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자로도 사랑받는 첼리스트

첼리스트 요요 마는 완벽함의 대명사이다. 이미 10대의 나이에 기술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하니 그에게 연주하는 일은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그는 어떤 무대에서나 고도의 정교한 연주로 세상의 모든 첼리스트를 좌절시키곤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4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요요 마는 뉴욕에서 아버지로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리아드음대에서 레너드 로즈를 사사했고 1976년부터는 하버드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며 폭넓은 교양을 쌓았다. 대개 뛰어난 연주자들이 악기 연습에만 매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음악 외의 다양한 학문과도 친했기에 그는 어린 나이에 성숙한 음악가가 될 수 있었으리라.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훈련의 결과 10대 때 이미 첼로의 기교를 마스터한 요요 마는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상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고 소니 레이블에서 70장이 넘는 음반을 내놓았으며 여러 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하면서 클래식 음악가로는 드물게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일찍이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가 “독주자로 먹고살 수 있는 첼리스트는 로스트로포비치와 요요 마 정도”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오로지 독주자로서 유명 첼로 협주곡이나 첼로 소나타 연주를 되풀이하기만 해도 청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음악가다.
요요 마는 1980년대엔 ‘액스-김-마’ 트리오의 멤버로 활동하며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함께 멋진 실내악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 시절 세 음악가의 연주회가 종종 TV에서 방영되곤 했는데, 그때마다 필자의 눈은 요요 마에게 쏠리곤 했다. 눈을 감은 채 음악에 한껏 몰입한 듯한 그의 연주 모습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연주 때문이었다. 아마도 요요 마의 단 한 가지 흠이라면 첼로를 바이올린처럼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연주한다는 것뿐이리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요요 마가 단지 완벽한 연주 기술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과 같은 위치에 오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가 세계 정상의 첼리스트로 성장하는 데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있었다. 요요 마는 기교의 완벽함을 넘어 클래식과 팝, 동양의 민속음악을 접목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1998년부터 음악을 매개로 동서양의 문화를 잇는 대장정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요요 마는 새로운 문화권의 음악을 받아들이며 그의 음악세계를 한층 넓혀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 몽골, 이란, 인도,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 옛 실크로드 지역에 위치한 국가의 음악가들을 모아 ‘실크로드 앙상블’을 구성한 그는 서양 고전음악의 정통 레퍼토리를 정교하게 다듬어내는 작업과는 별도로, 다른 문화권의 여러 음악에 진지한 태도로 접근하며 동서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이런 시도는 서양 고전음악 위주로 한정되어 있던 공연 무대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요요 마의 이번 내한 리사이틀은 실크로드 앙상블과 같은 색다른 음악회는 아니지만,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등 20세기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져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예리한 리듬과 강렬한 악센트가 강조된 러시아 음악을 요요 마의 현란하고도 완벽한 연주로 듣는다면 감동의 깊이가 더할 것이다.
최근 요요 마의 연주 영상과 녹음을 들어보면 그의 연주가 더욱 진지해지고 그 음색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젊은 시절부터 첼로를 마치 바이올린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던 그의 연주에서 둔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요요 마는 특히 가벼운 저음 처리와 날렵한 보잉을 특징으로 하지만, 최근의 변화로 보아 이번 무대에선 좀 더 중후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리로 재현해낸 러시아의 첼로 명곡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첼로 선율만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 이 시대 최고의 첼리스트, 요요 마의 첼로 연주를 들으며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향기에 취해보자.