다. 캠벨수프 연작, 마릴린 먼로 연작 등 액자로 만든 ‘워홀 아트상품’을 3만 원대에서 20만 원대까지 크기별로 판매하고 있는 이 아트숍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이곳은 그야말로 ‘팝’ 아트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예상대로 주요 상품들이 이미 ‘솔드아웃’됐다. 일단 나부터도 먼로 작품(혹은 상품) 하나를 6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가져왔으니까.

관객의 마음을 간질이는 곡선과 양감의 미
<페르난도 보테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2전시실, 7. 10~10. 4

라틴아메리카의 살아 있는 거장, 보테로가 그린 인물들은 모조리 뚱뚱하다. 벨라스케스, 루벤스, 반 아이크의 그림도 그의 손을 거치면 풍만하고 과장된 양감과 밝고 화려한 색채로 재탄생한다. 그의 그림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뚱뚱한 사람들이 날씬한 사람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의 그림처럼, 거대한 넓적다리나 부푼 엉덩이를 가진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날씬한 이의 곡선도, 지나치게 풍만한 이의 곡선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재밌는 건 보테로 자신은 “나는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 그는 살찐 남자나 뚱뚱한 여자를 그린다기보다 미술의 영역에서 리얼리티를 재해석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고 했다. 자유로운 조형미 그 자체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보테로의 그림이 관객의 기를 죽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엄숙함과 진지함을 일순간 깨뜨리 는 유머 때문이다. 좌절, 고뇌, 고통 같은 서양 미술사에서 명화 이미지가 자주 반복해온 비장미가 그의 그림에는 없다. (설사 화가는 비장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할지라도) 그래서인지 보테로는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20만 명이라는 관람객 수를 기록한 서울 덕수궁미술관 전시에 이어 6년 만에 열린 이번 예술의전당 전시 역시 흥행 열기가 뜨겁다. 전시장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관람객이 긴 줄을 설 정도다. 뚱뚱한 인물 그림들 사이를 걷노라면 동화 속 세상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그림은 서양의 옛날 이야기 책에 등장하는 삽화 같기도 하다. 회화(혹은 명화)와 삽화(혹은 만화)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잣대와 편견은 보테로 작품들 사이에서 힘을 잃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테로 회화 작품 9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는 <죽마를 탄 광대> 남녀 이미지가 나란히 서 있다. 여기서부터 한 편의 서커스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문화+서울

글 김아미
헤럴드경제 라이프스타일부 기자
사진 제공 아트몬,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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